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박지원, '불임정당' 민주당 '수권정당' 만들까?

[정치 톺아보기] 손학규와 정동영-정세균 그리고 박지원의 길

등록 2010.10.07 21:05수정 2010.10.07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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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오후 인천문학경기장에서 열린 민주당 2차 정기전국대의원대회에서 민주당 신임대표에 당선된 손학규 후보가 당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 남소연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유세 기간에 박지원 원내대표를 인터뷰한 적이 있다. 촌음을 아끼는 스케줄 탓에 인터뷰는 유세장과 유세장을 오가는 승용차 안에서 짬짬이 이뤄졌다. 지난 5월 '재수' 끝에 제1야당의 원내사령탑을 맡은 그가 당시 '오프 더 레코드'를 전제로 전해준 '당심'의 변화는 '손학규를 주목하라'는 것이었다.

1년새 선거를 두 번 치르는 동안 민주당의 '당심'이 무섭게 변했다는 것이다. 그가 원내대표 경선에 나선 첫해(2009년)만 해도 민주당은 정동영-정세균이 '대주주'였다. 그런데 올해 두 번째 출마 때 체감한 '당심'의 밑바닥 정서는 '정동영=비호감 증가, 정세균=존재감 없음, 손학규=호감 증가'로 바뀌었다.

의원들의 정서는 대의원과 당원 그리고 민심에 영향을 미치게 되고, 의원들의 정서는 민심의 밑바닥 정서를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이런 정서에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선거에 출마한 공직후보들이다. 선거는 '인지+호감도'가 좌우한다. 당장 6·2 지방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이 중앙당에 지원을 요청한 초청연사 1순위도 손학규였다.

'춘천 칩거 2년'의 효과였다. 그가 지난 2008년 4월 총선 패배후 쫓겨나듯 춘천의 산골로 들어갔을 때, 사람들은 "춘천에 얼마나 있겠어"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러나 그는 꿈쩍 안 하고 묵묵히 '체력'을 단련했다. 지난해 10월 재보선과 6·2 지방선거에서 보듯, 그는 출마 권유도 거절하고 춘천의 농가에서 닭을 치면서 당이 필요로 할 때는 나와서 당을 돕고 선거가 끝나면 다시 춘천으로 돌아갔다.

[손학규의 길] '도광양회'에서 '화평굴기'로 춘천 칩거의 효과

박지원 원내대표가 '오프 더 레코드'로 전한 '당심'의 변화는 손학규의 대표 당선으로 현실화되었다. 이른바 중국의 굴기(堀起) 외교에 빗대면, 철저한 도광양회(韜光養悔, 명성을 드러내지 않고 어둠 속에서 힘을 기름)한 끝에 화평굴기(和平堀起, 평화적으로 우뚝 섬)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손학규는 2007년 3월 '시베리아'나 다름없는 민주당에 적수공권(赤手空拳)으로 들어왔다. 빈손이었기에 그는 지난 대선 패배 이후 당대표를 맡는 '독배'를 들었고, 총선 패배 이후에도 훌쩍 떠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는 춘천 칩거 2년만에 여의도로 돌아왔고, 정계 복귀 2달만에 당대표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한나라당 출신으로 '시베리아'(통합민주당)에 빈손으로 들어와 2년 6개월여만에 민주당 대표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진정성이 대의원과 당원들에게 통했기 때문이다. 설령 그것이 고도의 정치적 행위일지라도, 춘천 칩거 2년 동안 그가 보인 행보에서 선당후사(先黨後私)의 진정성이 느껴진 덕분이다.

