자신을 지역위원장으로 인준하기 위해 소집된 대의원대회에도 얼굴을 비치지 않은 민주당 김원웅 전 의원이 정치인생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수차례의 낙선과 당적 변경 등 정치행보에 결코 쉽지 않은 고비가 여러 번 닥쳐왔지만, 그는 그때마다 무난하게 넘어섰다.
하지만 이번에 찾아온 고비는 만만치가 않다. 이번 위기는 외부로부터 온 시련이 아니라 자신의 지지기반인 지역구에서 온 것인 데다 여러 명의 선거법 위반 책임이 귀납법처럼 김 전 의원에게 귀결됐기 때문이다.
김원웅 전 의원은 현재 1주일째 외부와 연락 및 접촉을 끊고 있다. 지역정가에서는 잠적했다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다.
그가 잠적한 현재의 상황은 이렇다.
6.2지방선거를 앞두고 대전시장 선거에 출마한 그는 염홍철-박성효라는 두 전현직 시장의 틈에서 고군분투하며 지지세 확보를 위해 노력했으나 낙선했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자신의 지역구인 대전 대덕구 기초의원 3인이 공직선거법을 위반하여 재판정에 서게 된 것. 이들은 지난 2월 자신들의 '의정보고서'에 김원웅 전 의원의 업적을 홍보하고, 한나라당 소속인 정용기 대덕구청장을 비판하는 내용을 실어 구민에게 뿌렸다.
이들은 검찰에 의해 고발되어 1심 재판에서 당선무효에 해당하는 벌금 200만원씩을 각각 선고받았다. 이들은 억울하다면서 항소했고, 2심재판이 시작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당선무효 위기에 몰린 이들 3인의 기초의원들이 숨겨진 진실을 밝히겠다고 나선 것. 이로 인해 이들보다 앞서 김 전 의원이 '숨겨진 진실'을 이실직고해야만 하는 상황에 몰렸다.
김 전 의원은 지난 11일 재판부에 제출한 '탄원서'를 통해 기초의원들의 의정보고서에 실린 내용은 자신이 권유해서 실은 것으로 모든 법적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정치적 책임을 지는 중대한 결심'을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내용이 공개되면서 김 전 의원의 사법처리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동시에 이 같은 일에 대한 책임을 지고 정계를 떠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그러나 김 전 의원은 민주당 지역위원장 공모에 신청서를 제출했다. 곧 사법처리가 될지도 모르는 정치인에게 지역위원장을 또 맡기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지만, 민주당은 그의 지역위원장 유임을 결정했다.
이 때문에 김 전 의원의 '정계은퇴' 얘기는 그저 '소설'에 불과한 것으로 치부됐다. 사법처리의 위기 속에서도 당당하게 정면돌파에 나설 것으로 예측됐다.
하지만, 김 전 의원은 지난 24일 밤 이러한 민주당의 지역위원장 유임결정을 인준하는 대덕구 대의원대회에 나타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이날 대의원대회는 두 번의 소집에도 불구하고 정족수 미달로 무산됐다.
대의원대회는 다시 소집하면 된다고 하지만, 두 번의 대의회대회 무산과 이 자리에 김 전 의원이 나타나지 않은 일은 그의 정치행보에 매우 중요한 의미를 던져주고 있다.
'깨끗한 정치인'이라고 공언해오던 그가 공천권을 손에 쥔 채 자신을 따르는 기초의원들에게 선거법 위반행위를 지시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는 점. 그리고 더 이상 당하고만 있을 수 없다며 반기를 든 기초의원들, 또한 김 전 의원을 지역위원장으로 인준하기 위해 소집된 대의원대회가 1/3 출석이라는 정족수도 채우지 못해 두 번이나 무산된 일. 이는 모두 김 전 의원이 과연 자신의 지역구에서 지역위원장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 것인지를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게다가 그가 이 난국을 정면돌파한다고 해도 사법부로부터 유죄판결을 받을 경우 정치생명에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측된다.
따라서 '잠적 중'인 김 전 의원이 어떤 결심으로 시민들 앞에 나설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그는 오는 27일 검찰로부터 소환조사를 받아야 한다. 정치로 잔뼈가 굵은 3선 의원으로 이번 대전시장 선거에까지 나섰던 그가 이 위기 상황에서 어떤 모습으로 나설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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