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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수의 수술이 끝났습니다. 의사 선생님이 걱정하던 최악의 상황은 일단 모두 피했습니다. 종양은 양성이었고 오른쪽 다리는 수술 후 움직임이 눈에 띄게 좋아졌습니다. 수술 후 24시간의 위험 기간도 무사히 지났습니다. 다만 왼쪽 다리의 경우 전혀 움직일 수 없고, 소변도 제 힘으로 볼 수 없는 상황은 여전합니다.

의사 선생님께서 왼발의 경우에도 발가락을 움직일 수만 있다면 회복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있다고 했습니다. 기적적으로 회복되는 경우도 있고, 아이가 어리기 때문에 가능성도 많다는 것입니다.

아이가 회복되는 걸 보면서 아내도 살아났습니다. 밥을 제대로 먹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리고 희망을 가지고 생활할 수 있게 되었다면서 웃기도 합니다. 아내는 "영월에서 수능을 목전에 둔 고3 담임 노릇하랴, 원주에 남아 있는 둘째 광수 돌보랴, 서울에 있는 준수를 걱정하랴 고생이 많다"며 밥 잘 먹고 건강 잘 돌보라고 오히려 제 걱정을 해줍니다.

절망의 터널을 막 빠져나온 것이지요. 하지만 아직은 가야 할 길이 멀기만 합니다. 준수에게 주사되는 약이 독해서 주사 한 번 맞으면 준수는 숨을 헐떡이며 고통스러워합니다. 그런 준수가 가장 의존하는 것이 발을 주물러 주는 것입니다. 그래서 준수가 힘들어 할 때는 준수 옆에 붙어 앉아 계속 발을 주물러 줍니다.

준수의 발을 주무르며 이따금씩 얘기합니다.

"준수야, 발 좀 움직여 봐."

그러면 준수는 오른발을 까닥까닥 움직입니다. 발가락도 꼬물꼬물 움직입니다. 다리에 힘을 주어 무릎을 굽히기까지 합니다. "참 잘했다"며 왼발도 움직여 보라고 합니다. 안간힘을 쓰지만 왼발의 움직임은 없습니다. 조급하고 불안한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애쓴 준수를 위로합니다. 수술로 인해 몸이 많이 약해진 탓이라고 말입니다. 밥 많이 먹고 엄마 아빠가 열심히 주물러 주면 왼발도 움직일 수 있을 거라고 얘기해 줍니다.

준수의 왼발 발가락이 움직이길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준수가 좋아하는 축구 선수 호나우두의 현란한 발놀림까지는 기대하지 않습니다. 다만 발가락 움직여 왼발의 신경이 살아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병실에도 아침은 어김없이 다가옵니다. 흐린 날로 맞는 아침이 아니라 따스한 햇살 가득 품은 아침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병실에서 생활하는 환자나 보호자들 모두의 바람입니다. 빛깔 고운 단풍 흐드러진 산을 찾을 수는 없지만 가뜩이나 힘든 병실에서 창을 통해 쏟아지는 햇살마저 없다면 기분이 더욱 울적해지기 때문이지요.

아침이 되면 준수에게 기도하듯 얘기합니다.

"준수야, 발가락 좀 움직여 보렴."

오늘도 준수는 왼발 발가락을 움직이기 위해 애를 씁니다. 그런 준수 옆에서 엄마가 붙어 앉아 간호하고 있습니다. 영월에서 근무하고 있는 저는 주말이 되어야 준수를 만나러 갈 수 있습니다. 아침마다 얘기하는 엄마 아빠의 말이 하루 빨리 현실로 다가오길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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