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위야! 군법에 죽고 싶으냐. 도망간다고 어디 가서 살 것이냐. 당장 처형할 것이로되 전세가 급하니 우선 공을 세우라. - 충무공 이순신이 명량해전 당시 했다고 전해지는 말
36계의 계책 중의 최상책은?
자고로 중국 역사는 춘추전국 시대로부터 이어지는 2500년 동안 온갖 왕조가 흥망성쇠를 거듭한 드라마의 연속이었다. 이 흥망성쇠를 거듭하는 동안 중국인들에게는 많은 지혜가 생겨났다.
중국에는 그러한 지략을 집대성한 '삼십육계(三十六計)'라는 책이 있는데, 이 책은 중국인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책은 승전(勝戰), 적전(敵戰), 공전(攻戰), 혼전(混戰), 병전(倂戰), 패전(敗戰) 등 6계(計)에 각기 6가지씩의 계책이 실려서, 합이 36계책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36계의 계책 중에서 달아나는 것을 최상책으로 삼고 있다.
중국 역사를 통해서보면 패권을 장악한 인물이 처음부터 강자였던 경우는 별로 없다. 나중에 천하를 손에 쥐게 된 사람도 수세에 몰리게 되면 달아나는 것을 상책으로 쓰고 있다.
유방은 항우와의 싸움에서 매번 패하여 달아나기를 거듭했지만 마지막 승부수를 던진 끝에 대역전을 이룩하고 한 왕조를 창업했다.
그러한 예는 현대의 마오쩌둥도 비슷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만약 마오쩌둥이 장제스의 국민당 정권을 피해 1만2000km에 달하는 대장정을 결행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중국은 다른 모습을 하고 있을 것이다.
도망치는 것을 비굴한 행동으로 생각하는 것은 어쩌면 아둔한 발상에서 비롯된 생각일지 모른다. 살아남아야 한다는 절대 절명의 상황에서 비굴함을 생각한다는 것은 배부른 소리에 지나지 않는다.
손자는 이렇게 말했다.
"병을 쓰는 법은 자기편이 열세이면 달아나는 방법이야말로 최고의 전술이다. 제대로 달아나면 손해를 최소화 할 수 있고 거기서, 여력을 키워서 재기를 도모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손자병법은 현대에 들어서는 소수가 다수에 대항하는 게릴라 전법에 많이 응용되고 있다. 그럼 삼십육계에 대해서 간략하게나마 알아보자.
삼십육계
① 승전(勝戰)의 계(計)
제1계, 하늘을 기만하고 바다를 건너간다.(만천과해 瞞天過海) : 사람은 이상하게도 평소에 자주 보는 것에 대해서 안전하다고 인식하는 습관이 있다. 그래서 그 맹점을 이용하면 믿어지지 않을 정도의 유치한 계략에도 적은 쉽사리 넘어가고 만다.
제2계, 강한 적을 분산시켜 쳐부수다. (위위구조 圍魏救趙) : 위나라 대군에게 도읍인 한단을 포위당한 조나라는 이웃의 제나라에게 구원을 요청했다. 이에 제나라는 구원병을 보낸다. 장수 전기(田忌)가 급히 한단을 진격하려 들자, 제나라의 군사인 손빈이 다음과 같이 제안했다.
"위나라 군사와의 정면승부는 우리 쪽에 불리합니다. 이런 때는 수비가 상대적으로 허술한 위나라의 수도를 공격합시다. 그러면 위나라는 한단의 포위를 풀어버리고 서둘러 철수할 것입니다. 그때를 노려서 공격하면 어떻겠습니까?"
전기는 그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고 손빈의 계책을 받아들여 즉각 위나라로 쳐들어갔다. 결국 제나라는 대승을 거두었고 아울러 조나라도 구하게 되었다. 위위구조란 말은 위나라를 포위하여 조나라를 구한 데서 유래한 고사이다.
제3계, 칼을 빌려서 사람을 죽인다. (차도살인 借刀殺人) : 상대를 공격할 때 자기가 직접 공격하지 않고 다른 상대의 힘을 가지고 공격하는 전법이다. 즉, 칼을 빌려서 사람을 죽인다는 뜻으로, 싸우지 않고 이긴다는 원리에 입각한 중국인다운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제4계, 여유를 가지고 피곤한 적을 치다. (이일대로 以逸待勞) : '일(逸)'이란 여유 있는 상태이며 '노(勞)'는 피로한 상태를 말한다. 상대에 대해 여유를 가지고 수비에 임하여 상대가 지치기를 기다리는 전법이다. 기다린다는 것이 하늘에 운을 맡긴다는 의미가 아니라 적에게 공격의 틈을 주지 않으면서 전열을 가다듬고 준비를 단단히 하며 기다린다는 뜻임을 명심하라.