'당심'과 '민심'은 서로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조응한다. '당심'뿐 아니라 '민심'에서도 이미 변화가 감지되었다. 지난 9월 <오마이뉴스>가 여론조사기관 케이스파트너스와 한백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국민의 생활현황 및 정치의식 패널조사' 결과는 이를 잘 보여준다(표본은 '패널인사이트' 패널회원 84만여명 가운데 1000명, 허용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김효석박주선손학규정동영정세균천정배한명숙없다
구태의연한 정치인0.95.613.922.815.02.69.030.2
부유층 우선 정책에 동조2.15.612.612.87.54.47.347.7
양극화 빈부격차 해소 노력0.61.214.87.12.45.222.845.9
믿음직한 신뢰감0.51.515.27.73.75.022.144.3
공인으로서 분명한 처신1.21.714.36.43.46.219.147.7
지방과 수도권의 상생 발전 1.01.017.97.93.24.112.652.3
국가 미래 비전과 전략0.21.014.17.92.43.611.958.9
생활이 서민적이고 소박1.01.815.15.52.64.715.254.1
2인자 역할 이미지1.93.28.016.710.66.916.136.6
신선한 사고와 행동1.71.89.96.737.710.558.7
위기관리 능력0.80.918.69.35.23.821.939.5
전통 지배세력을 바꿀 개혁가 1.51.612.49.72.37.913.950.7
국정전반의 해박한 지식 1.41.317.210.24.24.911.749.1
말과 행동에서 진정성 0.51.115.26.13.06.120.947.1
항상 꿍꿍이가 있어 믿기 어려움 0.63.411.723.810.146.440.0
국제적 인물로 세계적인 시각 0.70.810.18.31.93.46.168.7
자신의 감정이나 표현을 절제0.92.112.86.94.85.7
14.752.1
분명한 정치적 소신과 입장 0.62.316.08.34.18.117.842.8
공격적이며 독선적인 언행 1.03.67.815.47.26.34.254.5
한반도 평화 강화 능력0.10.98.59.62.82.310.765.1

이 패널조사에서 국민에게 투영된 정치인의 이미지 조사결과에 따르면, 민주당 정치인 7명 중에서 손학규는 ▲ 지방과 수도권의 상생발전(18%) ▲ 국정전반에 걸친 해박한 지식(17%) 등 4개 항목에서 비교 우위를 가진 가운데 ▲ 위기관리 능력(19%)과 ▲ 분명한 정치적 소신(16%) 등 6개 항목에서 관련 이미지를 '형성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민주당 '빅3' 가운데서 가장 안정적 기반을 구축한 가운데 확장 잠재력이 큰 정치인으로 인식된 것이다.

단순 호감도는 한명숙(44%) > 손학규(35%) > 정동영(25%) > 천정배(23%) > 정세균(18%) 순으로 나타났고, 평균 호감도 지수는 한명숙(56%) > 손학규(52%) > 천정배(48%) > 정동영(43%) > 정세균(42%) 순이었다. 한명숙을 제외하곤 두 항목 모두 가장 앞섰다.

'빈손' 손학규, '버리면 채워진다' 체득...화합과 통합이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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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오후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열린 민주당 2차 정기전국대의원대회에서 민주당 신임대표에 당선된 손학규 후보가 당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 남소연

손학규 지목도와 호감도가 비교적 높게 나온 것은 새로운 인물이 민주당을 이끌 것을 기대하는 욕구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 지지자의 입장에서 보면 '한나라당 인물'이라는 핸디캡이 있지만, 지표상으로는 정체성 시비가 상당 부분 극복되어 적어도 수도권에서는 "당을 한번 맡겨보면 어떠냐"는 정서가 퍼진 결과로 해석되었다.

또 손학규의 지목도가 높은 것은 민주당 지지자들이 '비호남 후보'를 선호하는 트렌드와 무관치 않아 보였다. 손학규는 이번 당대표 경선에 나서면서 '불임정당' 민주당의 '수권정당'화를 강조함으로써 자신의 대권 도전 의지를 간접으로 드러냈는데 그것이 주효한 셈이다. 호남 출신 후보로는 한나라당의 영남 단독 후보(박근혜)를 이길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손학규를 당대표를 만든 것이다.

그러나 손학규는 여전히 대선 필승카드가 아니라는 게 현재 민주당의 고민이다. 사실 현재의 민주당을 '약체'로 만든 상당한 책임은 그에게도 있다. 특히 야성을 상실한 민주당 비례대표 진용을 짠 책임이 크다. 좀더 '왼쪽'(진보)과 야성 회복을 주창하는 쇄신연대측과 화합과 통합을 이뤄가야 할 책임도 그에게 있다.

정치인 손학규는 대표적인 중도 개혁주의자다. 반면에 민주당은 이번 전대에서 '중도개혁주의'를 삭제하는 등 정강정책의 변화를 꾀했다. '중도'에서 '진보' 쪽으로 좀더 이동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그는 이번 전대에서 진보와 중도를 구분하지 않는 '국민생활 우선정치'를 내세웠다. 그가 당선 일성으로 정강의 '중도개혁주의' 삭제개정에 동의하면서도 '집권 없는 진보는 의미 없다'고 강조한 것도 그 연장선 상에 있다.

