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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운영하고 있는 동대문구 장안3동 보안분실. 시민사회단체들은 사실상 검찰 공안부의 지휘를 받고 있는 경찰 보안수사대를 두고 '인권침해 수사의 온상'이라며 대폭 축소 및 폐지를 요구해왔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검찰의 공안부서가 대폭 축소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법무부는 전국 지방검찰청에 설치된 17개 공안과 가운데 16개 과의 폐지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시민사회단체는 일제히 환영하는 기색이다. 특히 이들 단체는 검찰 공안부와 함께 경찰의 보안수사 인력도 대폭 축소되거나 폐지되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검찰 공안부서에는 약간의 유효 인력만 있다. 나머지 (공안담당 검사들을) 다른 데로 파견해 다른 일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조절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나. 인력을 불필요한 곳에 있는 것보다 재배치하는 것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변화다. 단지 '공안'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어 검찰조직의 큰 변화가 있는 것처럼 (언론이나 사회에서) 보는 것 같은데, 충분히 (공안부가) 줄어드는 것이 맞는 것이고 재조정돼는 것이 맞다."

공안부서 축소와 관련 7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의 한 공안부 간부의 말이다.

그는 또 현재 공안부서의 운영에 대해 "(공안부를) 어떻게 운영하느냐의 문제는 (검찰의) 수사과처럼 수사기능을 부여할 것 같으면 축소돼서는 안된다"며 "(공안부서가) 일반 업무로 한정하거나 보조하는 업무차원이라면 많은 부서가 있을 필요가 없지만, (최근 들어) 공안수사 기능에 있어서도 공안업무가 줄어들었고 공안행정 수효도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검찰 공안부서가 줄어드는 것은) 시대가 바뀌면서 검찰 공안조직을 정리하는 것으로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서울중앙지검 한 차장검사도 "과거 공안부가 담당했던 사직과 공안사범 관리 등이 (이제는) 거의 다 없어져 (공안부서가) 유명무실하게된 과가 됐다"며 "그런 부서를 정리하고 거기 인원을 타 검사실로 배치해 유용하게 인력을 움직이는 측면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전국적으로 공안부는 서울중앙지검에 2개 과와 서울 동·서·남·북·서부, 부산, 대구 등 전국 지검 및 지청에서 설치돼 운영되고 있다. 법무부는 대검과 지검, 지청 등 공안부 관계자 등의 의견을 수렴해 이르면 내달 중에 결론을 내릴 것으로 전망되며, 개편안이 만들어져 국무회의를 통과할 경우 바로 시행될 예정으로 알려지고 있다.

검찰 관계자들은 "일선 공안검사들도 시대의 변화에 맞게 공안조직을 축소하는 것에 대해 큰 반대를 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 국민의 정부 출범이후 참여정부 초기까지 국가보안법 위반 구속자 현황. 해를 거듭할 수록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 오마이뉴스 이미경
법무부, 검찰조직 효율성 상승 위해 대대적 조직개편 검토

그러나 법무부는 언론을 통해 검찰의 공안조직 등 개편에 대한 보도가 나가자 오히려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법무부의 검찰담당 간부는 "(공안부 축소와 관련된) 그런 내용이 검찰 제도개선팀에서 한번 논의된 적은 있지만 전면적으로 결정된 바는 없다"며 "공안부 관련 이야기는 100가지 검찰 조직 개편안 중 한가지에 지나지 않는 극히 일부분의 내용으로 검찰조직 개편에 대해 많은 부분 검토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법무부는 검찰조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공안부서의 축소뿐만 아니라 전국 6개 지검에 설치된 강력과를 폐지해 마약수사 조직과 통합 운영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법무부는 공안부와 강력부 축소에서 남는 인력을 공판사무과나 조사과, 집행과 등으로 나눠 배치해 과중된 업무를 조절할 계획인 것으로 보인다.

"검찰 공안부 뿐만 아니라 경찰 보안수사 인력도 축소돼야"
시민사회단체, 공안부 축소 움직임에 환영 일색

▲ 지난 해 7월18일 오전 경찰청 산하 서대문구 홍제동 보안분실앞에서 전국민중연대 회원과 대학생들이 경찰의 무리한 구속수사에 항의하며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된 건국대생 김종곤, 김용찬 학생의 석방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오마이뉴스 권우성

시민사회단체들은 검찰 공안조직의 대폭 축소 움직임에 대해 일제히 환영했다. 특히 이들 단체는 검찰 공안부와 함께 경찰의 보안수사 인력도 대폭 축소되거나 폐지되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사실상 최근 5년 동안 공안사범의 대다수라고 할 수 있는 국가보안법 위반 사범의 수가 현저히 줄어들어 시민사회 내에서는 공안수사력의 폐지 여론이 강하게 일고 있는 상황이다.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민가협)가 국가인권위의 의뢰로 조사한 '국가보안법 적용상에서 나타난 인권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1998년 이후 국보법을 위반해 구속된 인원은 점점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98년에는 389명이던 것이 2000년엔 128명으로, 2001년에는 118명까지 줄어들었다.