제5계, 불난 틈을 이용하여 도적질한다. (진화타겁 趁火打劫) : 이는 제4계와는 반대인 공격작전이다. 공격을 할 것이냐, 수비를 할 것이냐 하는 판단은 적의 정세에 따라 달라진다. 적이 강할 때는 그들이 지치도록 기다려야 하며, 적이 약화되었을 때는 기다림 없이 단숨에 공격을 하는 것이 이 계략의 요점이다. 상대의 약점을 발견하는 즉시 공격하여 상대를 무력하게 만드는 것이다.
제6계, 동쪽에서 소리치고 서쪽을 공격한다. (성동격서 聲東擊西) : 서쪽을 공격하기 위해 동쪽으로 적을 분산시켜 적의 힘을 약화시키는 책략인데 예부터 이 전법이 많이 이용되어 왔다. 그러나 적에게 간파당하면 의외로 큰 타격을 입을 수 있으므로 각별히 신중해야 한다. 상대의 지휘 계통을 교란시키는 것이 이 책략을 성공시키는 비결이다.
②적전(敵戰)의 계(計)
제7계, 무에서 유를 만든다. (무중생유 無中生有) : 속임수를 이용하여 상대방을 혼란시킨 후, 허와 실을 교묘히 이용하여 적을 혼란에 빠뜨리고 쳐부수는 책략이다.
제8계, 아무도 모르게 진창을 건너다. (암도진창 暗渡陳倉) : 명장 한신이 관중을 쳐들어 갈 때 정면 돌파를 하는 척하다가 몰래 진창이라는 성을 공격한 사실에서 유래한다. 제6계인 성동격서와 비슷한 발상이다.
제9계, 기슭을 사이에 두고 불을 바라본다. (격안관화 膈岸觀火) : 여기서 불이란 적의 내분을 의미한다. 집안싸움 중인 상대를 섣불리 기습하면 오히려 적이 단결하게 되어 오히려 손해를 보게 된다. 시간을 가지고 적의 자멸을 기다리는 것이 좋다.
제10계, 품에 비수를 숨기고 상냥하게 상대를 대한다. (소리장도 笑裏藏刀) : 우호적인 태도로 접근하여 상대방이 경계심을 푸는 것을 살펴서 일격에 때려눕히는 전략이다.
제11계, 오얏나무가 복숭아나무 대신 말라죽는다. (이대도강 李代逃僵) : 작은 것을 희생해서 큰 승리를 쟁취한다는 뜻이다. 전쟁이든 사업이든 어느 정도의 손실은 따르게 마련이다. 문제는 그 손실을 어떻게 이익과 결부시키는 가다. 작은 손해에 집착하다 보면 오히려 손실이 커진다.
제12계, 손에 잡히는 데로 취한다. (순수견양 順手牽羊) : 어렵사리 손에 들어오는 이익이라면 마다하지 말고 취한다. 그러나 눈앞의 이익에만 집착하다보면 낭패를 볼 수 있으니 확실한 목표가 세워서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이 필요하다.
③공전(攻戰)의 계(計)
제13계, 풀을 막대기로 쳐서 뱀을 놀라게 한다. (타초경사 打草驚蛇) : 상대의 동정을 살펴보는 책략으로 뱀을 치는 대신 풀을 쳐서 뱀을 유인한다는 의미도 있다. 거물을 잡기 위해서 주변의 조무래기부터 차례로 잡아들여 확실한 증거를 만들어 가는 작전이다.
제14계, 시체를 빌려 혼을 돌아오게 한다. (차시환혼 借屍還魂) : 세상에는 아직 쓸만한데도 가치 없다고 버려진 것들이 많다. 영명한 사람은 그것을 찾아내서 가치 있는 것으로 만든다. 조조는 불우한 처지에 있던 허수아비 황제를 자신의 본거지로 맞아들여 그를 등에 업고 세력 확대의 방편으로 이용했다.
제15계, 호랑이를 산에서 떠나게 하다. (조호이산 調虎離山) : 호랑이는 산 속에 있을 때 무섭지만 막상 평지에 내려오면 제 힘을 못 쓰므로 처치하기에 용이한 법이다. 요새에 버티고 있는 적을 밖으로 유인하여 쳐부수는 전략이다.
