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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화 ⓒ 이상옥
속절없이
너도 나도
-이상옥의 디카시 <봄날은 간다>
저녁 산책을 즐긴다. 요즘은 코스를 바꾸어가며 밤의 산책자로서 정주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닌다. 중국 어느 곳을 가든지 가장 잘 눈에 띄는 것은 삼성 로고다. 산책 코스를 바꿔서 걸어가는데도 삼성 로고를 만난다. 잊을 만하면 눈에 띄는 게 삼성 로고다. 그만큼 삼성이 글로벌 기업이라는 말이다.
▲ 밤의 산책길에서 만난 삼성 로고 ⓒ 이상옥
아무튼 기분 좋은 일이다. 정주도 인구가 천만이 넘다 보니, 거리 곳곳에 먹거리들이 즐비하다. 산책하다 발걸음을 멈추고 나도 모르게 호기심이 발동하여 기웃거리곤 한다.
봄밤이라 산책하기 좋다. 아직 약간 쌀쌀하지만, 걷기는 딱 안성맞춤이다. 산책하며 유투브로 중국어 회화나 인문학 강의를 듣는 즐거움도 빼놓을 수 없다. 혼자서 산책을 하니, 자연히 생각이 많다.
봄날의 목련꽃과 조화(弔花)가 묘한 대조
며칠 전 아파트 단지에 조화가 서 있는 걸 처음 보았다. 조화가 2, 3일 서 있는 것으로 보아 장례를 치르는 것 같았다. 정주에도 봄이 찾아와서 목련이 막 피어나고 있는데, 그 목련꽃 옆에 조화가 줄지어 있는 것을 보니, 봄날의 장례가 참 아이로니컬하게 여겨졌다.
▲ 아파트 단지에 피기 시작한 목련 ⓒ 이상옥
봄은 희망이고 생명의 계절이 아닌가. 가을이나 겨울에 하직한 것이 아니고, 꽃 피는 봄날의 장례라서 더욱 애잔했다. 지금 막 목련꽃이 피고 있지만, 꽃 또한 곧 조락하며 봄날은 금방 가버릴 것이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저녁 산책길. 하루 하루를 치열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본다. 부부가 열심히 음식을 만드는 거나 젊은 여성이 혼자 꼬치 가게를 운영하는 것이 눈물겹게 아름답다.
▲ 거리의 산책자들을 위해 부부가 뭔가를 열심히 만들고 있다. ⓒ 이상옥
▲ 꼬치 파는 젊은 여성 ⓒ 이상옥
꼬치 2개 얼마냐고 물으니, 10위안이라고 한다. 정성스럽게 꼬치를 다시 구우면서 무어라고 말하는데, 잘 못 알아듣겠다고 하니, 영어로 어디서 왔느냐고 묻는다. 한국인이라고 하니, 그러냐고 역시 활짝 웃어준다.
개학한 지 벌써 4주째다. 목련이 곧 만개할 것 같다. 봄날인가 하면 벌써 봄날은 간다. 이 아름다운 지구별에서 영원히 머물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너도 가고 나도 간다. 봄날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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