따라서 장기적으로는 진보와 복지를 양축으로 정동영 최고위원 및 쇄신연대측과 노선 투쟁에 휩싸일 가능성도 있다. 특히 정동영-천정배 최고위원은 손학규호를 진보와 복지 양축으로 '견인'할 태세다. 다행스런 점은 김대중 정부 시절에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진보학계의 거목'인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가 손학규의 후원회장을 맡은 점이다.

손학규의 리더십은 이제 시험대에 올랐고, 민주당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정동영의 길] 부정적 이미지 극복이 관건...진정성 보여줘야

 매우
비호감
약간
비호감
보통약간
호감
매우
호감
비호감호감비인지평균
김효석 5.216.027.65.50.321.25.845.440.7
박주선7.520.526.85.50.528.06.039.238.1
손학규8.919.630.826.58.728.535.25.551.7
정동영17.223.830.019.75.441.025.13.942.8
정세균11.424.032.814.63.135.417.714.142.4
천정배9.418.233.817.45.627.623.015.647.5
한명숙12.613.126.526.217.625.743.84.056.0

노무현 정부 5년 동안 유력한 정치인 7명이 장관으로서 국정 경험을 쌓았다. 김근태(복지부), 김두관(행자부), 유시민(복지부), 이용섭(행자부, 건교부), 정동영(통일부), 정세균(산자부), 천정배(법무부) 등이 그들이다.

정동영은 한때 참여정부의 '황태자'이자 2인자로 불렸다. 2004년 총선 때는 당의장으로 전주 지역구를 포기하고 비례대표 하위권(22번)으로 배수진을 쳐 열린우리당의 승리에 앞장섰다. 이른바 노인 폄하 발언으로 비례대표 후보직을 사퇴함으로써 본인은 원내 진입에 실패했지만 다수의 계보를 원내에 진출시킨 열린우리당의 '최대주주'였다.

그러나 이후 열린우리당 해체 과정과 여권 대선 후보로서 노무현 대통령과 '차별화'를 꾀하는 과정에서 친노세력과 불신의 골이 깊어졌다. 2008년 총선 때는 친정동영계가 상당수 공천에서 배제된 가운데 서울 동작구에서 정몽준 후보에게 패했다. 그후 정세균 대표체제에서 2009년 4월 재보선 공천에서 배제되자 탈당후 무소속으로 출마해 5년만에 원내에 복귀했다.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 ⓒ 남소연

대선 후보였던 그의 원내 진입은 상처뿐인 영광이었다. 그는 복당하면서 한껏 몸을 낮췄고, 당대표 경선에 출마하면서 '반성문'도 썼다. '담대한 진보'와 '역동적 복지국가'를 내건 그는 비록 '넘버 2'일망정 비주류 연합 결사체의 수장으로 민주당 지도부에 복귀했다. 문제는 여전히 '반성의 진정성'을 의심받고 있는 점이다.

앞서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정동영은 민주당 내에서 가장 부정적인 이미지 속성을 가진 정치인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는 '구태의연한 정치인'(23%), '항상 꿍꿍이가 있어 믿기 어려움'(24%) 등의 이미지를 '확보'하고, '2인자 역할 이미지'(17%), '공격적이며 독선적인 언행'(15%) 등의 이미지를 '형성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모두가 부정적인 이미지 속성이다. 대선 이후 정치 행보에 대한 국민의 비판적 인식이 투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그의 진정성 획득은 경선에서 내걸었던 '전당원 투표제', '담대한 진보', '역동적 복지국가' 같은 구호와 약속을 얼마나 충실하게 실천하느냐에 달려 있다.

그가 당의장을 두 번 지낸 열린우리당 시절, 지역위원장 등 모든 당직의 선출권은 당원이 가졌다. 그러나 이후 민주당의 대의구조는 달라졌다. 당헌에서 보장된 당원의 선거권은 당규에서 사라졌다. 그의 노력으로 민주당 당헌 1조를 '민주당의 당권은 당원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당원으로부터 나온다'고 명문화한 것은 평가할 만하다. 이제 그가 약속했던 대로 전당원 투표제를 도입해 당원이 대표 선출권을 갖도록 해야 한다. 현재의 대의원 구성 비율도 100% 지역인구비율을 적용하도록 해 전국정당의 기초를 만들어야 한다.

