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트> 실제 주인공들 "김영애씨, 정말 우리 같았어요"

대형마트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여성 노동자들이 부당 해고에 맞서 싸우는 과정을 담아낸 영화 <카트>. 이 영화의 모티브가 된 2007년 '이랜드 홈에버 투쟁' 당사자들은 <카트>를 보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

오마이TV는 10일 2007년 서울 상암 홈에버 점거 파업에 참여했던 이경옥 전 이랜드일반노조 부위원장과 황옥미 노조원을 당시 투쟁 현장에서 만나봤습니다.

[황옥미 전 이랜드일반노조 홈에버지부 면목 분회원] "물대포는 정말, 저쪽 앞에 쪽에선 정말 심했어요. 영화에선 잠깐 나왔지만 우리는 당시 몇 개월, 일상이 늘 그랬으니까요."

시사회에서 동료들과 함께 <카트>를 봤다는 두 사람은 영화 속 ‘더마트 노조원’들처럼 계산대 바닥에서 잠을 자고 함께 밥을 지어 먹으며 투쟁했던 510일간의 파업을 떠올렸습니다.

[황옥미 전 이랜드일반노조 홈에버지부 면목 분회원] "영화에도 나왔지만 (상암 홈에버) 계산대 밑에 누워 자던거... 거기가 정말 너무 아늑하고 그땐 옆에 같이 동지들이 있어서 그런지..."

[이경옥 전 이랜드일반노조 부위원장] "투쟁이 길어지다 보니까 (상암 홈에버 매장입구 앞에서) 천막을 치고 그 안에서 생활했던 기억이 많이 나고요... 천막에서 잠 자고, 씻고 하는 건 (월드컵경기장역) 지하철 역사 화장실에서 머리를 감고..."

이들은 반항아 '고딩 아들'(아이돌 그룹 엑소의 멤버 디오) 때문에 괴로워한 영화 속 주인공 선희(염정아)와 달리 많은 주부 노조원들의 가장 큰 걱정은 ‘남편’들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이경옥 전 이랜드일반노조 부위원장] "남편들 밥 때문에 밥을 달라고 해서 (파업 현장에서) 투쟁하다가 밥 시간 되면 (집으로) 뛰어 들어간 조합원도 많았어요."

이들은 파업이 길어지자 회사에 복직한 노조원들도 많았다고 밝힌 뒤, 영화 속 노조원들의 ‘성님’이자 노조위원장의 ‘이모님’으로 파업에 끝까지 함께한 ‘순례(김영애)’를 가장 인상적인 캐릭터로 꼽았습니다.

[황옥미 전 이랜드일반노조 홈에버지부 면목 분회원] "(김영애)그분의 확신에 찬 모습 하며 젊은 조합원들을 다독여가며 함께 가자는 모습들이 정말 우리의 모습들과 다르지 않았다."

이들은 영화 <카트>의 내용 대부분이 현실적이었지만 노조 활동의 성과를 언급하지 않은 결말 부분은 아쉽다고 밝혔습니다.

[황옥미 전 이랜드일반노조 홈에버지부 면목 분회원] "(영화 결말은) '복귀해서 근무하고 있다' 이렇게 했는데, 성과 부분, ‘우리가 투쟁해서 이후에 어떻게 노동조합을 잘 이끌고 하고 있다’, 이런 게 비쳐줬으면 좀 더 낫지 않을까."

정규직 직원으로서 파업에 나섰던 이들은 2008년 11월 비정규직과 해고자 등 2천여 명을 복직시키는 조건으로 노조 집행부 등 12명의 복직을 포기한 노사합의에 대해 여전히 마음 아파했습니다.

특히 해고자 중 한 명인 이경옥 당시 노조 부위원장은 영화 <카트>가 해고자들에게 위로가 되길 바란다며 눈물을 보였습니다.

[이경옥 전 이랜드일반노조 부위원장] "(근무) 현장이 없어졌다고 생각했을 때 되게 섭섭했죠. 그, 하여튼, 거기서 제가, 주인이었잖아요. 그랬다가 집을 잃어버린 거죠...개봉됐을 때 영화를 보고 (해고자들) 본인들이 결코 헛된 활동을 하지 않았다는 생각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이들은 ‘자식들에게 비정규직 자리를 주지 않기 위해’ 마트를 점거한 2007년 보다 현재 상황은 더 나빠졌다며, 정규직·비정규직 구분 없이 노조를 중심으로 불합리한 노동 현실에 맞서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경옥 전 이랜드일반노조 부위원장] "이 (카트)영화가 ‘이래선 안 되겠구나. 그래, 우리가 시키는 일만 해선 안되겠구나. 이 (카트의 주인공) 사람들이 했던 것처럼, 우리도 뭔가를, 내 일터를 바꾸기 위해선 가만히 있으면 안돼’ (생각하게끔)...정규직들이 앞에서, 진짜, 우리 비정규직들을 (정규직) 뒤에, 등에 업고 나와줘야 해요."

한국 상업영화 최초로 열악한 비정규직 노동 인권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영화 <카트>. 13일 개봉을 앞둔 <카트> 속 비정규직 마트 노동자와 정규직 노동자의 연대에 관람객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됩니다.

오마이뉴스 곽승희입니다.

(영상 취재·편집 - 송규호 기자)

| 2014.11.10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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