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밀양 마을 곳곳 통행제한... 민변 "위헌"

[10만인클럽 밀양리포트⑭] '공권력 남용' 지적...경찰 "안전문제"

등록 2014.01.05 18:55수정 2014.03.04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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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5 전쟁을 아시나요? 밀양 할매, 할배들이 지팡이 들고 뛰어든 싸움터입니다. 박근혜 정부가 지난 10월 1일부터 밀양 765kV 송전탑 공사를 다시 시작하면서 싸움은 더욱 거세졌습니다. 대학가 등 전국 곳곳에 '안녕 대자보'가 나붙는 하 수상한 박근혜 정부 1년,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은 시민기자와 상근 기자로 현장 리포트팀을 구성해 안녕치 못한, 아니 전쟁터와 다를 바 없는 밀양의 생생한 육성과 현장 상황을 기획 보도하고 있습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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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로 가로막은 경찰 4일 밀양시 여수마을에서 주민이 경운기를 몰고 농로를 지나가는 중 경찰이 이를 저지하고 있다. 어르신은 "내 밭에도 맘대로 못가 삐나"라며 언성을 높였다. ⓒ 정대희


4일 송전탑 건설 반대 주민들을 만나러 나섰다. 밀양시 상동면 여수마을 어귀에 들어서자 경찰이 방패를 들고 서 있다. 길을 몰라 헤매고 있던 때였다. 순간, '제대로 찾아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농로를 따라 마을회관으로 향했다. 길목 곳곳에 배치된 경찰들의 모습이 눈에 띈다.

동네를 한 바퀴 돌고 마을회관에 도착했다. 농로에서 경찰과 주민이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경운기를 몰고 가던 어르신 앞을 경찰이 막아선 것이다. '비켜 달라'는 손짓을 했지만 경찰은 방패를 들고 몸으로 농로를 차단했다. 경운기 소음 대신 어르신의 고성이 조용한 마을에 울려 퍼진다.

"내 밭에도 맘대로 못가 삐나!"

농로 가로막고 주민·기자 출입 저지

송전탑 건설로 갈등을 겪고 있는 밀양 일부 지역의 농로 등에서 경찰이 통행제한을 실시해 불만을 표하는 주민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경찰이 송전탑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지역과 상당히 떨어진 거리에 위치한 길까지 출입을 저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을회관에서 만난 이아무개(65)씨는 "밭에 갈라 삐도 갱찰이 주민들은 안된다카고 즈그들 맘대로 도로를 막고 그런다"며 "무신 자격으로 주민들이 동네를 돌아다니는 걸 간섭하는지 모른다카이"라고 말했다.

송전탑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다른 마을 상황도 비슷하다. 산기슭이나 농성장 주변, 마을 곳곳에 경찰이 배치돼 경찰과 주민들 사이에 크고 작은 언쟁이 하루에도 수차례씩 벌어진다.


경찰에 따르면 한국전력(아래 한전)은 지난해 9월 경찰에 시설보호를 요청했다. 이후 경찰은 자체검토를 통해 공사가 재개된 10월부터 경찰병력을 투입하고 있다. 병력규모는 지난 10월의 경우 하루 2600명을 투입했으며 11월에는 1700여명으로 축소했다. 현재는 약 1700여명이 주야 2교대근무를 실시하고 있다.

경남지방경찰청 유병호 경비계장은 "안전상의 문제로 (송전탑)공사장으로 가는 것밖에 없는 길에서 (주민 여부를)확인 작업 하고 있다"면서 "혼자서 이동할 때에는 제지를 하지 않는다, 취재도 마찬가지로 신분만 확인하면 가능하다, (통행과 관련한) 불필요한 부분은 교육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경찰은 주민뿐만 아니라 현장 취재를 위해 동네를 둘러보는 기자의 출입(신분을 밝혔음)도 농로를 가로막고 저지했다.

이 같은 경찰의 통행제한 등에 대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이하 민변)은 "위헌의 소지가 있다"며 지난해 12월 말 헌법재판소에 헌법 소원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민변 박주민 변호사는 "송전탑 공사장에서 4~5킬로미터 벗어난 길을 특별한 위험이 없는데도 경찰이 주민들의 통행을 막는 것은 거주 이전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라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추도식에서 경찰이 서울 광장을 차벽으로 둘러싼 것과 관련해 지난 2011년 헌법재판소에서 '경찰 차벽'이 위헌이라고 판결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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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과 경찰 5일 밀양시 산외면 골안마을 농로에 주민과 경찰이 대치해 있다. ⓒ 정대희


"취객 분향소 난동, 경찰 무시"...'공권력 남용' 지적

법적 명령이 아닌 일종의 민원에 해당하는 한전의 시설보호 요청에 대규모 경찰병력이 동원 것을 두고 "공권력 남용"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더욱이 물리적 충돌이 예상되지 않는 지역까지 경찰이 곳곳에 병력을 투입하면서 오히려 불필요한 충돌을 야기한다는 볼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또한, 경찰의 자의적 판단에 의해 출동 예방을 위한 병력규모와 통행제한 지역 등이 결정돼 과도하게 공권력이 투입될 가능성도 크다.

민변 김자연 변호사는 "한전이 경찰에 요청한 시설보호는 법적 명령이 아닌 민원에 해당 한다"며 "송전탑 건설 반대 지역은 대부분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들이 모여 사는 작은 동네다, 이런 곳에 대규모 경찰병력을 투입하는 것은 공권력 남용이다"라고 말했다. 

단장면 동화전에 위치한 송전탑 건설 반대 움막서 만난 주민은 "갱찰이 뭐 할라코 밤새 (송전탑)공사장 보초를 서주나, 한전 놈들 편이냐, 갱찰은 주민들이 묻는 말에도 대답하지 않는다카이, 네도 세금 꼬박꼬박 낸데이"라고 말했다.

밀양 765kv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도 "5일 새벽 취객이 (고 유한숙씨)분향소로 들어와 난동을 피웠는데도 분향소 주변에 있던 경찰은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다"면서 "심지어 경찰에 신고해달라는 요청도 무시했다"고 말했다.

경남지방경찰청 유병호 경비계장은 "충돌 생길 수 있는 곳에 예방차원으로 병력을 투입하고 있다"면서 "단계적으로 불필요한 지역이라고 판단되는 지역은 병력을 줄여나갈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경찰은 한전과 반대하는 주민, 단체가 충돌하는 것에 따라 갈 수밖에 없다"며 "(상황이) 완화되면 (경찰병력은) 빠질 것이다, 안전문제로 부득이한 경우도 있다"라고 말했다.

#밀양 #송전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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