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진이 20대 여성임을 밝힌 이력서에 총 57개 번호로 약 500번의 연락이 왔다.
팀 라그랑주
20대인 세아(가명)와 효은(가명)은 첫 아르바이트를 구하기 위해 한 사이트에 이력서를 공개했다. 이들은 면접을 위해 'OO카페'를 방문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면접 자리에서 "명백한 취업 사기를 당했다"라고 주장했다. 그들은 어떤 일을 겪었을까.
세아는 "룸카페인 줄 알고 면접을 보러 갔는데, 대뜸 사장이 가슴 크기를 물었다"라며 면접 보던 순간을 떠올렸다. 그에게 룸카페는 보드게임을 하고 간식을 먹으며 영화·드라마를 보던 장소로, 고등학생 때 친구들과 자주 가던 곳이다. 그러나 면접을 보며 그는 이곳이 '룸카페'가 아닌 '성매매업소'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가 겪은 구체적인 사연은 다음과 같다.
"한 사이트에 이력서를 공개했어요. 곧바로 룸카페인데 카운터 직으로 내일 면접 가능하냐는 문자가 왔어요. 면접을 보러 룸카페를 방문했어요. 처음엔 사장님께서 친절하게 맞아줘서 이상한 곳이라고 전혀 생각 못 했어요. 그런데 '몇 살이냐', '대학은 다니냐'라는 질문이 '가슴 사이즈가 어떻게 되냐'는 물음으로 이어졌어요. 저는 조심스럽게 '정확히 뭐 하는 데냐'라고 되물었죠. 사장은 '신개념 대화 카페이고 절대 이상한 곳이 아니다'라고 했어요. 그러다가 어떤 사이트를 보여줬는데 가명인 여성들 아래로 키와 몸무게, 가슴 사이즈가 공개되어 있었어요. '발랄함', '적극적'과 같은 문구가 적혀있었어요. 생각했던 업무가 아니라 나가려는데 사장이 출구 앞에서 길을 가로막았어요. 너무 당황스럽고 무서웠어요."
효은(가명)도 유사한 경험을 했다. 그녀는 "면접을 위해 방문했는데, 문에 붙어 있는 문구를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라고 전했다. 효은의 증언에 따르면 면접 장소는 방마다 잠금장치가 있는 성매매업소였다.
"면접을 보는데 사장이 '손님 접대 가능해?'라고 물었어요. 몇 마디 말이 오가고 사장이 직접 룸카페 구석구석을 보여줬어요. 방을 둘러보는데 '성관계와 성행위 금지', '스킨십은 허용'이라는 문구가 문 안쪽에 붙어 있었어요. 저는 놀라서 '스킨십과 성행위가 일어날 수 있는 곳인지 몰랐다'라고 말했어요. 그러다 어떻게 제게 연락을 했는지 궁금해서 질문했죠. 사장님은 'OOO(아르바이트 사이트)에 이력서 공개한 것을 보고 연락했다'라고 했어요. 커피 만드는 일을 하고 싶어 이력서를 공개했는데 제가 생각한 카페가 전혀 아니었던 거죠. 처음엔 전혀 몰랐지만 면접 보면서 성접대와 스킨십이 이뤄진다는 것을 알게 되어 곧바로 나왔어요. 친한 친구들에게 이 사실을 말했어요. '이력서를 공개하면 그렇게 된다'라는 말을 듣고 곧바로 이력서를 내렸어요."
두 사람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그곳은 말만 카페이지 불법 성매매를 제안하는 은밀한 장소였다. 이들은 면접을 보기 전에 업무 중 '터치가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두 사람은 '사전에 알았다면 절대 안 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렇게 사회에 첫발을 내딛으려 도전한 면접은 두 사람에게 악몽으로 남았다.
취재진은 두 사람의 주장과 피해 사실을 토대로, 또 다른 피해자가 없는지 찾아봤다. 그러다 아르바이트 후기를 올리는 한 커뮤니티에 유사한 사연이 많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불쾌한 유혹의 늪, 20대 여성 구직자의 안전은...
"이력서 올린 사람중에 이런 문자 받..."
"카페 면접봤는데 좀 이상한 거 같아요"
"불법 업소들 구인내용 좀 속이지 맙시다 ㅎㅎ"
세아(가명)와 효은(가명)만 그런 일을 겪은 것이 아니었다. 심지어 두 사람이 겪은 일은 오랜 시간 누적되어 온 문제였다. 커뮤니티 내 글을 확인해본 결과, 최초로 해당 문제를 제기한 게시물이 올라온 시점은 2013년이었다.
이와 관련된 게시물이 많이 올라온 건 2016~2018년이었고, 이러한 피해 후기는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었다. 피해를 호소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세 가지였다. '20대', '여성', '구직'. 단지 일자리를 구하려 했을 뿐인데, 20대 여성 구직자들은 불법 성매매 꾐에 아무런 보호 장치 없이 노출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