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본격적으로 농사가 시작되고 흙은 점차 녹색으로 물들어 간다.
오창균
5월에는 본격적으로 농사가 시작된다. 6일(금)은 24절기중에서 여름으로 들어섰음을 알리는 입하(入夏)다. 들녘에는 이미 뭇생명들의 자리다툼이 시작되고 있다. 그 사이로 자연의 향을 가득 담은 야생초를 거두기도 하고, 흙의 기운을 받고 쑥쑥 자라기를 바라며 모종을 내고 씨앗을 파종하는 일손들의 분주한 발걸음이 있다.
비닐도 안 씌우고 무슨 농사를 해?"비닐도 안 씌우고 풀을 어떻게 하려고 하는 거요?""예, 풀도 같이 키우지요. 힘센 풀만 좀 잡아주려고요.""허허 그렇게 해서 제대로 키울 수 있겠소. 비닐 안 쓰면 약(제초제)이라도 쳐야지.""농사짓는 방법이 어디 한두 가지 입니까. 농부가 백명이면 백가지 방법이 있을 수도 있는것이고, 되도록 자연상태를 거스르지 않고 해볼려고 합니다."며칠 전, 나이 지긋한 옆 밭의 농부가 텃밭수업을 하는 아이들과 함께 맨 땅에 땅콩 씨앗을 파종하는 것을 보고는 못 마땅하다는 말투로 물어왔다. 삽과 괭이로 일일이 두둑을 만들고 있을 때도 답답하다는 듯 쳐다보고 있었던 그 농부는 능숙하게 관리기로 검은비닐을 밭에 씌우고 있었다. 그가 볼 때는 내가 농사를 모르는 신출내기라고 생각했는지 모른다.
이때쯤이면 으레 듣는 잔소리라서 별로 개의치 않지만, 조롱하듯이 물어보는 이들중에는 '내가 농사를 해봐서 아는데…'하는 자만심도 묻어 나온다.
얼마 전에는 유치원에서 임대 받은 텃밭에 감자를 심고 있을 때, 밭 주인이 농사(비닐)도 모르면서 농사교육을 한다고 빈정대는 말투가 신경쓰였다. 아니나 다를까 원장에게 감자를 잘못 심었다며 다시 뒤집어 심으라고 했다는 말을 듣고는 어이가 없었다. 다른 곳에서도 자연유기농업을 해보려고 밭을 임대 받았는데 밭주인이 자신은 풀이 자라는 꼴을 못보는 성격이라 깨끗이(?) 하라고 했다며 고민이 되는데 방법이 없냐고 하소연 하는 이도 있었다.
임대 해준 밭을 떼어가는 것도 아닌데 주인들의 간섭 때문에 마찰이 생기는 경우가 종종 있다. 우월적인 지위를 누리려고 하는 일부이기는 하지만, 자신의 농사경험이 유일무이(唯一無二)한 것으로 착각하는 것에서 오는 자만심일 것이다. 이런 경우 상대와 말싸움을 하다보면 서로 감정을 상할 수 있으므로 두루뭉술하게 상황에 대처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