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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펴낸 <참여정부의 국방정책>은 "한국의 GDP대비 국방비는 지난 2001년 기준 2.7%로, 전 세계 평균 3.5%에 못미치고 이스라엘·대만 등의 6.3%의 절반도 안된다"며 "국민 1인당 국방비도 2001년 기준 252달러로 세계 30위 정도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수치는 논란의 소지가 많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는 지난 2001년 전 세계 평균 국방비는 GDP대비 2.3%로 계산한다. 2002년에는 2.5%로 올랐는데 이는 전 세계 국방비의 43%를 쓰는 미국이 9·11테러 이후 국방비를 증액한 탓이다. 완전 모병제에 25만 병력을 해외에 주둔시키고 최근 전쟁을 2번 치른 미국을 뺀다면 전 세계 평균 GDP대비 국방비는 1.43%다.

국방부 자료에는 대만의 국방비가 지난 2001년 104억3200만달러(GDP대비 3.7%), 2000년 172억4800만달러(GDP의 5.6%)로 나와있다. 그러나 대만 국방부가 내놓은 '2002년 국방보고서'는, 지난 2000년 대만의 국방비가 GDP의 2.76%, 2001년 2.77%(78억달러), 2002년 2.61%(75억달러)라고 밝혔다. 더구나 대만의 국방비는 절대액 자체부터 줄고있다. 한국은 1999년 국방비가 13조7490억원으로 그 전해 보다 510억원이 준 것을 빼놓고 절대액이 준 적은 없다.

한국의 1인당 국방비가 다른 나라보다 훨씬 적다는 주장도 별 타당성이 없다. 대만의 1인당 GDP는 한국의 1.6배, 이스라엘은 1.9배, 싱가포르는 2.5배, 프랑스는 2.6배, 미국은 3.8배, 일본은 3.9배다. 이스라엘을 제외한 이들 나라의 1인당 국방비 부담액을 한국민의 그것과 비교해보면 소득 격차 수준과 거의 일치하거나 훨씬 밑돈다.

<참여정부의 국방정책>은 러시아의 1인당 국방비 부담액을 440달러로 소개하고 있다. 그런데 러시아의 1인당 GDP는 2140달러로 이의 5분의1을 국방비로 부담한다는 것은 비상식적이다. 대신 국방부는 전 세계에서 한 해 100억달러 이상 국방비를 쓰는 나라는 미국·일본·중국·한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영국·사우디아라비아 등 9개국 뿐이라는 사실을 밝히지 않는다.

국방부는 500MD·UH-1H 헬기가 30년 이상 되었고, 구난전차의 22%, 군용트럭의 55%가 수명을 초과했다고 강조한다. 이밖에 육군 전차(M 계열), 나이키 허큘리스 및 호크 미사일, F-4·F-5 전투기 등 낡은 장비가 많다고 말한다. 모두 국방비 부족 탓으로 한국군 전력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점을 강조한다.

그런데 국방부는 북한군 전력을 계산할 때는 그들이 한국전쟁 때 쓰던 장비까지 꼭 포함시킨다. 국방부는 50년된 북한군 장비는 '위협'으로 계산하면서 겨우(?) 30년밖에 안된 남한군의 장비는 '폐기 대상' '작전 투입 불가' 등으로 평가한다. 이는 이중적인 잣대다.

북한군 전투함은 430여척인데 남한 전투함은 불과 160여척이라며 늘 '숫자 차이'를 강조한다. 그러나 북한 전투함 가운데 배수량 1000t급 이상은 3척에 불과하지만 한국은 1000t급 이상이 40여척이다.

남북한 해군의 총 배수량은 비교 대상도 안된다. 어떤 정부 부처든 좀 더 많은 예산을 타내기 위해 예산 증액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그러나 국방분야의 내부 정보는 '보안'을 이유로 거의 공개하지 않으면서, 논란의 소지가 많은 자료만 일방적으로 국민들에게 전달해 '심리적 불안감'을 주는 것은 옳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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