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돝섬
이상옥
큰 돼지 혹은 거북 한 마리
마산 앞바다를 건너간다
- 디카시 <돝섬>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을 보낸 새벽 미명이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새벽에 눈이 떠지는 경우가 많다. 나이 들면 자연스럽게 아침형 인간이 되는가 보다. 언제부턴가 잠이 적어졌다.
시골의 새벽 미명은 온 우주 속 혼자만 존재하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만큼 고요하고 적막하다. 일찍 눈이 떠지면 억지로 잠을 청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새벽 미명에 사유하며 글을 쓰는 것도 의미 있게 시간을 보내는 방법이다.
연후 마지막인 날 아침 지인들과 마산의 무학산을 올랐다. 요즘은 어디든 길이 잘 나 있어 고성에서 마산간도 승용차로 30분 남짓이다. 자동차전용도로가 나고부터는 명절 연휴인데도 차가 별로 막히지 않는 것 같다. 마산 고성간 자동차 전용도로가 완성되면 승용차로 20분 거리다.
무학산 등반 코스는 여러 곳이 있지만 서원곡에서 출발하는 코스를 택했다. 천천히 쉬어가며 등반을 해서 정상까지 오르는데 거의 1시간 가까이 걸렸다. 무학산은 마산(지금은 창원시) 시가지를 병풍처럼 에워싸고 숲이 우거져 있으며 계곡물 또한 풍부해서 시민들의 등산과 휴식처로 사랑을 받고 있다.
지금은 창원시 마산합포구와 마산회원구에 걸쳐 있다. 무학산은 옛날 신라 말기의 대학자인 고운 최치원 선생이 멀리서 이 산을 바라보고 그 모습이 마치 학이 춤추는 것과 같다하며 붙은 이름이다. 무학산은 '두척산(斗尺山)'이라고도 일컫는다. 두척산은 원래 이 지역이 바닷가라 배로 실어나를 곡식을 쌓아두는 조창이 있어 쌀을 재는 단위인 '말(斗)'과 쌀이 쌓인 높이를 재는 단위인 '척(尺)'에서 유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