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충남지사의 이해할 수 없는 'MB 맹신'

[取중眞담] 총리는 때리고 대통령에게는 예의... 그의 믿음은 언제까지?

등록 2009.11.05 11:28수정 2009.11.05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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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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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구 충남지사 ⓒ 심규상

이명박 대통령이 세종시 원안수정 방침을 밝혔습니다. 이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세종시 원안' 수정 방침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 대통령은 4일 오후 정운찬 국무총리의 주례보고 자리에서 "세종시의 대안은 원안보다는 실효적 측면에서 더 발전적이고 유익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이 전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세종시 문제에 대한 대안을 만드는 기준으로 ▲ 국가경쟁력  ▲ 통일 이후의 국가 미래 ▲ 해당 지역의 발전 등 3가지를 제시하면서 이 같은 점을 염두에 두고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합니다.

의아한 것은 이완구 충남지사가 이명박 대통령의 세종시 원안수정 방침을 대하는 태도입니다. 이 지사의 이 대통령에 대한 맹신에 가까운 믿음은 끝이 없습니다.

지난 9월 9일 이 지사는 정운찬 국무총리 내정자와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세종시 수정 발언에 대해 기자간담회를 통해 '충청의 영혼'이라는 수식어를 동원해 강도 높게 비난했습니다. 하지만 이 대통령에 대해서는 "일부 참모들이 총리 내정자와 같은 생각을 할 수는 있지만 대통령은 동의하지 않는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MB에 대한 이완구 지사의 끝없는 믿음  

이 대통령은 지난달 17일 과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장·차관 워크숍'을 통해 "정권에는 도움이 안 될지라도 국가에 도움이 된다면, 한때 오해를 받는 한이 있더라도 그것을 택해야 한다"는 말로 세종시 수정 방침을 구체화했습니다. 하지만 이 또한 이 지사에게는 언론의 '추론'에 불과할 뿐이었습니다.

이 지사는 지난달 27일 기자간담회에서도 "이명박 대통령이 (세종시 수정에 대한) 공식적 언급이 없는 상황에서 추론을 근거로 현직 지사가 대통령을 거론하는 것은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는 현직지사가 (대통령에게) 지켜야 할 기본적인 예의"라고 덧붙였습니다.


그의 표현대로 여기까지는 '대통령의 공식 언급'이 없었으니 개의치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원안수정 방침을 공식화했음에도 여전히 '추론'을 내세우는 이 지사의 태도는 세종시를 대하는 진정성마저도 의심스럽게 합니다.  

이 지사는 4일 긴급기자간담회를 자처해 정운찬 국무총리가 밝힌 세종시 수정 방침을 맹비난했습니다. 이 지사는 정 총리에 대해 "겨우 3개월 남은 내년 1월까지 최종안을 만들겠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그동안 대안과 방향도 없이, 심지어 소신도 없이 '국가대사'를 언급했었느냐"고 따졌습니다.

언론 보도만으로 단정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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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충청지역 정치,시민단체, 연기주민들이 국정감사에 맞춰 충남도청 앞에 모여 세종시 수정입장을 밝힌 이명박 대통령을 심판하자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심규상


하지만 그는 이 대통령에 대해서는 "결론적으로 오늘 발표는 총리의 개인적인 생각일 뿐, 대통령의 생각은 여전히 (원안추진이) 유효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기자들이 청와대 홍보수석이 전한 이 대통령의 발언 전문을 읽기까지 했으나 이 지사는 "언론 보도만으로 단정할 수 없다"며 언급을 회피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정 총리에 대해서는 "이 문제로 인해 대통령의 국정 부담이 얼마나 크겠느냐, 대통령을 보필할 자세가 안 돼 있는 것"이라는 말로 세종시 수정론의 진원지를 이 대통령이 아닌 정 총리 개인으로 몰아붙이기까지 했습니다.

이 지사가 총리와 한나라당 의원, 경기도지사를 '예의 없이' 때리는 일을 주저하지 않으면서도 유독 이 대통령에게만은 '믿음'과 '예의'를 내세워 자세를 낮추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이 지사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세종시에 지사직을 걸겠다'고 공언해 왔습니다. 이는 도민의 뜻을 받들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도민들은 이 대통령에 대한 믿음을 접고 정권퇴진운동도 불사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도민들은 이 지사가 정 총리에게 "그동안 대안과 방향도 없이 '국가대사'를 언급했었느냐"고 따지듯 이 대통령에게도 "그동안의 세종시 원안추진 약속은 충청권 표심을 얻기 위한 술수였느냐"고 몰아붙이는 '도민에게 예의 바른 도백'을 바라고 있습니다.

이는 이 지사가 언제까지 믿음과 예의로 대통령을 대할지 여부가 궁금해지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완구 #충남지사 #세종시 #이명박 대통령 #정운찬 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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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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