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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찰은 27일 예금보험공사를 전격 압수수색했다. 예보는 특정업체와 결탁해 공적자금이 투입된 856억여원의 채권을 헐값에 매각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예금보험공사(예보)가 공적자금이 투입된 856억여원의 채권을 시행업자와 결탁해 헐값으로 매각하려 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오마이뉴스>는 지난 2004년 6월 7일 '200억으로 1200억 빚 탕감하려 한 모럴 해저드'라는 기사를 통해 이와 비슷한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최근 단국대 이전사업에 참여했던 시행브로커 김선용 전 세경진흥 대표를 전격 구속한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정병두 검사)는 예보가 보유하고 있는 856억여원의 채권(단국대 이전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부실채권)을 특정 시행업체와 짜고 약 250억원에 매각하려 했다는 단서를 잡고 수사중이다.

이러한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공공기관의 심각한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에 대한 비판이 다시 거세게 일 것으로 보인다. 공적자금을 회수해야 할 예보가 엄청난 공적자금을 손실시키려 했다는 비판을 피해갈 수 없다는 얘기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한 시행업체가 2004년도에 예보가 보유하고 있던 채권을 싼값에 매수하려는 시도가 있었고 예보 내부에서도 이에 협력했다는 의혹이 있다"며 "공매 공고 과정에서 벌어진 특정업체와 예보 간의 커넥션을 집중 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 시행업체는 예보와 짜고) 856억여원의 채권을 4분의 1 가격에 매수하려고 했던 것 같다"며 "그 채권에 공적자금이 투입됐다는 점을 감안할 때 그 차액만큼의 공적자금 손실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 관계자는 "그 차액을 몇몇 사람들이 개인적으로 착복하려 했다는 의혹도 있어 엄청난 문제"라며 "너무 심하다 싶을 정도로 요지경"이라고 꼬집었다.

검찰은 어제(27일) 예보를 전격 압수수색했으며, 28일부터 관련자들도 소환조사할 계획이다. 검찰이 공공기관인 예보를 압수수색하는 일은 전례가 없던 일로 조사결과에 따라 관련자 처벌 등 엄청난 파장이 예상된다.

이와 함께 감사원도 예보에 대한 특별감사를 실시해 '공적자금 손실' 의혹을 철저하게 파헤치고, 8년 동안 방치된 공적자금을 하루빨리 회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예보가 단국대 채권매각 요청에 응하지 않은 진짜 이유는?

▲ 예금보험공사가 지난 2004년 1월 27일 일간지에 낸 단국대 이전사업 관련 부실채권 매각공고문.
ⓒ 오마이뉴스 구영식
단국대는 지난 2004년 1월 2일 시행업체인 스타포드와 단국대 이전사업 약정서를 체결했고, 스타포드와 우리은행은 예보가 보유하고 있는 부실채권(수익권증서) 회수에 나섰다. 이런 와중에 예보는 같은해 1월 27일 채권매각 공고를 냈다.

당시 예보는 채권의 최초 매각금액을 1435억원으로 설정하고 공매를 진행했다. 공매에 앞서 몇몇 업체들은 약 100억원에서 580억원까지 다양한 매입가를 제안했지만 실제 입찰에는 응하지 않았다. 결국 6회에 걸친 공매 끝에 채권매각은 중단됐다.

예보 측은 "응찰자가 없어 매각이 중단됐다"고 해명했지만 당시에도 '수의계약을 통한 헐값매각' 의혹이 강하게 제기됐다. 즉 공매가 무산된 이후 수의계약을 통해 스타포드에 헐값으로 채권을 매각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당시 단국대 이전사업에 참여하고 있던 스타포드조차 입찰에 응하지 않아 그러한 의혹에 힘을 실었다.

특히 예보는 당시 채권매각 조건에 ▲낙찰자 변경 금지 ▲전매행위 금지를 적시해 단국대 이전사업자(당시는 스타포드) 외에 다른 업체들은 공매에 참여할 수 없도록 만들어 의혹을 샀다.

또 단국대와 신탁계약을 체결했던 한국부동산신탁(한부신) 측은 예보가 공매를 진행하기 전 공문을 보내 단국대와 협의해 공매를 진행하도록 권고했다. 이는 헐값매각에 따른 국고손실을 우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게다가 예보는 이후 채권 매수를 희망하는 일부 업체들의 공매 요청에도 불구하고 공매를 진행하지 않았다. 단국대도 휴지조각이나 다름없지만 공적자금이 투입된 채권이라는 점을 감안해, 이를 회수하기 위해 최근까지 10차례나 공매를 요청했지만 예보는 이에 응하지 않아 의혹을 더욱 키웠다.

