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꺼내든 정몽준, 나경원처럼 당할라

[取중眞담] 선거 앞두고 '안보공세' 강화하는 새누리당

등록 2014.03.27 17:50수정 2014.03.27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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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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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대전현충원에서 거행된 천안함 용사 4주기 추모식에 참석한 박원순 서울시장이 유족들을 만나 위로하자, 한 유족이 '박 시장님은 아직도 천안함이 북한의 소행이 아니라고 생각하느냐'고 묻고 있다. 이에 박 시장은 "결코 아니다, 저는 예전에도 그렇게 말한 적인 단 한 번도 없다"고 답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한 유족은 박원순 시장에게 '천안함이 북한 소행이 아니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을 했다. 천만 수도 서울의 수장으로서 안보관을 의심하는 이런 질문을 받았다는 것은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홍문종 새누리당 사무총장의 말이다. 그는 2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을 '안보관이 의심스러운 자'로 만들었다. 홍 사무총장은 전날 천안함 4주기 추도식에 참석한 박 시장을 향해 "이번 추도식이 첫 참석이란 점에서 선거를 의식한 진정성 없는 이벤트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게 만든다"고 비난했다.

특히 홍 사무총장은 "천안함 문제만 나오면 색깔론 공세라는 말로 무마하려는 자세 역시 떳떳한 자세는 아닐 것"이라며 "천안함 유족이나 서울시민이 듣고 싶어 하는 것은 박 시장의 확실한 안보관임을 기억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의 '전가의 보도', 색깔론이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다시 살아나고 있다. 

"4년 만에 처음 천안함 추도식 참석한 박원순, 진정성 없다"

'전가의 보도'를 휘두른 건 홍 사무총장만이 아니었다. 심재철 최고위원은 새정치민주연합 쪽 인사 34명의 이름을 일일이 거론했다. 국회가 2010년 6월 의결했던 '북한 천안함 군사도발 규탄·대응조치 촉구 결의안'에 반대했던 이들이었다.

심 최고위원은 "스웨덴 등 5개국의 전문가 24명으로 합동조사단을 구성해 '1번'이라고 적힌 어뢰추진체 등 확실한 물증을 바탕으로 결과를 내놨어도 민주당 등 일부 야당인사들은 의혹 부풀리기에만 골몰했다"라며 당시 야당인사들의 발언 내용도 공개했다. 문재인·박지원·정세균·박영선 의원뿐 아니라 박원순 서울시장과 최문순 강원지사도 포함됐다.


그는 결의안 반대 인사들을 거론한 뒤에는 "역사 앞에 죄인으로 남을 것인지 아니면 이제라도 자신의 발언과 행동이 잘못이었다고 사과할 것인지 두고 보겠다"라며 "통합진보당에 대해서는 말할 가치가 없음으로 아예 생략하겠다"고 덧붙였다.

정우택 최고위원은 더욱 노골적으로 6·4 지방선거 광역단체장 야권후보들을 겨냥했다. 그는 "북한의 천안함 공격을 '천안함 침몰 사건'으로 주장했던 사람들이 이번에 간판(새정치민주연합)을 바꿔 달면서 천안함 폭침을 선거에 이용하려 하는 것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라며 "그 근거로서 정부 주관 추도식에 첫 모습을 드러낸 박원순 시장이라든가, 4년 만에 갑자기 북한의 소행이라는 논평을 낸 김부겸 (대구시장) 후보의 모습을 봤을 때"라고 주장했다.

이어 정 최고위원은 "4년 전 결의안에 반대한 분이 최근 지방선거에 광역단체장 후보로 나서고 있다"며 "강원도 최문순, 경기도 김진표·원혜영, 광주 이용섭, 전남 이낙연·김효석, 제주 김우남 등 선거 전 이분들의 분명한 소신을 다시 한 번 밝혀줄 것을 호소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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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추도식 참석한 정몽준 의원 6.4지방선거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 나선 정몽준 의원이 26일 오전 국립 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천안함 4주기 추도식'에 참석하고 있다. ⓒ 권우성


결국 선거 때를 맞이한 보수 여권의 해묵은 '안보 공세'인 셈이다. 특히 이는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한 정몽준 의원이 불씨를 당긴 것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 21일 오전 '천안함 용사 4주기 추모 특별 사진전'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박 시장께서는 천안함 폭침이 우리 정부가 북한을 자극해서 일어난 일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이해하기 어렵다"라며 "박 시장의 안보관은 분명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25일 재경광주·전남향우회 경로잔치에 참석한 후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주제로 한 토론을 해보자며 박 시장에게 '사상검증'의 잣대를 들이대기도 했다.

