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이 끌리는 여자냄새, 비밀은 '타이밍'

[재미있는 과학 이야기 5] 오묘하기로는 으뜸인 후각

등록 2014.02.24 11:30수정 2014.03.18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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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대학 기숙사에서 청국장찌개를 끓이면? 창문 열고 혼자 잠자는 사태가 생긴다!
미국 대학 기숙사에서 청국장찌개를 끓이면? 창문 열고 혼자 잠자는 사태가 생긴다!김현자


"청국장 때문에 기숙사에서 난리가 났었어요. 룸메이트들이 그날 밤 방에 들어올 수 없다고 해서 결국 창문을 모두 열어 젖히고 혼자 잤습니다. 친구들한테는 청국장 냄새가 참을 수 없을 만큼 역겨웠던가 봅니다."


국내의 한 유통기업에서 중역으로 일하는 K씨는 청국장 냄새에 외국인들이 그토록 민감하게 반응할 줄은 몰랐다고 옛일을 털어 놓았다. 그는 미국 미시건의 한 대학 유학 시절, 파키스탄, 중국 출신 여학생들과 한방을 썼다. 그가 미국 학교 기숙사에서 청국장을 끓인 건 다름 아닌 룸메이트들의 요청 때문이었다.

"제발, 정통 한국음식을 한번 해봐. 우리가 시내 코리언 레스토랑에서 흔히 사먹을 수 있는 음식 말고."

거듭되던 룸메이트들의 부탁에 그는 고심 끝에 '청국장'을 골랐는데, 그만 낭패를 보고 말았던 것이다.

한국인들 가운데도 청국장 냄새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물론 반대로 구수하다고 느끼는 사람도 많다. 냄새에 대한 감각에 개인차가 적지 않은 것이다. 게다가 냄새 감각은 숫자로 그 좋고, 나쁨을 표현하기가 아주 어렵다. 0.7이니 1.0이니 하는 식으로 나타내는 시각이나, 13 혹은 15 데시벨(dB) 등의 단위로 표현하는 청각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과학자들의 치열한 연구로, 냄새와 후각을 둘러싼 비밀이 하나 둘씩 드러나고 있다. 냄새는 기본적으로 10종류가 있다는 주장도 그 중 하나다. 음식만 해도 냄새가 적어도 수십 가지는 될 것 같은데, 10가지 냄새라면 "겨우?"하고, 의아해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다.

하지만 그토록 많을 것 같은 '맛'이 기본적으로는, 단 5가지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냄새가 맛보다 훨씬 다양하다는 점만은 확실하다. 2000년대 들어 '감칠맛'(umami)이 널리 확증되기 전까지는, 그나마 단맛, 신맛, 쓴맛, 짠맛 등 사람이 느낄 수 있는 맛은 4종류에 불과하다는 학설이 지배적이었다. 실제로 지금의 중장년층들은 학교에 다닐 때 이 네 가지 맛만 존재한다고 배웠다.


미국 피츠버그대학 연구팀이 분석을 통해 제시한 10가지 냄새는 다음과 같다.

향내, 나무 내음, 과일 향, 화학물질 냄새, 민트 향, 달콤한 향, 팝콘 냄새, 레몬 향, 톡 쏘는 냄새, 부패 냄새 등.


눈 여겨 봐야 할 대목은 맛과 마찬가지로 이 세상에 존재하는 냄새 자체가 딱 10가지는 아니라는 사실이다. 사람의 후각세포와 두뇌가 인지할 수 있는 기본 냄새가 10가지에 불과하다는 의미이다.

후각은 주관적이다, 그리고 본능적이다

 인간이 맡을 수 있는 냄새는 그리 많지 않다.
인간이 맡을 수 있는 냄새는 그리 많지 않다. CCL

후각은 어느 감각보다도 '주관적'인 데다, 감기, 암 발병 등으로 인한 일시적인 장애도 드물지 않다. 때문에 냄새에 대한 개개인의 느낌은 천양지차일 수 밖에 없다. 한 예로, 후각에 이상이 있는 사람은 양말 썩는 냄새를 과일 향처럼 느끼기도 한다는 연구 보고도 있다. 또 냄새를 아예 제대로 감지하지 못하는 만성적인 '후각 상실증'도 1000명에 2명 꼴로 아주 드물지는 않은 실정이다.

설령 누군가의 후각이 남다르게 뛰어나다 해도, 냄새를 맡는 인간의 능력은 대단히 제한적이라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장미에는 냄새를 내는 분자물질이 170종 이상 존재한다. 그러나 사람들이 이른바 '장미향'을 느끼는 건, 가장 주도적인 한 가지 물질 때문이다. 다시 말해, 개를 비롯해 후각이 예민한 다른 동물이라면 장미향을 사람과 전혀 딴판인 다른 냄새로 인식할 수 있다는 얘기다.

코가 너무 밝으면, 악취 환경에서 남보다 더 괴로울 수 있다. 그러나 반대로 짝을 찾는 데는 유리할 수도 있다. 미국 플로리다 대학 연구팀은 사람들이 '이성의 냄새'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실험을 통해 입증했다. 

이 대학 연구팀은 배란기 여성이 수일 동안 입은 티셔츠와 그렇지 않은 여성이 입은 티셔츠, 그리고 아무도 입어본 적이 없는 티셔츠를 남성들에게 나눠주고 냄새를 맡으라고 했다. 그 결과 거의 예외 없이 배란기 여성이 입었던 티셔츠 냄새를 맡은 남성의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쑥'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테스토스테론은 대표적인 남성 호르몬이다. 또 이들 남성 대부분은 배란기 여성이 입었던 티셔츠의 냄새가 다른 티셔츠 냄새에 비해 "좋았다"고 평가했다.

세상에는 겉으로 보이는 게 다가 아닌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고 보면 음식이든, 꽃이든, 그 다른 무엇이든 냄새로만 성급하게 좋고 나쁨을 판단한 일은 아니다. 드러난 냄새 속에 숨겨진 또 다른 '진실'을 놓치는 우를 범할 수 있는 탓이다.
덧붙이는 글 위클리 공감(http://www.korea.kr/gonggam/)에도 실렸습니다. 위클리 공감은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행하는 정책 주간지입니다.
#냄새 #후각 #장미향 #청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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