제16계, 궁지에 몰린 쥐는 고양이를 문다. (욕금고종 欲擒姑縱) : 퇴로를 완전히 봉쇄하면 상대방은 필사적으로 반격한다. 오히려 도망갈 길을 열어주면 적은 세력이 약해져 쉽게 처치할 수 있다. 적을 쉽게 잡기 위해서는 잠시 동안 내버려 둔다,
제17계, 돌을 던져서 구슬을 얻는다. (포전인옥 抛磚引玉) : 미끼를 던져서 상대를 유인하는 계략이다. 미끼 같지 않은 미끼를 사용해야 성공할 수 있다. 반대로 상대방의 미끼에 걸리지 않도록 냉정한 판단력을 지녀야한다. 당장 눈앞의 이익보다는 그 이면에 숨겨진 것을 보지 못하므로 항상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18. 제18계, 도적을 사로잡으려면 우두머리를 잡아라. (금적금왕 擒賊擒王) : 상대방의 중심을 공격하여 적을 괴멸시키는 전략이다. 모든 사물은 반드시 급소가 있다. 그 약점을 제대로 잡는다면 교섭이나 설득이 의외로 쉽게 이루어질 수 있다.
④ 혼전(混戰)의 계(計)
제19계, 가마솥의 장작을 치우다. (부저추신 釜底抽薪) : 적의 보급을 차단하여 적의 사기를 꺾는 효과가 있다. 관도 전투에서 원소의 대군과 싸우다 열세에 몰렸던 조조가 원소의 보급기지를 밤에 몰래 습격하는 데 성공하여 형세를 역전시키며 기세를 몰아 단숨에 중국 북부를 지배하는 실력자로 등장했다.
제20계, 물을 휘저어서 고기를 찾아낸다. (혼수모어 混水模漁) : 적의 내부와 지휘부를 혼란에 빠트려서 전력을 약화시킨 다음 아군이 원하는 방향으로 전세를 이끈다. 이 작전이 어려운 것은 적을 혼란시키기 위해서 위장전술을 써야하므로 시간, 방법, 속도 등 모든 것이 치밀해야하기 때문에 그 중 하나라도 잘못된 경우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제21계, 매미가 허물을 벗어 버리고 날아가다. (금선탈각 金禪脫殼) : 겉으로는 전열을 가다듬어 진을 강화하는 척하며 상대가 움직이지 못하는 틈을 이용하여 은밀하게 주력부대를 이동시키는 후퇴 전략이다.
제22계, 문을 닫아 버리고 도적을 잡는다. (관문착적 關門捉賊) : 얼핏 보면 모순 된 책략 같지만 적의 병력이 소수이고 힘이 약할 경우 살려두면 화근이 될 소지가 있다고 판단되면 적을 섬멸하는 전략이다. 상대가 아군보다 약할 때에는 인정사정없이 철저하게 섬멸하라는 것이다.
제23계, 먼 나라와 손잡고 가까운 나라는 공격하라. (원교근공 遠交近攻) : 먼 곳에 있는 나라에 군대를 보내는 것은 힘만 들고 얻는 것이 작기 때문에 멀리 떨어진 나라와는 손잡고 가까이 있는 나라를 공격하는 책략이다. 가까운 나라는 적은 노력으로도 성과를 얻을 수 있고 거기서 힘을 얻어 점차적으로 세력을 확대할 수 있다.
제24계, 길을 빌려 괵나라를 친다. (가도벌괵 假道伐虢) : 춘추시대에 큰 나라인 진나라가 작은 나라인 우나라에게 길을 빌려 괵(虢)나라를 공격했는데, 돌아오는 길에 우(虞)나라마저 멸망시킨 사실에서 유래되었다.
⑤ 병전(倂戰)의 계(計)
제25계, 대들보를 훔치고 기둥을 바꾼다. (투량환주 偸梁煥柱) : 진나라 시황제는 '원교근공'의 전략으로 가까운 나라를 차례로 무너뜨린 후, 마지막 남은 제나라를 멸망시킬 때 제나라의 후승이라는 실력자를 매수한 뒤, 내통자를 늘려서 전쟁도 하기 전에 제나라를 허수아비로 만들어 버렸다.
제26계, 뽕나무를 가리키면서 회화나무를 꾸짖는다. (지상매괴 指桑罵槐) : 가깝게 지내는 나라나 부하를 다루는 방법으로 흔히 채택되고 있다. 가깝게 지내는 면전에서 욕하면 배반만 당할 위험이 있으므로 상대가 알아차릴 만하게 다른 사람을 간접적으로 꾸짖으면 더욱 효과가 있다.