다음날인 26일에는 국가보안법과 통합진보당 사건으로 전선을 확장시켰다. 정 의원 측은 이수희 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통해 "박 시장은 안보 문제를 중요한 문제로 인식은 하고 있는지, 수많은 희생으로 지켜 온 우리 자유민주주의체제를 지키기 위한 국가보안법이 여전히 폐지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의 국회 진출에 대해 어떤 책임감을 느끼는지 밝혀줄 것을 촉구한다"고 요구했다.

선거판마다 '천안함' 끌어쓰는 새누리당

그러나 이런 주장은 일부 사실만을 잘라 쓰는 것이다. 박 시장은 지난 2011년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나경원 새누리당 후보와 관훈클럽 토론 자리에서 "나는 북한의 소행이라고 믿는 사람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즉 이미 '답변'한 것을 묵살하고 공격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박 시장은 당시 "이 정부 들어 소통의 부재 때문에 국민들이 정부를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 왜 그렇게 됐는지 정부가 성찰해야 한다"라고 꼬집은 바 있다. 정부·여당이 천안함 사건에 관한 사회 각계의 합리적 의심에 제대로 된 설명을 내놓기커녕, 그를 안보위협세력으로 규정해 이념 프레임으로 뭉개는 행태를 보이는 것을 문제삼은 것이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정 의원은 '자유민주주의'를 주제로 한 체제 토론을 하자고 했지만, 오히려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보장하는 '기본권'은 무시하고 있다. 시민은 우리 사회가 보장하고 있는 사상과 양심의 자유, 표현의 자유에 따라 정부의 조사 결과에 합리적 의심을 충분히 제기할 수 있다. 다만 그에 동의하느냐, 마느냐는 개인의 선택일 뿐이다. 오히려 정부의 조사결과를 무조건 믿어야 한다는 주장은 체제 경쟁을 벌이던 냉전시대의 유물과도 같다.

오히려 4년이 지난 지금까지 천안함 사건 원인을 둘러싼 의심이 거둬들여지지 않는 까닭은 새누리당의 탓이 크다. 당시 천안함 사건 원인을 납득하지 못하는 국민이 40%를 넘는다는 여론조사도 나왔고, 국회에서는 '천안함 침몰 진상조사 특위'까지 구성됐다. 그러나 천안함 특위는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의 불참으로 사실상 무산됐다. 의혹을 해소할 수 있는 합리적인 문제 해결 과정 자체를 새누리당이 거부한 셈이다. 

무엇보다 4년 전부터 천안함 문제를 선거판으로 끌어들인 건 새누리당이었다. 2010년 6·2 지방선거 당시에도 정부·여당은 선거 직전에 천안함 조사 결과를 내놓고 '북풍 프레임'을 짰다. 이에 야권은 '전쟁 대 평화' 프레임으로 맞섰고 여당은 참패를 기록했다.

이후 이어진 선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2011년 4월 치러진 강원지사 보궐선거에서 엄기영 당시 한나라당 후보는 최문순 후보를 향해 "천안함 사건이 북한의 소행이라는 것을 최 후보가 부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2011년 10월 치러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는 나경원 당시 한나라당 후보가 박원순 후보를 향해 "천안함 폭침이 북한의 소행이냐, 아니냐"고 물었다. 이들은 모두 패배했다.

2012년 총선을 앞두고서도 마찬가지였다. 새누리당은 그해 3월 천안함 2주기 논평에서 "북한 소행을 부정하는 이들이 총선을 통해 국회에 들어가 무슨 사건을 일으킬지 두렵고 불안하기 그지없다(이상일 대변인)"고 주장했다.   

이쯤 되면 천안함 46용사를 진정 모욕하는 이들이 과연 누구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박원순 #천안함 #색깔론 #정몽준 #6.4 지방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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