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모 스트레스 많이 받으면 남아 낳을 확률 높다?

[재미있는 과학 이야기 105] 굶으면 반대로 여아 생길 가능성 크다는 주장도

등록 2016.03.21 14:52수정 2016.03.21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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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 pixabay


만물이 소생하는 듯한 봄에 태어나는 신생아들은 왠지 더 푸릇푸릇한 새싹처럼 느껴진다. 찌는 듯한 여름 혹은 혹은 엄동설한에 세상 빛을 본 아이들에 비해 계절의 순환 리듬을 제대로 탔다고나 할까? 물론 이 같은 출산시기는 부모들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결정할 수 있다.

하지만 봄철 만발한 꽃을 연상했다고 해서 여아를 낳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유혈이 낭자한 격투기 시합을 열심히 시청했다고 해서 남아를 낳을 확률이 높아지는 것도 아니다. 출산 시기와 달리 태아의 성별은 부모들 마음대로 정할 수가 없다.

태아의 성별 결정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에 대해 학계에서는 수많은 연구가 이뤄졌지만, 아직도 성 결정 메커니즘은 전혀 밝혀지지 않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전히 성 결정은 '삼신 할머니'의 영역에 머무르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고 해서 태아 성 결정에 대한 그간의 연구들이 헛된 것만은 아니다. 성 결정이라는 '블랙 박스'의 내부를 어렴풋이나마 짐작할 수 있는 희미한 단서들은 적잖게 제공했기 때문이다. 한 예로, 낙태 같은 인위적인 수단이 개입되지 않았다고 가정할 때, 신생아 가운데 남아 비율이 근소하게나마 높다. 집계기관 별로 차이가 있지만, 세계은행에 따르면 신생아 여아 100명당 남아 숫자는 107명 정도이다.

또 하나 인종 그룹, 즉 민족 별로 남녀 성비가 다를 수 있다. 중국의 경우 여아 100명에 남아 118명으로 세계 최상위권이며 한국도 110명 정도로 세계 평균보다는 꽤 높은 편에 속한다. 반면 짐바브웨, 르완다, 토고 같은 아프리카 국가들에서는 남아 숫자가 101~102 명 정도로 여아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성별을 결정하는 건 생물학적으로는 X염색체와 Y염색체를 갖고 있는 정자이다. 정액 속에는 이론상으로는 X염색체와 Y염색체를 가진 정자의 숫자가 동일하게 존재한다. 헌데 왜 인류 공통으로 남아가 많이 태어날까? 정자와 난자의 본래 결함 같은 문제에서부터, 엄마의 체내 호르몬 변화, 그리고 기근이나 전쟁 등 사회 환경 등 다양한 요인이 거론된다.

예를 들어, 30만 명의 중국 산모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 분석에 따르면 굶주림에 노출된 산모들은 여아를 낳을 확률이 높다. 식량 공급이 넉넉하지 않은 아프리카 국가의 상당수도 여아 비율이 상대적으로 다른 지역보다 높은 편이어서, 기근이 여아 출생과 연관이 있다는 주장은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다.


그런가 하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환경에 놓인 산모들은 남아를 낳을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도 있다. 뉴질랜드 오클랜드 대학의 발레리 그랜트 박사는 "전쟁 등으로 남편이 장기간 집을 비운 지역에 있는 산모들은 남성들이 평소 맡았던 험한 일들을 떠안게 되는데 이 경우 남아 출산율이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가별 신생아 성비 통계( https://www.cia.gov/library/publications/the-world-factbook/fields/2018.html)를 보면 전화에 휘말린 시기 동유럽이나 중동 지역의 경우 남아 비율이 높은 경향이 관찰된다.

그런가 하면 남아 혹은 여아 중 한쪽 성의 신생아만 출산할 확률이 높은 부부들도 있다. 한 예로 '딸 부자' 혹은 '온통 아들만'인 가정이 적지 않은데, 이는 호르몬 분비 같은 개개인의 체질 특성이 성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암시다. 실제로 연거푸 딸 둘을 낳거나 혹은 아들 둘을 낳은 산모는 세 번째 자녀 또한 같은 성의 태아를 임신할 확률이 높다는 노르웨이 연구팀의 조사도 있다.
덧붙이는 글 위클리공감(korea.kr/gonggam)에도 실렸습니다. 위클리공감은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행하는 정책주간지 입니다.
#출산 #여아 #남아 #성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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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축년 6학년에 진입. 그러나 정신 연령은 여전히 딱 열살 수준. 역마살을 주체할 수 없어 2006~2007년 북미에서 승차 유랑인 생활하기도. 농부이며 시골 복덕방 주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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