제27계, 어리석은 행동을 하는 것보다 미친 척하는 것이. 가치부전(假痴不癲) : 바보같이 행동하면서 상대가 방심하도록 유도하는 책략이다. 뛰어난 사람은 자기의 재능을 자랑하지 않는 탓에 어리석어 보이는 데 그가 정말 훌륭한 사람이다.
제28계, 지붕위에 올려놓고 사다리를 치운다. (상옥추제 上屋抽梯) : '허술하게 보여 적을 끌어들인 후 뒤따르는 부대를 끊어서 포위 섬멸한다.'는 책략이다. 강한 상대를 유인할 때는 이 수법을 흔히 쓰는데, 상대를 유인하려면 온갖 지혜와 달콤한 미끼와 주도면밀한 준비가 없으면 성공하지 못한다.
제29계, 나무 위에 꽃을 피운다. (수상개화 樹上開花) : 깃발, 창 ,칼 ,북 , 꽹과리 등으로 실제보다 병력이 많은 것처럼 꾸민다. 적은 물론동맹국들에게도 신뢰감을 주기 때문에 주도권을 잡기 위한 수단으로 병력이 소수이거나 약세일 때 자주 사용되는 수법이다.
제30계, 손님의 입장에서 차츰 주인의 자리를 차지하다. (반객위주(反客爲主) : 굴러온 돌이 박힌 밀어낸다는 말처럼 이러한 책략을 성공시키려면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서 한 걸음씩 실행하지 않으면 안 된다. 조급하거 서두르다가는 실패하기 십상이다.
⑥ 패전(敗戰)의 계(計)
제31계, 적장의 마음을 미인을 이용해 흔들어놓는다. (미인계 美人計) : 상대를 아주 혼란에 빠트리는 방법인데 이 책략의 핵심은 상대의 마음을 딴 곳으로 돌리는 데 있다. 상대의 마음을 빼앗으려면 절세의 미녀라야 가능하다.
제32계, 성을 비워 놓는다. (공성계 空成計) : 일부러 무방비한 것처럼 보임으로써 적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전략이 '공성계'인데 29계인 '수상개화'와는 반대 심리를 이용한다. 적에게 발각되면 돌이킬 수 없는, 그야말로 죽음을 무릅쓴 계책 중의 계책이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상대방이 그 술책에 넘어가는 수가 많다.
제33계, 적의 첩자를 역이용하다. (반문계 反問計) : 상대방 첩자에게 역정보를 흘려서 교란시키는 방법인데, 여기에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첩자를 매수하거나, 아니면 눈치 채지 못한 체하고 고의로 거짓정보를 흘리는 방법이다. 어느 방법을 선택하든지 힘들이지 않고는 승리를 거둘 수 없다.
제34계, 자기 몸을 상처 내다. (고육계 苦肉計) : 너무도 유명한 적벽 대전 때 일이다. 오나라 장군 황개는 조조를 감쪽같이 속이기 위해 자기 몸을 상처 낸 후, 주유와 사이가 나쁜 것처럼 거짓으로 소문을 퍼뜨리고는 조조에게 몰래 밀서를 보내 귀순할 의사를 전한 다음, 배를 접근시켜 화공(火攻)을 가했다. 이로 인해 조조의 군사는 큰 혼란에 빠졌고 조조는 겨우 목숨만 건져 도망갔다. 이런 책략은 옛날부터 전쟁 중에 사용되었는데 그중에는 사랑하는 아내와 총애하는 신하를 희생시킨 예도 가끔 있을 만큼 승부에 대한 강한 집념이 있어야 한다.
제35계, 먼저 적의 움직임을 제압한 후, 제2, 3의 계략을 구사하다. (연환계 連環計) : 적벽대전에서 조조가 크게 패한 이유는 위나라의 배들이 쇠사슬 고리에 연결되어 있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책략은 촉나라의 군사 방통이 생각해 낸 것인데 이는 먼저 적의 움직임을 제압한 후, 제2, 3의 계략을 구사하여 강한 적을 멸하는 책략이다. 한 번에 승리를 노리는 것이 아닌 두 가지 이상의 책략을 혼합하여 적을 멸하는 데 묘미가 있다.
36. 제36계, 도망가는 것을 상책으로 삼는다. (주위상 走爲上) : '삼십육계 줄행랑이 제일이다.'는 말을 낳은 마지막 계략이다. 병법에서는 상황에 따라서 일부러 후퇴하는 것도 불사한다고 나와 있는데 이 또한 병법의 철칙이다. 사람이 죽으면 승리도 패배도 없는 것이다. 불리할 때 일단 퇴각하면 전력을 보완하여 다시 싸울 수 있다. 후퇴할 줄 아는 결단력을 가진 사람이야말로 참다운 용기를 지닌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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