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실습생, 나, 방은미
신은미
2013년 8월에 우리를 안내했던, 지금은 우리 둘째 수양딸인 설향이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설향이가 어렸을 적에는 관광 대학이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인기가 없었단다. 그러나 지금은 안내원 직업 인기가 높아졌다고 한다. 따라서 학생들이 관광대학 진학을 선호해 관광대학에 입학하기가 무척 힘들어졌다고 한다. 설향이도 어린 시절에 관광대학에 가 안내원이 되리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고 했다.
설향이는 어려서 무용 선생님이었던 엄마의 손에 이끌려 오랫동안 무용을 전공했다. 설향이는 13세 당시 금강산에서 열린 '6·15 남북공동기념식' 행사에 뽑혀 춤을 췄다고 말했다.
이 이야기를 듣던 나는 "공연까지 갈 정도였으면 대단한 춤 실력이었을 텐데, 왜 계속 춤을 추지 않았느냐"라고 물었다. 그러자 설향이는 조곤조곤 자기 이야기를 했다. 설향이는 어렸을 때 엄마가 원해서 열심히 춤을 췄는데 사실 춤보다 책 읽고 사색하기를 더 좋아했다고 한다. 그래서 대학에 가기 전에 자기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하게 해달라고 엄마를 설득했다. 어학에 관심이 많았던 설향이는 관광대학 영어과에 입학할 수 있었다.
"갑자기 준비를 했을 텐데, 관광대학에 입학하기는 힘들지 않았느냐"라는 질문에 설향이는 "입학 자격 조건의 덕을 보고 관광대학에 진학했다"라고 답했다. 예술을 한 아이들은 감각이 있고 인내력과 창조력이 뛰어나 특혜를 준다는 설명이었다. 음악을 전공한 나로서는 듣던 중 반가운 소리라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나저나, 호텔 로비는 방은미의 말대로 외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김정은 제1비서를 볼 수 있을까로비에서 방은미와 작별인사를 나누고 있는데, 우리 안내원 김 선생이 다가와 말한다.
"오늘 4·25 문화회관에서 중앙보고대회가 열리는데 가시렵니까? 혹시 가실 거면 지갑 외 모든 소지품을 방에 놓고 1시간 후에 내려오십시오."남편이 물었다.
"중앙보고대회가 뭐요?""가보면 아시게 돼요, 정 선생.""하여간 뭐든지 가보면 안대…. 작년에 우리 안내한 사람도 불꽃놀이 가면서 일언반구 안 하더니…. 카메라도 안 돼?""물론."우리는 알겠다고 대답하곤 아침식사를 위해 식당으로 향했다. 그런데 남편이 중앙보고대회에 안 가겠단다. 이번에는 내가 우겼다.
"여보, 가봅시다. 카메라를 가져오지 말라는 걸 보니 혹시 김정은 위원장이 나오는 행사가 아닐까요?""에이구, 당신두…. 김정은 위원장이 나오는 행사에 가면서 장소를 다 알려줘? 4·25 문화회관이라는 곳에서 한다잖아. 당신 기억 안 나? 작년에 불꽃놀이 행사 가면서 김정은 위원장이 나타날 때까지 우리는 까맣게 모르고 있었던 거.""싫으면 나 혼자 갈게요."뭐든지 자기 뜻대로만 하는 남편에게 "혼자 갈 테니 마음대로 하라"라고 말하니 자기도 가겠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