송소연 민가협 총무는 "공안사범은 이미 2000년도부터 눈에 띄게 줄기 시작했다"며 "늦었지만 이런 가시적 조치는 의미 있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송 총무는 "이번 개편 추진을 통해 공안부서를 따로 존속시켜야할 이유가 있는지에 대해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수사과나 형사과에서 현재의 공안업무를 소화할 수 있으므로 아예 폐지하는 게 옳다"고 말했다.

'사상검증소'인 공안문제연구소·민주이념연구소도 민간기관으로 전환해야

그간 꾸준히 검경의 공안인력 폐지를 주장해왔던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의 김승교 변호사도 "바람직한 조치"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또 김 변호사는 "시대변화와 달리 공안인력은 여전히 비대하다 보니 무리하게 사건을 만든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았던 게 사실"이라며 "공안부서의 축소 뿐만 아니라 검경의 산하에 있는 (사실상의 사상 검증소인) '민주이념연구소'와 '공안문제연구소'도 국가기관 형태가 아닌 민간기관으로 전환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법무부의 검찰 공안인력 개편 움직임이 경찰의 보안수사인력의 변화로까지 이어질지도 관심사다.

검찰 공안부의 지휘를 받고 있는 경찰청과 각 지방경찰청의 보안과와 보안수사대는 그간 무리한 '실적올리기' 수사와 가혹수사로 인권침해 논란이 끊이지 않는 등 잡음을 빚어왔다.

현재 경찰청과 각 지방경찰청의 보안수사대의 수사는 주로 국보법 위반자에 편중돼 있다. 민가협 조사에 의하면, 지난 98년이후 2002년까지 국보법 구속자는 389명에서 126명으로 70% 가까이 줄어들었으나 경찰의 보안수사 인력은 98년 4188명에서 2002년 3101명으로 고작 25% 감소했을 뿐이다.

'인권유린 수사'의 온상으로 일컬어져온 보안분실도 여전히 건재하다. 지난 2002년 경찰청이 밝힌 전국보안수사대 현황을 보면 경찰청 6곳, 서울지방경찰청 3곳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44개의 보안분실이 운영되고 있다.

경찰 보안수사인력도 개편 불가피... 대폭 축소해야

특히 보안분야 경찰인력과 국보법 위반 구속자의 수가 비례하는 경향이 짙다는 점에서 폐지의 필요성이 크다. 국가인권위가 지난 2일 공개한 '국가보안법 적용상에서 나타난 인권 실태' 보고서는 통계 자료를 통해 이같은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경찰 보안인력 변동과 국보법 위반 사범의 통계치를 비교해 "1996년말 '공안요원들에 대한 인사 및 보수상의 특혜' 등 경찰이 추진한 '보안역량강화계획'에 따라 94년 이후 점차 감소하던 보안분야 경찰인력이 97년 들어 증가해 결국 97년 한해동안 국보법 위반 구속자가 경찰 통계상 663명을 기록했다"며 "공안수사기관의 난립과 수사관들에 대한 특혜가 공안사범을 양산한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표창원 경찰대 교수는 장기적 관점에서 경찰 보안수사인력에도 변화가 일 것으로 전망했다.

표 교수는 "검찰과는 달리 경찰 업무는 범죄 예방의 측면이 강해 바로 축소로 이어질지는 모르겠으나 업무량이나 조직 내 중요성의 감소로 인력 조정의 여지는 있을 것"이라며 "시대의 변화로 축소나 폐지 여론이 일고 있는 것이 지배적이므로 시민사회, 언론, 국회 등에서 대안을 모색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김승교 변호사도 "검찰 공안부가 대폭 축소되거나 폐지되면 경찰청 산하의 보안수사대 등 경찰 보안부서도 인력이 대폭 감소돼야 한다"며 "그간 끊이지 않았던 경찰 보안부서의 인권침해 수사 논란 등 부작용도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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