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학 기숙사에서 청국장찌개를 끓이면? 창문 열고 혼자 잠자는 사태가 생긴다!
김현자
"청국장 때문에 기숙사에서 난리가 났었어요. 룸메이트들이 그날 밤 방에 들어올 수 없다고 해서 결국 창문을 모두 열어 젖히고 혼자 잤습니다. 친구들한테는 청국장 냄새가 참을 수 없을 만큼 역겨웠던가 봅니다." 국내의 한 유통기업에서 중역으로 일하는 K씨는 청국장 냄새에 외국인들이 그토록 민감하게 반응할 줄은 몰랐다고 옛일을 털어 놓았다. 그는 미국 미시건의 한 대학 유학 시절, 파키스탄, 중국 출신 여학생들과 한방을 썼다. 그가 미국 학교 기숙사에서 청국장을 끓인 건 다름 아닌 룸메이트들의 요청 때문이었다.
"제발, 정통 한국음식을 한번 해봐. 우리가 시내 코리언 레스토랑에서 흔히 사먹을 수 있는 음식 말고." 거듭되던 룸메이트들의 부탁에 그는 고심 끝에 '청국장'을 골랐는데, 그만 낭패를 보고 말았던 것이다.
한국인들 가운데도 청국장 냄새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물론 반대로 구수하다고 느끼는 사람도 많다. 냄새에 대한 감각에 개인차가 적지 않은 것이다. 게다가 냄새 감각은 숫자로 그 좋고, 나쁨을 표현하기가 아주 어렵다. 0.7이니 1.0이니 하는 식으로 나타내는 시각이나, 13 혹은 15 데시벨(dB) 등의 단위로 표현하는 청각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과학자들의 치열한 연구로, 냄새와 후각을 둘러싼 비밀이 하나 둘씩 드러나고 있다. 냄새는 기본적으로 10종류가 있다는 주장도 그 중 하나다. 음식만 해도 냄새가 적어도 수십 가지는 될 것 같은데, 10가지 냄새라면 "겨우?"하고, 의아해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다.
하지만 그토록 많을 것 같은 '맛'이 기본적으로는, 단 5가지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냄새가 맛보다 훨씬 다양하다는 점만은 확실하다. 2000년대 들어 '감칠맛'(umami)이 널리 확증되기 전까지는, 그나마 단맛, 신맛, 쓴맛, 짠맛 등 사람이 느낄 수 있는 맛은 4종류에 불과하다는 학설이 지배적이었다. 실제로 지금의 중장년층들은 학교에 다닐 때 이 네 가지 맛만 존재한다고 배웠다.
미국 피츠버그대학 연구팀이 분석을 통해 제시한 10가지 냄새는 다음과 같다.
향내, 나무 내음, 과일 향, 화학물질 냄새, 민트 향, 달콤한 향, 팝콘 냄새, 레몬 향, 톡 쏘는 냄새, 부패 냄새 등.
눈 여겨 봐야 할 대목은 맛과 마찬가지로 이 세상에 존재하는 냄새 자체가 딱 10가지는 아니라는 사실이다. 사람의 후각세포와 두뇌가 인지할 수 있는 기본 냄새가 10가지에 불과하다는 의미이다.
후각은 주관적이다, 그리고 본능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