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자와 아기들이 걸을 그 길들이 굳이 비싼 유모차가 아니더라도 수월하게 다닐 수 있는 곳이 되기를,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는 곳이 되기를 바란다면 큰 욕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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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가 이제 10kg를 넘어가면서, 아기 띠로 오래 업고 있으면 몸에 부담이 온다. 그런 이유로 아내에게는 유모차 사용을 권하는 편인데, 막상 사용해 보니 쉬운 일이 아니었다.(요즘에는 성평등 용어로 '유아차'라고 하는 편인데 이 글에선 편의상 잘 알려진 유모차로 쓰겠다.)
유모차는 단지 이동에 편리함만을 주는 게 아니었다. 보호자와 아기를 '사회적인 교통 약자'로 만들어 버리는 일 같다. 요즘 기자가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굴러가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더니...
보통 유모차는 무게와 기능에 따라 제일 큰 디럭스와 절충형 그리고 휴대용 유모차로 나뉘는데, 우리 집은 모두 소유하고 있다. 게다가 두 대의 자전거형 유모차까지. 코로나 시대에 아이와 할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그나마 산책이기에, 기회가 닿을 때마다 야외 이동에 필요한 장비는 최대한 구비하게 됐다.
이쯤에서 이렇게 생각하는 분이 있을 것이다. '유모차가 굴러가기만 하면 되지 뭘 그렇게 많이 사지?', '우리 때는 싼 유모차 하나 가지고도 잘 키웠는데.' 고백하건대 나도 그렇게 생각했던 사람이다.
아기가 생후 6개월 이후, 중고 거래로 저렴한 유모차 하나만 샀다. 그랬다가 아기 엄마와 함께 처음 나섰던 산책길에서 절망을 맛보았다. 초보운전 아빠를 비웃기라도 하듯 동네 골목이나 턱이 많은 인도에서 운전이 쉽지 않았다. (바퀴가 부드럽게 굴러가는 게 아니라 거의 언덕길을 오르듯 힘껏 밀어야 한다.)
유모차도 엄연한 교통약자를 위한 '차'였다. 울며 겨자먹기 심정으로 거의 '무료 나눔급'의 거래를 해서 기존의 유모차를 보내고 새것으로 구입했다.
아내는 날씨가 좋은 날 볕이 어느 정도 사그라들기 시작할 때면 아기를 유모차에 태워 매일 동네 산책을 나온다. 칭얼거리던 아기도 산책을 나오면 조용해지고, 때론 그 안에서 잠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기 엄마가 커피 한 잔을 들고 산책을 한다는 것은 꽤나 힘든 일이다. 계단만 있는 커피숍들이 그렇게 많을 줄이야. 경사로가 있는 커피숍은 동네에서 한참을 걸어가야 있다. 아기 엄마는 매일 빈손으로 동네 산책을 할 수밖에 없다.
나 역시 유모차를 끌고 대로변을 걷다가 깜짝 놀랄 일을 겪은 적도 있다. 차로와 인도를 구분하는 선이 그어져 있는데, 그 노란 선 바깥에 물빠짐 시설이 깔려 있거나 보도블록이 정리되지 않은 곳이 있다. 아무리 인도 안으로 걸어가려 해도 노면이 거칠어 유모차가 잘 안 굴러가면 살짝 방향을 틀 수밖에 없는데, 어김없이 저 뒤에서 자동차 클랙슨 소리가 날아온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번은 버스 경적이 울렸고, 아기가 놀라서 한참을 울었다.
억울한 마음이 크지만 어쩌겠나. 최대한 그 길을 피하는 수밖에 없다. 아무리 인도 영역이 있다 해도 그 길로 유모차를 끌고나온 건 우리니까. 교통약자를 고려하지 않는 도로가 아닌, 그곳으로 굳이 온 사람이 잘못이라고 생각하는 시선이 분명 있다. 아무리 그 길밖에 없다고 해도 말이다. 굳이 애 데리고 왜 나오냐고 핀잔을 주는 사람들도 있다.
세상에, 턱이 이렇게 많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