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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건 (박건)

Nomad 3 (유목민)

어느 해인가, 여름장마철 폭우로 넘쳐난 계곡물이 마을길을 군데군데 파먹고 들쑤셔놓았다. 그런 길을 걷다가 한 곳에 한 식구인 듯 우르르 모여 있는 알루미늄캔의 삭다 남은 ‘유해’ 여러 구를 발견했다. 마치 산사태 때 유실된 고분 속 인골을 보는 것 같았다. 알루미늄캔은 재활용선호도가 높은 편인데, 어쩌다 이 지경까지 ‘못 쓸 것’이 되었나? 그 중 서너 개를 골라 작업실 테이블 위에 갖다 두고서 이따금씩 들여다보며 공연히 뇌까리곤 한다. 얘들은 어쩌면... 아마... 틀림없이... 유목민이었을 거야. (박불똥 작업노트)

ⓒ박불똥2012.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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