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어, 집나간 며느리와 함께 돌아오다?

[오지고 푸진 맛] 전남 여수 소호동의 '산아래횟집'

등록 2007.08.08 09:58수정 2007.08.08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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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전어는 산란 직전이라 살과 뼈가 아주 부드럽고 연하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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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어회 ⓒ 조찬현

봄 도다리, 가을 전어라고 했던가. 남해안에 전어가 돌아왔다. 제철을 맞은 전어 잡이 어선들은 고흥 나로도 앞바다와 보성 득량만, 여자만, 광양만 등지에 형성된 어장으로 전어 잡이를 나간다. 올 처음으로 5∼6월 2달간 금어기가 설정돼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전어가 많이 잡힐 것으로 보여 어부들은 꿈에 부풀어 있다.

아직 철 이른 감이 있지만 여수 소호동의 횟집에 전어가 들어왔다는 소식을 듣고 '산아래횟집'을 찾았다. 커다란 접시에 해산물이 총집합했다. 왕새우와 삶은 문어 붉은빛을 띤 개불, 꼬득꼬득한 해삼과 소라, 살아 꿈틀대는 산낙지가 한데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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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어회와 찰떡궁합 된장양념 ⓒ 조찬현

전어 뼈꼬시는 누가 뭐래도 역시 된장빵이 최고!

이집은 바닷가로 평상이 쭉 펼쳐져 있어 제법 운치가 있다. 그곳에 운 좋게 자리 잡으면 바다를 바라보며 맛있는 회를 즐길 수 있다. 해질 무렵이 가장 아름답다. 노을 지는 바다위에 고추잠자리 날고 바닷가의 가로등이 하나둘 켜지면 산등성이 집들도 덩달아 불을 밝힌다.

전어 뼈꼬시(회)에는 누가 뭐래도 역시 된장빵이 최고다. 된장양념을 살펴보자. 땡초와 마늘 썰어 넣고, 통들깨 빻아 넣고, 된장에 참기름이 들어갔다. 잘 섞어서 뼈꼬시 쌈에 얹어 먹으면 그 맛에 정말 깜빡 간다. 반으로 자른 붉은 양파에 전어회를 가득 담아 된장 양념을 얹어 먹어도 일품이다. 양파와 먹으면 입이 개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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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어회와 붉은 양파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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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도 유지를 위해 항아리에 얼음을 가득 넣고 그 위에 회를 담은 대바구니를 얹었다. ⓒ 조찬현

싱싱한 전어회가 대바구니에 듬뿍 담겨 나온다. 선도 유지를 위해 항아리에 얼음을 가득 넣고 그 위에 회를 담은 대바구니를 얹었다. 이렇듯 회의 신선도 유지를 위해 세심한 배려를 했다.

좀 이르다 싶었는데 벌써 전어 살이 제법 올랐다. 차지고 고소하다. 맛에 취해 정신없이 먹다 포만감으로 고개 들어보니 어느새 소호바다에는 물이 들기 시작한다. 드디어 집나간 며느리와 함께 돌아온 그 유명한 전어구이가 나왔다. 맛을 보면 과연 헛된말은 아니었구나 하고 무릎을 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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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올 만큼 죽여주는 냄새를 풍기는 전어구이 ⓒ 조찬현

전어구이 맛있게 먹는 방법

전어는 맛이 매우 뛰어나서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는 '기름이 많고 달콤하다'라고 기록되어 있고, 서유구의 <임원경제지>에는 '가을전어 대가리엔 참깨가 서 말'이라는 기록이 있다.

전어구이는 머리부터 꼬리까지 하나도 버릴 게 없다. 통째로 뼈까지 다 씹어 먹는다. 전어는 다른 고기와 달리 내장을 제거하지 않으므로 창자와 쓸개의 쌉쌀함까지 맛볼 수 있다. 구이용으로는 15cm 정도의 크기가 알맞다.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올 만큼 죽여주는 냄새를 풍기는 전어구이는 그 냄새만 맡아도 입맛이 동한다. 전어구이는 뼈째로 먹어야 진짜 고소한 맛을 느낄 수 있다.

감칠맛과 영양이 뛰어난 전어는 다른 고기에 비해 빗댄 말들이 유난히 많다. 전어 하면 으레 따라다니는 '가을 전어 굽는 냄새에 집 나간 며느리 돌아온다.' '가을 전어 머리엔 깨가 서 말'이다. '가을전어는 며느리 친정 간 사이 시어미가 문을 걸어 잠그고 먹는다', '죽을 결심을 하고 강둑에 오른 사람이 가을 전어 굽는 냄새에 자살을 포기한다' 등등 이루 헤아릴 수 없다.

전어는 가을에 지방 성분이 봄과 겨울에 비해 최고 3배까지 높아져 과연 '가을 전어 머리엔 깨가 서 말'이라 할만하다. 또한 전어 굽는 냄새가 1㎞까지 퍼진다고 하니 집 나간 며느리와 자살하러 간 사람이 돌아온다는 말도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조선 후기 실학자인 서유구는 <임원경제지>라는 책에서 전어를 '찾는 사람들이 돈을 생각하지 않아 전어(錢魚)라고 했다'고 기록했다.

한방에서는 전어가 위를 보호하고 장을 깨끗하게 하며 몸 속 찌꺼기 배출을 도와 아침에 팔다리가 붓거나 무거운 증상에 효험이 있다고 한다.

전어회(뼈꼬시)는 뼈 채 썰어 먹어야 별미

'전어구이가 깨가 서 말이면 전어회는 깨가 다섯 말이다'라는 말도 있다. 전어회는 뼈 채 썰어 먹어야 입이 즐겁다. 뼈가 억세지 않고 부드러운 전어는 꼭꼭 씹으면 구수한맛이 난다. 초고추장보다는 된장이 더 잘 어울리는 전어 뼈꼬시는 전어 특유의 고소한 맛과 구수한 된장이 만나야 비로소 환상적인 맛이 살아난다.

상추 한 장 깻잎 한 장, 그 위에 풋고추와 마늘 그리고 양념한 된장을 턱하니 올린 일명 된장빵은 전어회의 백미다. 기름진 전어의 살과 뼈가 갖은 양념과 어우러져 입안에서 아름다운 하모니를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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횟집 평상에서 바라본 소호바다 풍경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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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산물 총집합, 왕새우와 삶은 문어 붉은빛을 띤 개불, 꼬득꼬득한 해삼과 소라, 살아 꿈틀대는 산낙지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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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어회 기본 상차림. ⓒ 조찬현

국립수산과학원의 최근 연구결과에 의하면 실제로 가을전어의 지방 성분이 봄과 겨울보다 최고 3배나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전어 뼈의 칼슘이 체내에 잘 흡수되는 인산칼슘이어서 중년 여성의 골다공증 예방과 치료에 더욱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고 밝힌 바 있다.

전어는 실은 계절에 관계없이 사철 잡히는 생선이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유독 가을 전어에 집착할까. 거기에는 다 이유가 있다. 가을 전어는 다른 계절에 비해 지방 함량이 세 배나 높기 때문이다. 가을전어는 산란 직전이라 살과 뼈가 아주 부드럽고 연하다. 그래서 뼈째 먹어도 맛있다. 이정도의 맛과 영양이라면 집나간 며느리가 돌아 올만도 하지 않은가.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뉴스큐에도 보냅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뉴스큐에도 보냅니다.
#가을전어 #깨가 서말 #전어회 #전어구이 #뼈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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