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삑사리', 대체 왜 이러죠?

[장윤선의 톡톡! 정치카페] 2012년 야권통합, 진정성을 보이세요

등록 2011.07.13 18:15수정 2012.08.06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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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당대표실 도청 의혹과 관련해 경찰 조사에 응하지 않고 있는 한선교 한나라당 의원이 13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하며 박희태 국회의장을 따라 공항 귀빈실로 들어가려다 제지받자 머쓱한 표정으로 돌아서고 있다. 공항에서의 귀빈예우에 관한 법령에 따르면 귀빈실 출구 이용 대상은 전현직 대통령 및 국회의장 등 3부요인으로 제한되어 있다. ⓒ 남소연


정치팀 기자들에게 오늘 13일은 참 일이 많은 날입니다. 무엇을 쓸 것인가 갈등 때리게 되지요. 일단 지금까지의 사건들을 훑어볼까요?

지난달 24일 발생한 국회 민주당 당대표실 도청의혹 사건. 그 핵심 중 핵심인 한선교 한나라당 의원이 오늘 귀국했습니다. 또 도청의혹 사건의 당사자로 지목된 KBS 장아무개 기자의 서울 영등포경찰서 출석이 예고된 상태입니다. 이곳도 그를 촬영하려 몰려든 기자들로 북적일 것입니다.

민주당에서는 이름도 긴 '민주진보진영의 2012년 총선·대선 전략과 한국 사회의 정치발전'이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습니다. 비슷한 시각, 심상정·노회찬 전 진보신당 대표들은 서울 광화문 대한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내용인 즉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와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85호 타워크레인에서 무사히 내려올 때까지 동조단식을 하겠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 4가지 포인트 가운데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 '야권의 통합' 문제를 다루는 토론회 취재를 갔습니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내년 총선과 대선을 통한 정권교체의 길이 보인다"며 "야권통합이 꼭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며 통합은 국민의 명령이며 내년 총선을 통해 의회권력을, 대선으로 정권교체를 이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늘 듣던 가락입니다.

최근 온갖 현장에 몸을 던지는 정동영 최고위원은 좀 섹시한 말을 합니다. "진보대통합에 찬성한다, 그러나 한 걸음 더 내딛어야 한다, 통합적 수권정당으로 가야 2013년 체제가 열릴 수 있다"며 "나도 민주당 지도부 일원이지만 더 이상 꾸물거려서는 안 된다"고 각을 세웠습니다.

이어 정 최고위원은 "다른 정치세력들은 민주당 기득권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가 있다"며 "이걸 과감하게 내놓을 결단이 필요하다"고 촉구했습니다. 또한 "한나라당은 눈이 어지러울 정도로 과감한 변신 중이고 이 때문에 위기감을 느낀다"며 "민주진보가 어물어물하다가는 또 당한다"고 경고했습니다.

2012년 요행에 기대 집권에 성공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 이후엔 어떻게 할 것인지, 집권 이후의 성공을 목표로 역산해서 지금 우리가 할 일을 정해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현장에선 아우성과 비명이 터져 나오고 있고, 이미 우리 국민은 준비돼 있는데, 구한말 지배세력처럼 지리멸렬하다 비극으로 몰릴 것이냐면서 내년은 우리 손에 달려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인영 최고위원은 비장한 각오로 장문의 연설문을 읽어 내려갔습니다. 오랜 고민으로 작성된 듯한 느낌입니다. 결론적 핵심은 민주대통합만이 살 길이라는 주문이었습니다. 야권대통합의 1차 목적은 정권교체고, 낡고 극단적으로 분열된 현존 사회질서를 뛰어넘어 새로운 정치질서를 만들기 위한 미래지향적 정치주체를 만드는 일이라고 강조합니다. 야권 모두가 힘을 합치면 정책의 진보, 집권세력의 진보, 대한민국의 진보를 이룰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대한민국의 운명이 걸린 중대 시기에 민주당, 진보정당들, 시민사회가 하나로 힘을 합쳐 기득권 중심의 낡은 패러다임을 깨는 일대 격돌을 치러야 한다고 거듭 강조합니다.

집권보다는 국회의원 배지? 톡 까놓고 얘기하라


정말 많이 듣던 이야기입니다. 까놓고 말하자면 작년부터 계속된 얘기지요. 이 가운데 성한용 <한겨레> 선임기자가 툭 까놓고 문제제기를 합니다.

"사람들은 왜 야권통합을 원할까요? MB정권 3~4년 지내보니 도저히 안 되겠다, 진보정당들 힘이 약하니 좀 힘을 합쳐서 한나라당 정권 좀 물리쳐 달라, 뭐 이런 거 아니겠어요? 민주당 성향의 지지자들, 비교적 중립적이랄 수 있는 유권자들의 메시지가 바로 이거죠. 그런데 제가 의원들에게 '집권이 중요하냐' '야당이지만 국회의원 계속 하는 게 중요하냐' 물어보면 후자가 많습니다. 야권연대라는 명분도 중요하지만 현실도 중요하니까요. 민주당 절대 다수 의원들이 (야권연대를)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면, 안 하는 게 낫지 않나요?"

토론장에 쓴웃음이 모락모락 퍼지더니 일순간 썰렁해집니다. 너무 솔직한 탓일까요? 한 말씀 더 보태시더군요.

