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표 세종시'를 만들겠다고 공약해 놓고 이를 번복해 충청권의 강력한 저항을 받았던 이명박 정부가 또 다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이하 과학벨트)의 충청권 조성 공약을 파기하려는 움직임을 보인 것으로 알려져 충청권의 분노가 폭발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3일 신년연설에서 과학벨트 조성의 추진을 강조하면서 충청권 입지를 명확히 하지 않아 충청권의 반발을 사왔다. 충청권은 이 대통령이 공약을 파기하고 과학벨트를 타 지역에 조성하려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며 우려를 제기해 왔다.
그러던 중 지난 6일 대전 대덕연구개발특구를 찾은 청와대 임기철 과학기술비서관이 과학벨트 조성과 관련, "대통령 공약에 얽매여서는 안 된다, 전국 모든 지역을 후보지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한 것.
이 같은 사실이 7일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정치권은 물론, 행정기관, 시민·사회단체들이 일제히 이명박 정부를 강력히 비난하고 나섰다.
안희정 "세종시 이어 또 다시 충청인 무시...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이날 특별성명을 통해 "500만 충청인과의 약속인 국제과학비스니즈벨트를 반드시 충청권에 조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안 지사는 "그 동안, 이명박 대통령은 세종시와 대덕연구개발특구, 오송·오창지역 등을 연계시켜 한국판 실리콘밸리로 육성하겠다고 수차례 약속한 바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와대 과학기술비서관이 '과학벨트 입지 문제는 대통령 공약과 무관하게 진행 될 수 있다'고 언급한 것은 지역 간 불필요한 유치경쟁과 국론분열을 촉발하는 몰지각한 행위"라고 비난했다.
안 지사는 또 "뿐만 아니라 세종시 수정추진 논란 이후 또 다시 500만 충청인을 무시하고 대통령의 약속을 파기하는 행위로 매우 우려스럽다"면서 "500만 충청인과 충청권 3개 시·도는 정부가 대통령의 공약사항인 과학벨트 충청권 조성 약속을 번복하고 정치논리로 입지를 선정하려는 것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안 지사는 "우리는 대한민국이 과학기술의 강국으로 도약되기 위한 과학벨트의 최적지는 행정, 연구개발, 생산, 비즈니스 기능을 갖춘 세종시를 중심으로 한 충청권이라고 확신한다"며 "정부는 더 이상 국론분열을 야기하지 말고 조속한 시일 내 '과학벨트의 충청권 입지'를 지정 고시하고 당초 계획대로 추진하라"고 촉구했다.
염홍철 "모든 수단 동원해 충청권 조성 관철시킬 것"
염홍철 대전시장도 이날 특별 성명을 통해 정부를 강하게 비난했다. 염 시장은 "충청권 대선공약사업인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조성과 관련, 정부가 세종시 논란과 마찬가지로 또 다시 불필요한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아닌지, 심각한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과학벨트 조성사업은 기초과학연구원 설립 및 중이온 가속기 설치를 통해 대한민국이 과학기술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초대형 국책사업으로, 대통령과 정부는 '대덕연구개발특구, 세종시, 오송·오창의 BT·IT산업단지를 하나의 광역경제권으로 발전시켜 한국판 실리콘벨리로 육성하겠다'고 수차례 약속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염 시장은 "따라서 정부는 과학벨트 입지선정에 있어 어떠한 정치적 논리도 배제하고, 지역 간 불필요한 갈등과 소모적인 국력낭비를 방지하며, 제2의 세종시 논란이 불거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충청권 입지'를 지정·고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염 시장은 또 "더불어 본인은 충청권 3개시·도 지사 및 500만 대전충청인과 함께 모든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해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충청권 조성을 관철시키는데 앞장서 나갈 것"이라고 천명했다.
시민단체 "지탄받아 마땅... 대정부 투쟁 불사해야 "
시민단체들도 성명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공약 이행을 촉구했다.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는 이날 "언론의 보도대로 임 비서관의 이런 발언이 사실이라면,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007년 대선국면에서 '충청권에 과학벨트를 유치하겠다'고 한 공약을 철회하는 것"이라며 "이는 지난 세종시 수정논란에 이어 충청권의 핵심공약 중 하나인 과학벨트 사업마저도 백지화하겠다는 것으로, 향후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세종시 수정논란처럼 이명박 대통령 본인의 어떠한 해명이나 입장표명 없이 또다시 충청권 핵심 공약사업의 하나인 과학벨트 사업마저도 주변측근들의 백지화 불 지피기 발언에 이어 백지화 수순을 밟고 있는 것은 무책임하기 짝이 없는 처사로 지탄받아 마땅하다"고 비난했다.
이들은 특히 "세종시 수정논란에 이어 또다시 지방이 무시당하고 충청권이 우롱당하고 있는 현 시국이야말로 비상시국임에 틀림없다"며 "따라서 충청 정치권은 물론, 3개시·도지사와 지방의회는 과학벨트의 충청권 입지 무산에 대한 엄중하고도 보다 신속한 공동 대응방안을 마련하고, 이명박 정권에 대한 대정부 투쟁도 불사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정치권 일제히 정부 비난... "제2의 대국민사기극"
정치권도 일제히 이번 사태를 엄중한 사태로 규정하고, 이명박 정부를 강력히 규탄하고 나섰다.
민주당 충남도당은 이날 성명을 통해 "국제과학비지니스벨트 공약은 세종시 수정안에 이은 '제2의 대국민사기극'이었다"며 "500만 충청인이여, 다시 한 번 분연히 떨쳐 일어서자"고 격분했다.
민주당 대전광역시당도 성명을 통해 "이명박 정권이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충청권 입지 공약을 이행할 의지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당선을 위해 영혼을 팔은 대통령을 충청인은 존경할 수 없다, 우리는 세종시 사수 투쟁과 다름없는 과학벨트 사수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자유선진당 임영호 정책위의장도 이날 특별성명을 발표하고 "이번 청와대 임 비서관의 발언이야말로 대통령공약을 이행하지 않겠다는 폭탄선언이나 다름없다"고 규정하고, "오만하고 무례하기 짝이 없는 발언"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이어 "2010년 새해 벽두에 정운찬 국무총리를 내세워 세종시 수정안을 던져놓은 것처럼, 1년이 지난 2011년 새해 벽두에는 청와대과학비서관을 앞세워 충청권에 만들겠다는 과학벨트 조성 공약을 철회하려는 것이라면 국민과 500만 충청인을 두 번씩이나 기만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임 의장은 또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 충청도에 약속한 각종 국책사업이 지연되고 부진한 가운데 과학벨트마저 백지화시킨다면, 대덕연구개발특구와 오송·오창의 산업단지 등과학 인프라를 모조리 사장시키는 것"이라며 "대통령과 정부는 과학벨트의 충청권 명기를 서둘러 발표하여 더 이상 소모적 논쟁과 국론분열을 막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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