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용한 상자를 이용한 옥상텃밭에 제법 많은 채소가 길러지고 있다.
오창균
지난 15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 한 카페의 3층 옥상에 올라서자 나란히 줄 맞춰서 놓여진 플라스틱 상자와 목재로 만든 플랜트박스 상자텃밭에는 10여가지의 쌈채소와 감자가 빼곡하게 자라고 있었다. 흙을 담은 장바구니에도 초록의 완두콩 줄기가 지주대를 감아 올라갈 만큼 자라났다.
이곳 옥상텃밭은 근처에 살고 있는 1인가족들이 모여서 공동으로 경작하고 나눔을 하는 만남의 장소로서 1인가족 에코네트워크를 지향하고 있는 모임인 '이웃 랄랄라'의 텃밭으로 올해로 2년째 농사를 지으며 이웃공동체를 만들어가고 있다.
원룸과 햇반으로 대표되는 1인가족들의 절절한 사연과 경험담을 통해서 만들어진 이웃랄랄라 프로젝트는 2009년 희망제작소가 주최한 사회창안대회에서 1위를 수상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먹을거리와 건강, 인간관계의 회복을 위한 프로젝트를 구상한 이정인(31)씨는 멀리 인천에 있는 한 시민단체의 농부학교를 수강하며 기초적인 농사법을 배우는 열성을 보이면서 작년 3월에 첫 모임을 시작하였다. 1인가족이면 남녀노소 누구나 참여할 수 있게 개방한 이웃랄랄라에는 20여 명이 금세 모여들 만큼 인기가 높았다.
올해도 20여 명의 1인가족들이 모였으며 개인사정 등으로 모임에 참석을 못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10여 명이 모여서 농사도 짓고 함께 밥을 먹고 놀면서 친구가 되었다. 작년의 농사경험이 올해는 많은 도움이 되었다는 이정인씨는 한 달에 한 번 정기모임을 하지만, 아무때라도 만나서 맥주를 마시며 이야기도 나누는 이웃들이 되었다고 한다.
"대부분 사는곳이 가까운 이웃의 직장인들이다. 처음보는 사람들이지만 텃밭을 매개로 만나면서 혼자 살아 심심했는데 친구들이 생겨서 좋고, 농사를 하고 싶은데 잘 몰라서 혼자서는 어렵지만 같이 하면서 서로가 공감대도 느끼고 텃밭도 자율적으로 관리를 하고 있다. 작년에는 옥상텃밭에서 수확한 감자도 삶고 상추쌈에 삼겹살도 구워먹었다. 배추도 잘 되었는데 시장의 배추처럼 더 커야되는 줄 알고 기다렸다가 수확시기를 놓쳐서 먹지 못한 것이 아쉽지만 한 번 농사를 경험해보니 씨뿌리고 모종 심고 수확하는 시기를 알게 되었다."
모임시간에 맞춰서 한두 명씩 옥상텃밭으로 올라왔고, 점심으로 먹을 비빔밥 재료에 쓸 채소들을 솎아내고 다듬는 일을 하면서도 유쾌한 수다는 끊이지 않는다. 돗자리를 펴고 둘러앉아 각자가 준비해온 밥을 양푼에 모아서 고추장과 참기름을 두르고 방금 수확한 채소를 넣고 다 함께 밥을 비볐다.
비빔밥에 안들어가면 섭섭한 계란프라이를 준비해오고, 입맛에 맞게 참치통조림과 김치 등을 넣은 비빔밥도 완성되었지만 누구도 먼저 수저를 들지 않고 침을 넘기며 애정어린 투정도 하면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이 가족의 모습같다.
잠시후, 샐러드에 사용할 소스를 가지러 집에 다녀온 이웃이 도착하자 모두가 박수치며 환호를 질렀다. 올리브 피클과 치즈, 발사믹소스에 버무린 채소샐러드와 바게트빵과 과일이 곁들여진 점심이 차려졌고, 양푼비빔밥 하나에 서너개의 수저가 들락거리며 밥을 먹는 것 만큼 더 빨리 친해지는 것도 없을 것 같다. 모임에 두 번째 왔다는 박재현(공무원)씨는 혼자 살지만 직접 음식을 해먹는다고 한다.
"요리에 관심이 있는데 내가 먹고 싶은 채소들을 구하기가 쉽지 않았고, 원래의 맛도 안나오는 것 같아서 내가 원하는 채소들을 심어서 먹어보고 싶었으며 농사도 배우고 사람들도 만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