당의장을 두 번 맡은 열린우리당 시절에 그는 중도실용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기득권 세력의 '세금폭탄론'에 아무런 비판 없이 '종부세 완화'를 주장했다. 따라서 그에게는 민주당을 구호가 아닌 실천으로 진보와 복지로 견인할 원초적 책임과 의무가 있다.

그가 주창하는 역동적 복지국가는 '공정한 경제'와 '보편적 복지'를 강조한다. 공정사회는 승자 독식이 아니고 패자 부활의 기회가 주어지는 사회다. '패자 부활전'의 기회는 정동영에게도 주어져야 한다. 그리고 부활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는 그의 진정성에 달려 있다.

[정세균의 길] '존재감 없음' 극복이 관건...존재감 보여줘야

정동영 공천 배제(탈당후 전주 무소속 출마) 사건은 정동영뿐만 아니라 민주당의 정치문화에도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웠다. 본래의 지역구(전주) 출마를 고집한 그의 선택은 대선후보답지도 않고 전국정당화의 지상과제에도 반하는 것이다. 그러나 대선후보의 화려함에 가려진 그의 '금배지 없는 5년'은 춥고 서러울 때도 있었다.

김대호 소장(사회디자인연구소)은 '거세와 학살의 공포'로 정동영 공천 배제 사건을 바라본다. 대선후보마저 공천에서 배제된 사건은 당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에서 지분을 확보하지 못하면, 아무리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정치인이더라도 무슨 변을 당할지 모른다는 일종의 '거세, 학살의 공포'와 분노, 복수심을 민주당에 만연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거세당한 세력의 분노와 복수심은 상대방에게 다시 거세와 학살의 공포를 갖게 만들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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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전 대표. ⓒ 남소연

정세균 전 대표는 대선주자의 탈당 및 무소속 출마를 막지도 못하면서 민주당을 학살의 공포와 복수심이 만연한 가운데 오로지 '생존을 위한 줄 서기'와 '묻지 마 지분 확보'의 정글로 만든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또 4대강 사업과 미디어법 강행을 막지 못한 무기력증과 당 정체성의 혼란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는 김대중 총재 이후 민주당에서 2년의 임기를 모두 채운 유일한 대표이다. 그는 가장 최근에 치른 7·28 재보선 패배로 빛이 바랬지만, 두 번의 재보선과 한 번의 전국선거를 모두 승리로 이끌었다. 사실 선거 승리보다 더 어려운 것은 2년 임기 동안 당의 지지율을 20~30%대로 끌어올린 것이다. 그런 점에서 그는 분명히 실제보다 '저평가'된 정치인이다.

그러나 앞서의 이미지 조사결과는 그에게 참담하다. 그는 2년 동안 당 대표를 지냈음에도 20개 항목 가운데에서 단 하나도 비교우위를 보이지 못함으로써 뚜렷한 정치적 이미지 속성을 획득하는 데 실패했다. 확장 잠재력이 있는 긍정적인 이미지 속성은 전무한 가운데 '구태의연'(15%) 같은 이미지만 '형성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쯤 되면, 민주당과 당대표의 '존재감 없음'은 그의 '선한 인상 탓'으로 돌릴 수만은 없게 되었다.

그의 '존재감 없음'은 전임 대표가 대표 경선에 다시 나가 신임을 묻은 전대에서 3등을 한 초라한 성적표로도 뒷받침된다. 당원 여론조사에서 그는 충남북을 제외한 전지역에서 3위였으며 광주에서는 박주선 후보에 이은 4등이었다.

얼마 전까지 '당중앙'이었던 그가 '넘버 3' 자리에 우두커니 앉은 모습은 민주당원은 물론 국민들 보기에도 불편하다. 그는 경선 이후 "당대표 선거에 나간 거지 최고위원 선거에 나간 게 아니다"라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지만, 지도부에 남을 경우 자신이 2년 동안 심은 '내 사람'들이 겪을 '거세와 학살의 공포'를 눈뜨고 지켜봐야 하는 '넘버 3'의 비애 또한 감수해야 한다.