또 예보가 이후 공매를 진행하지 않음으로써 한부신이 입은 피해도 크다. 한부신은 이후 예보가 공매를 진행하지 않아 이미 용인 신캠퍼스 공사비로 지불한 500억원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 예보가 보유하고 있는 856억여원의 채권은 단국대와 한부신의 신탁계약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공매를 통해 신탁계약이 해지되어야만 500억원을 돌려받을 수 있다.

예보-스타포드 커넥션 의혹...수의계약을 통한 헐값 매각 시도?

▲ 매각공고 전에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시행업체 스타포드의 내부문건. 이 문건은 예보와 시행업체가 수의계약을 통한 헐값 매각(250억)을 공모했을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 오마이뉴스 구영식
의혹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예보는 지난 2003년 11월 13일 세경진흥과의 대여금 반환 소송에서 승소했다. 이에 따라 예보는 세경진흥으로부터 856억여원을 돌려받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예보는 세경진흥이 채무변제능력이 전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세경진흥이 가지고 있는 채권(한남동 부지 매매대금 반환채권 1200억원)에 대해 압류 등 어떤 법적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결국 돌려받을 수 있었던 856억여원의 채권의 시효는 지난 2004년 8월 18일부로 소멸됐다. 즉 대여금 반환을 집행할 예보가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아 856억여원의 채권이 휴지조각이 된 셈이다. 이는 예보가 856억여원의 공적자금 회수를 스스로 포기한 행위나 다름없다. 한마디로 '직무유기'를 한 것이다.

그렇다면 왜 예보는 856억여원을 회수하기 위해 소송을 제기해 승소해놓고 채권의 시효가 소멸되도록 방치한 것일까? 이 대목에서 예보가 특정업체와 결탁, 수의계약을 통해 헐값으로 채권을 매각하려 했다는 의혹이 또다시 제기되고 있다.

여러 가지 정황을 종합할 때 예보는 특정업체와 수의계약을 하기 위한 조건들을 하나씩 만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낙찰자가 있을 수 없도록 공매를 한 것(2004년 1월 27일∼2월 24일)이나, 스스로 제기한 소송에서 승소하고도 채권시효가 소멸되도록 방치한 것(2003년 11월 13일∼2004년 8월 18일)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는 예보가 단국대와 일부 업체들의 공매 요청에 예보가 응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해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러한 정황들은 당시 단국대 이전사업에 참여하고 있던 특정업체(스타포드)와 예보가 결탁하고 채권의 헐값매각을 추진했음을 짐작케 한다. 당시 예보를 상대로 로비를 펼쳤던 스타포드 전 대표 K씨(현재 수감중)도 최근 검찰조사에서 "당시 진행된 채권매각 공고는 형식에 불과했다"고 말해 예보-스타포드 헐값매각 공모 가능성을 시인했다.

실제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스타포드의 내부문건들도 이러한 의혹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예보가 채권매각 공고(2004년 1월 27일)를 내기 직전에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스타포드 내부문건('채권사 정리방안')에 따르면, 스타포드는 전매행위 금지조항을 넣어 공매를 유찰시킨다는 방안을 적시해놓았다. 이는 예보의 공매과정(2004년 1월∼2월)에서 그대로 실행됐다.

특히 이 문건에는 '2004년 2월 24일 이후 당사자간 구도가 완료되면 수의계약 추진'을 한다는 것과 채권매각가를 250억원으로 예상한 내용이 눈길을 끈다. 이는 예보와 스타포드가 짜고 수의계약을 통해 856억여원의 채권을 250억원에 매각·매입하려 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예보의 한 관계자는 27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왜 우리가 헐값에 매각하려 하겠느냐"며 의혹을 일축한 뒤 "관련자들이 검찰에 소환되면 충분히 해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기자가 거듭 헐값매각 의혹을 제기하자 "계속 그런 주장을 하면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고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공적자금 헐값매각에 따른 차익 배분 기도 의혹

결국 예보와 스타포드의 계획대로 진행돼 856억여원의 채권이 약 250억원에 매각됐다면 600억여원의 혈세(공적자금)가 날아갈 뻔한 것이다. 다행히 K씨가 지난 2004년 10월 검찰에 구속됨으로써 현재 헐값매각은 중단됐다고 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해온 예보의 행태는 같은 공공기관인 한국자산관리공사의 처신과 대비된다. 스타포드가 600억여원의 채권을 50억원이라는 헐값에 매입하려 했지만 자산관리공사에서는 특별채권부가 나서 삼삼종금과 단국대로부터 약 650억원을 회수받는 약정을 체결해 수백억원의 공적자금 손실을 막았다는 것이다.

한편 공적자금이 투입된 채권을 헐값에 매입한 뒤 그 차익을 배분하려 했다는 의혹과 관련, 현역 정치인의 이름도 거론되고 있어 검찰의 수사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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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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