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방송 3사가 공동주최한 대선후보토론회가 열린 3일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토론 준비를 하고 있다(사진 순서는 자리 배치 순).
국회사진취재단
민주주의는 너무나도 소중한 이념적 지향이라서 누구도 그 자체를 부정하지 못한다. 개인의 자유와 참여를 기반으로 각자의 이익의 확보를 가능하도록 하는 정치체제로서 우리는 '민주시민'임을 자랑스러워하고 또 '민주시민'이기를 지향한다. 그렇다면 법치주의는 어떠한가? 우리 헌법에 '민주'라는 단어는 11차례 등장하는 소중한 단어다. 그러나 '법치'는 단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 최고규범이자 근본규범인 대한민국헌법에 우리가 법치국가라는 것이 나와 있지 않은데 우리는 법치국가인가?
그렇다. 우리는 법치국가이다. 법치(Rule of Law)는 본디 권력을 가진 자들의 자의에 의한 통치(人治)를 막고, 국민에게 법률로만 권리를 제한하도록 하여 예측가능성을 주며, 통치기구를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두어 기관 간 권한에 따른 균형을 도모하고, 궁극적으로는 모든 개인의 '기본권'을 보장하며 그 기본권이 침해될 경우 사법심사를 통해 구제받을 수 있도록 하는 이념적 지향이다. 우리 헌법이 이러한 법치주의의 원리를 충실히 구현하고 있기에 우리는 단어로 '법치'를 써넣지 않았어도 우리나라를 법치주의 국가라고 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나와 다른 생각을 입법한 법이라도 이를 잘 지켜야 한다는 '준법주의'와 '법치주의'를 유사한 것으로 오해하는데 준법주의와 법치주의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법치주의는 권력을 가진 사람들의 자의를 배제하고 '소수자 보호'를 제도화하는 이념이기 때문이다. 민주주의가 아무리 대단하더라도 결국 다수결 원리가 가질 수 있는 한계가 있으니 그중 가장 큰 문제점이 소수자 보호이고 그렇기에 우리 헌법은 소수자 보호를 명문화하고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라고 선언하였다.
즉 '기본권'은 민주주의 의사결정과정에서 다수로부터 소수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이렇게 법치주의는 제도적으로 기본권을 보장하며 민주주의에 필요한 절차를 규정하기에 민주주의와 함께 우리 사회의 가장 근본규범으로 인정받는다.
한 달 뒤... 무엇을 변화시킬 것인가
선거를 앞두고는 모두 변화를 이야기한다. 정권연장, 정권교체 상관없이 선거는 결국 '무엇을 변화시킬 것인가'에 대한 논쟁이다. 결과와 상관없이 그 논쟁 과정을 통해 실제로 한국 사회가 조금씩 더 나아질 수도 있겠다. 하지만 지금 선거의 모습이 과연 그러한가? 네거티브라는 단어를 포털에서 검색하면 이번 대선 후보들의 이야기만 쭉 나오는 것을 볼 수 있다.
정책과 공약이 실종된 선거, 그중 가장 안타까운 것은 정치가로서 지향해야 하는 후보자들의 의지가 담긴 '권리 확장'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없다는 것이다. 현대 사회의 민주주의는 선거를 통해 대표성을 구현하는 형태로 운용되고 있고 소위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의 표를 한 표라도 더 많이 받아야 '가치를 권위적으로 배분할 수 있는' 권력을 가지게 된다. 세상에는 수없이 많은 의제가 있기에 그중 어떤 의제가 다수 국민의 관심사가 되고 의제의 통제(control of the agenda) 과정을 거쳐 진정한 논의의 대상이 될지를 잘 세팅하는 것도 후보의 역할이다. 그러나 현실은 온통 비방뿐이다.
지금 새로운 5년을 책임지겠다는 후보들 중 가장 많은 지지를 받는 두 명의 후보는 모두 법률가다. 그들은 법률가로서 살아온 삶의 궤적을 어떤 방법으로든 대통령 후보에까지 오르도록 인정받은 사람들이다. 중앙정치의 경험이 부족하고 특별한 이슈들에 얽혀 상대방에게 비방을 받을 여지를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자신들의 삶의 기반이었던 법률과 법치주의의 실현에 대해 그 누구보다 목소리 드높여 법치의 가치를 지키고 실현하겠다고 이야기 해야 할 후보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