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보성군 벌교읍은 '대 공사중'

[09-017] 일제강점기와 분단 아픔이 있는 '살아있는 교육관' 만들어

등록 2009.08.10 17:54수정 2009.08.10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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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교읍 부용산에서 본 벌교읍 소도읍가꾸기 공사현장 ⓒ 서정일


전라남도 보성군 벌교읍은 지금 한창 공사 중이다. 읍 전체가 거대한 공사장으로 변했다. 먼저 외곽지대를 보면, 목포-광양간 도로가 벌교를 지나면서 벌교읍 칠동마을앞에는 톨게이트 공사로, 벌교읍 진석 갯벌체험장 앞은 다리공사로 부산하다.


읍내로 눈을 돌려보면, 소도읍 가꾸기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 중인 태백산맥 문학거리 조성을 위해 벌교읍 절반을 헤집어 놓고 있다. 또한, 벌교천에는 벌교읍 최초로 사람만이 통행할 수 있는 현수교 공사가 한창이다. 관급 공사와 발맞춰 개인들도 크고 작은 공사로 바쁘다. 부용산 공원위에서 내려다보면 벌교는 지금 그야말로 거대한 공사장이다.

이런 벌교의 모습을 보고 어떤 이는 일본 자본이 들어와 벌교를 개발하던 1908년의 모습이 떠오른다고 말한다. 또, 어떤 이는 '1940년대 초반 시로 승격하기 직전의 벌교 모습이 이러지 않았을까' 하고 상상을 하기도 한다.

벌교읍은 일제강점기와 분단시대의 현장 만들기 한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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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교읍내 모습, 태백산맥 거리를 만들기 위해 공사중이다 ⓒ 서정일


벌교는 70년대 후반부터 시간이 멈춘 도시다. 40년대엔 전라남도에서 3대 도시에 낄 만큼 쟁쟁하던 곳이 이후 급속히 냉각된 것은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로 '보성군의 냉대'를 꼽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은 "보성군에서 서자처럼 생활하다가 고아가 된 것"이라고 비유하고 있다.

"보성군이 벌교에 있던 세무서를 비롯한 각종 관공서와 금융기관 단체 등을 보성으로 옮겨가서 제 식구(보성읍)만 챙기기 시작했다"는 벌교민의 볼멘소리가 그것이다. 수년전, 보성에서 벌교 꼬막축제 예산을 삭감했다는 이유로 벌교민들이 대대적으로 순천시로 가겠다고 으름장을 놨던 사건도 같은 맥락에서 나온 얘기다.


하지만 이런 진통을 겪고 난 이후, 보성과 벌교가 머리를 맞대고 내 놓은 안이 "시간이 멈춘 도시답게 벌교를 일제강점기와 6·25 동란 무렵으로 되돌리자는 태백산맥거리 조성사업"이었다. 이것은 여러 가지 포석을 깔고 있는데 그중 대표적인 것이 "순천시 낙안에서 조선시대를 봤으면 보성군 벌교에서 일제강점기와 분단시대의 현장을 보세요"라는 뜻이다.

2012 여수세계해양박람회 참가자 여러분 벌교로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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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광양간 고속화도로 공사중인 벌교읍 진석마을앞 ⓒ 서정일


그러나 그것만 가지고 현재 벌교를 발칵 뒤집고 있는 공사를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귀띔하는 사람들이 있다. 도시 전체를 리모델링하다시피 하는 것은 1000일 정도 남은 2012 여수세계해양박람회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이유를 들어보면 일리가 있어 보인다.

타 시군에서 들으면 어쩔지 모르지만 대대적인 벌교 공사는 여수세계해양박람회가 조용한 자연 박람회의 성격을 띠고, 인근 순천시가 순천만 정비 등을 통해 친환경을 부르짖고 있어 좀 시끌벅적한 음식, 숙박, 관광 지구는 벌교(?)뿐이라는 결론에서 나왔다고 한다. 물론 그동안 보성군에 대한 벌교민들의 섭섭한 마음도 풀 겸 일석이조라는 분석이다.

벌교 주민들은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러면서도 "이번에는 제대로 공사 좀 해달라"는 주문을 빠트리지 않는다. 지난 80년대 벌교의 얼굴이며 보물인데 완전히 버려놨다는 평을 듣고 있는 보물 제304호인 홍교 공사의 악몽을 떠올리기 때문이다.

벌교읍은 현재 공사 중. 하지만 그 공사가 벌교 100년의 미래를 내다보는 의미 있고 완벽한 공사가 되기를 바라는 지역주민들의 마음은 1차적으로 여수세계해양박람회를 겨냥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조선시대의 모습을 갖춘 낙안과 보조를 맞춰 일제강점기와 분단의 아픔이 있는 '한국의 살아있는 교육관'으로 벌교를 자리매김해야 한다는데 그들의 마음이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낙안군과 낙안군 폐군(廢郡) 
현재의 순천시 외서면을 비롯해 낙안면, 별량면 일부, 보성군 벌교읍 그리고 고흥군 동강면, 대서면 일부의 땅은 옛 낙안군이었다. 101년 전인 지난 1908년 10월 15일, 일제는 항일투쟁무력화, 동학혁명진원지 분산, 침략거점 도시화를 위해 낙안군 자체를 없애버리고 주민들을 인근 지역 세 곳으로 강제 편입시켰다.

덧붙이는 글 | 예고: [09-018] 분위기는 거시기 하지만 물은 좋네,
남도TV


덧붙이는 글 예고: [09-018] 분위기는 거시기 하지만 물은 좋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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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안군 #남도TV #스쿠터 #낙안 #벌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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