"민주당의 관료 출신과 운동권 출신 국회의원들이 좀 만나서 이 부분에 대해 뭐가 다른지 내부 토론을 좀 '쎄게' 하세요. 일관된 메시지를 내보내야 국민들이 덜 헷갈리지 않겠어요?"

백승헌 변호사는 진정성을 강조합니다. "민주당이 통합을 위한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다른 진보정당들이 거절하는 모습에서 드러나듯이 힘을 합치는 경로의 모색은 매우 어려운 것"이라며 "통합논의 조건이 충분히 성숙되지 않은 게 아니냐, 진정성을 가진 논의가 필요한 게 아니냐"고 묻습니다.

특히 백 변호사는 "한-EU FTA나 KBS 수신료 인상안 합의 과정에서 보여준 민주당의 태도는 국민들이 보기에 아직도 통합하기에는 차이가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할 수 있다"며 "MB정부가 임기말 정기국회에서 무리한 법률안과 예산안을 처리하려고 할 텐데 이 과정에서 야당들이 얼마나 힘을 합쳐서 강력히 대응할지 지켜볼 일이고 그것이 정말 필요한 것 같다"고 당부했습니다. 민주당은 너무 크게 보지 말고 일상 시기에서의 정책연합을 좀 더 깊이 할 때가 아닌가 싶다고 아주 조심스럽게 언급합니다.

문성근 백만민란 대표도 이런 말을 보탰습니다. "10개월간 국민의 명령 운동을 하고 있는데 다른 야당 분들을 만나보면 대개 통합에 동의하지만 도무지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간 그만큼 상처가 깊었다는 얘기"라고 말을 풀었습니다.

그는 "한-EU FTA나 KBS 수신료 인상안 합의 등 물론 번복되긴 했지만 그래도 진보정당들이 보기에는 거봐라! 할 수 있는 요소가 여전히 민주당 안에 있는 게 사실"이라며 "결국 통합을 위한 유일한 접근은 책임있는 사람들이 자주 만나 그동안의 과정에 대해 서로 얘기를 나누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구나 절감하고 있다"고 간곡히 당부했습니다.

박용진 진보신당 부대표는 "87년 6월 항쟁 이후 독자적 정치세력화를 위해 똘똘 뭉쳐 노력해온 진보정당들은 통합정당 논의를 분노와 불신의 눈으로 본다"며 "민주정부 10년간 구속된 노동자 숫자가 1800명인데 이들은 대개 진보정당 당원"이라고 밝혔습니다. 당원들이 구속 당하고 사망에 이르게 된 원인과 관련이 있는 정치세력과 어떻게 같은 당을 할 수 있느냐, 불신이 가득하다고 전합니다.

이 같은 문제제기에 이인영 최고위원은 "민주당 내부 담론화 과정은 필요하다면 최고위든 내부 과정을 거쳐서 진척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한-EU FTA나 KBS 수신료 인상안 합의 등에서 민주당이 전체적으로 유턴하는 것을 주목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그는 "민주당 심저에서부터 정리돼서 올라오는 과정이기 때문에 시간은 좀 걸리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한-EU FTA나 수신료 문제를 딱 정지시켜 놓고 새롭게 나갔던 힘은 단순한 국민적 압박이 아니라 새로운 정치에 대한 방향성이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미래의 민주당은 이런 문제들을 더 분명히 할 것이라고 못 박기도 했지요.

손학규, 입으로는 '야권연대' 몸으로는 '단독 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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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신당 노회찬, 심상정 상임고문이 13일 오전 서울 대한문 앞에서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와 경찰들의 강경진압 등을 규탄하며 단식농성에 돌입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유성호


이 자리에서 이인영 최고위원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럼에도 민주당의 '삑사리'는 계속 난다는 거죠.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한진중공업 문제가 정점을 찍고 있을 때 일본에서 간 나오토 총리, 중국에서 시진핑 국가부주석을 만났습니다. 귀국 이후 올 여름 또 민생대장정을 떠날 채비를 하고 있습니다. 민생실천단을 꾸리고, 제2차 희망대장정에 나선다는 것이지요.

매주 월요일 현장 활동과 화∼목요일에는 민주당 정책과 관련된 단체와 기관 설명, 금요일은 '김 대리의 날'로 정하고 샐러리맨들과 '정책 공감'의 시간을 갖는다고 합니다. 다음주부터는 한 주씩 무상급식과 농어민 지원, 비정규직, 주거복지, 반값등록금 등을 주제로 활동할 계획이라고 하는데요. 이건 아무리 뜯어봐도 손학규 대표의 단독 플레이지, 야권이 함께한다는 느낌이 없습니다.

오늘 오후에 전해들은 이야기로는 내일 손학규 대표가 김진숙 지도위원을 만나기 위해 부산 영도로 내려간다고 합니다. 그런데, 아예 손학규 대표도 심상정·노회찬 두 전직 진보신당 대표 옆에 거적을 깔고 한진중공업 비정규직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곡기를 끊겠다, 나도 동참하겠다, 나선다면 어떻게 될까요? 여기에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도,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도 합류한다면 국민이 보기에 어떨까요? 길거리에서 야당 대표들이 통합문제와 연대연합에 대해 심각하게 토론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그 자체로 진의를 의심할 사람은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나요? 각자 제 길을 가면서 '우리는 통합한다' 말만 한다면? 그 말에 귀를 기울이고 지지 응원해줄 국민들이 있을까 싶습니다. 
#손학규 #야권통합 #심상정 #노회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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