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문순 강원도 도지사가 화났다. 경제자유구역 지정이 무기한 연기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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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원래 강원도, 충청북도 등 경제자유구역 지정을 신청한 4개 지역을 대상으로 평가 작업을 벌인 결과를 놓고, 5일 경제자유구역위원회를 열어 그 중 1곳을 경제자유구역 예비지역으로 지정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정부는 5일 경제자유구역위원회를 열지 않음으로써, 이날 당초 예비지역을 지정하기로 했던 계획을 무기한 연기했다. 위원회를 열지 않은 채, 이후 개최 일을 다시 못 박지 않음으로써 사실상 예비지역 지정 날짜를 무기한 연기한 셈이다. 정부는 위원회를 개최하지 않은 뚜렷한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예비지역 지정 연기설은 예전부터 계속 새어나왔다. 정부 내 일부 부처에서 경제자유구역을 추가로 지정하는 데 회의적이라는 말들이 흘러나왔다. 그러면서 지정 날짜를 8일로 연기했다가 지역민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5일로 날짜를 앞당겼다. 그 사이 강원도에서는 '정부가 대선을 앞두고 경제자유구역을 지정하는 데 다른 지역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비판이 비등했다.
강원도는 그동안 경제자유구역 지정을 기정사실화하고, "그동안 120여 개의 외국기업 유치와 포스코, 동부메탈, 영풍 등과 같은 대규모 국내 앵커기업 유치 등 강원도 역사상 가장 많은 투자수요를 확보"하는 등 예비지역 지정에 유리한 조건을 갖추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강원도에서는 경제자유구역 지정이 현재 강원도가 처한 경제적 어려움을 이겨내는 하나의 돌파구로 인식됐다. 그런 가운데 항간에 경제자유구역 지정이 연기되거나 아예 사업 자체가 무산될 수도 있는 말들이 무성하자, 강원도는 또 '배신'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불안에 휩싸였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경제자유구역 지정이 연기되면, 이번에는 실력 행사를 벌여서라도 지정을 확정지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었다.
"동해안권 경제자유구역 지정 연기는 무책임한 정책적 처사" 최문순 도지사는 현충일인 6일 도청 브리핑룸에 기자들을 모아놓고, '동해안권 경제자유구역의 조속한 지정을 강력 촉구'하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최 지사는 이날 성명서에서 "강원도가 오랜 시간 공을 들여온 '동해안권 경제자유구역' 지정이 정부의 경제자유구역위원회 개최 연기로 불투명해지면서 온 도민이 또 다시 실망감을 안게 되었다"며 유감을 표시했다.
최 지사는 "강원도는 그동안 국가발전의 산업화 과정에서 군사시설보호, 수질보호 등의 명목으로 2중 3중의 규제를 받으며 국가 발전 전략으로부터 소외되어 왔다"며 정부 정책에 섭섭함을 드러냈다. 이어서 "동해안권 경제자유구역 지정 연기는 국가적으로 중요한 국내외 투자유치를 외면하는 무책임한 정책적 처사라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 지사는 "동해안권 경제자유구역 지정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강원도민의 생존권과 직결되는 매우 중대한 현안"임을 강조하고 "경제자유구역 지정 여건을 갖춘 강원도를 기회도 주지 않고 외면한다면 강원도민들은 인내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 지사는 성명서에서 "지금 지정이 연기될 경우 투자 예정이던 기업들이 다른 지역으로 이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그리고 "강원도는 앞으로도 경제자유구역 지정과 성공을 위해 외자유치 등 혼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다시 한 번 동해안권 경제자유구역을 빠른 시간 내에 지정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밝혔다.
"도민들의 기대와 희망이 무산되면 상경투쟁 등 모든 수단 동원" 지역에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6일 강릉상공회의소는 성명서를 통해 "지식경제부가 예비지정을 무기한 연기한 것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인 논리에 따라 움직인 것이 아니냐"고 꼬집었다. 강릉상공회의소는 "동해안권 주민들의 기대와 희망이 무산되면 상경투쟁을 비롯한 모든 수단을 이용해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달 5월 29일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동해안권 경제자유구역 지정에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면 동해안 주민들의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고 경고했던 동해상공회의소 등은 7일 정부를 향해 "200만 강원도민의 염원인 동해안권 경제자유구역을 조기에 지정하라"고 재차 촉구했다.
정부가 경제자유구역 지정을 신청한 4개 광역단체를 평가한 결과, 지금까지는 강원도가 60.8점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으며, 그 다음으로 충청북도가 60.0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와 전라도는 60점에 밑도는 점수를 받았다. 정부가 정한 기준 점수는 60점이다.
한편, 지식경제부는 각 지자체에 11일까지 경제자유구역 개발계획을 보완해 제출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강원도 등은 6월 안으로 경제자유구역 지정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기대를 걸고 있다.
하지만 낙관만 하고 있을 상황은 아니다. 6월을 넘길 경우, 대선정국에 휘말려 언제 결정이 날지 알 수 없다는 우려는 여전히 가라앉지 않고 있다. 그리고 개발계획을 보완해서 제출하고 난 뒤, 그 결과 이전과는 다른 평가가 나올 수도 있어 앞날은 여전히 예측 불가능한 상태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