그의 입지는 비주류 대표로 지도부에 입성한 정동영과는 다르다. 총선 패배후 손학규가 보여준 '도광양회'는 정세균에게도 반면교사가 될 수 있다. 정세균에게도 패자 부활의 기회는 남아 있다. 그가 대권의지를 갖고 있다면, 당대표라는 자리와 세력의 힘에 의존하지 않고 순전히 자력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세우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박지원의 길] 2012년 민주당 집권 위한 '판메이커'

손학규는 제1야당 '민주호'를 이끌 선장이지만, 집단지도체제라는 점에서 일정 부분 한계가 있다. 집단지도 민주당의 '부선장'은 6명이나 된다. 열린우리당 3년9개월 동안 당의장이 10번이나 바뀐 사실은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속설을 현실 정치에서 확인시켜준 것이다. 게다가 그는 원외 대표다. 그래서 더 박지원 원내대표의 지원과 역할이 중요하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 ⓒ 남소연

박지원은 통합민주당 때 손학규 대표 체제에서 공천에서 배제된 '악연'이 있다. 백범 김구의 나라사랑에 빗대어 18대 총선에서 살아남아 민주당의 수위로라도 복귀하겠다고 기염을 토한 그는 복당 1년만에 정책위 의장을 거쳐 원내대표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그는 또한 7·28 재보선 이후 비대위 대표로서 60일 동안 당을 이끌면서 공정한 게임의 룰을 만들었다. 그리고 새로운 지도부 선출을 위한 10·3 전당대회장에서 이렇게 호소했다.

"야당은 무엇보다 치열함이 생명이다. 민주당은 오늘 새로운 지도부와 함께 국민 속으로 들어가 국민과 함께 호흡하자고 호소한다. 오늘 탄생하는 민주당의 새로운 지도부는 개인이 아닌 당원을 두고 정치해야 한다. 계파가 아닌 국민을 보고 정치해야 성공할 수 있다. 특히 많은 선배들이 항상 해왔듯이 야권 대통합과 젊은 피를 수혈해 국민 앞에 다가가야 한다고 호소한다.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이 10년간 발전시킨 남북관계를 위해 특히 민주당은 더 큰 노력을 하자고 호소한다."

국민의 정부 5년 동안 대통령을 보좌해 국정을 총괄 조율하고, 제1야당의 비상대책위 대표로 당의 전면에 나선 그에게는 손 대표와 비주류 간의 노선 및 세력 갈등을 조율할 권리와 책임이 부여돼 있다. 금배지만 달면 누구나 대권 꿈을 꾸는데 그에게는 '계파'와 '사심'이 없다는 게 장점이다. 그가 할 역할은 한 달 전 <한겨레>(9월 9일)에 실린 딴지일보 총수 김어준의 김진애 의원 인터뷰에 잘 드러나 있다.

- 민주당에 불만은 뭔가.
"첫째, 지향하는 가치가 분명치 않다. 둘째, 끝까지 싸우지 않는다. 셋째 팀스피릿이 없다."

- 그 차원에서 차기 대표는 누가 되어야 하나.
"개인적으론 박지원. 초계파고 경륜 있고 사심 없고 핵심 잘 짚고 워딩 잘하고 타이밍 잘 잡는다."

- 정세균은.
"이미 2년 주어졌지 않나."

- 정동영은.
"대권 욕심에 당이 뒤엉킨다."

- 손학규는.
"나하고 공유되는 부분이 뭔지 모르겠다."

- 천정배는.
"다 좋은데 대중성이 약하다."

한마디로 쥑(?)이는 촌철살인이다. 어쩌면 김진애의 촌철살인은 2012년에 가서 빛을 보게 될 것이다. 지금 박지원의 역할은 손학규와 민주당의 '공유되는 부분'을 넓히는 것이다. 손학규와 짝을 이뤄 수권능력을 배양해 2012년의 '판메이커' 역할을 하는 것이다. 필자가 아는 박지원의 역할은 거기까지다. 그 역할이 '판 메이커'건 '킹 메이커'건, 박지원의 시계는 2012년 '민주진보연합 정부'의 집권에 맞춰져 있다.
#민주당 #손학규 #정동영 #정세균 #박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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