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강습지에 펼쳐진 거대한 먹이사슬(고라니 사체)
김병기
[야생의 삶과 경관] 눈부신 눈꽃과 짙은 녹색의 밀림
겨울을 장식하는 눈꽃, 철새의 보금자리이다. 봄, 여름, 가을이 선사하는 짙은 녹색의 밀림, 경이로운 생태계는 사람에게 위로를 선사한다. 금강 햇무리교 위쪽의 전월산 기슭, 자전거 도로에 있는 일출 명소. 많은 라이딩족들이 그곳에서 잠시 멈춰선다. 그곳에 인간의 쉼과 숨도 들어있기 때문이다. 지난 8년간 이곳의 일출을 촬영하고 있다는 서영석 사진작가도 그랬다.
"세종시에서 거의 유일하게 살아있는 습지입니다. 이곳에 오면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들을 볼 수 있습니다. 특히 합강의 물안개는 장관입니다. 나무 사이를 흘러 다니는 물구름이 펼쳐지죠. 합강의 겨울은 상고대가 필 때가 최고입니다. 눈꽃이 피고, 눈꽃이 질 때가 제일 아름답습니다."
그의 말처럼 합강의 겨울은 사람에게 빼어난 경관을 제공하는 데,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큰고니에게도 아주 특별한 곳이다. 이곳에서 4~5km 금강 하류에 있는 장남들에는 매년 겨울 큰고니들이 날아온다. 멸종위기종인 금개구리 서식지로 보호받는 곳이고, 철새들의 먹거리를 위해 추수를 하지 않는 곳이다.
합강습지 어류조사에 참여했던 조성희 장남들보전시민모임 사무국장은 "두 물이 하나 되는 합강습지는 다양한 생태계가 형성된 곳이고 훌륭한 경관을 자랑하지만, 특히 겨울이 되면 인근의 장남들에 머물던 큰고니가 이곳을 왕래하며 먹이활동을 하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과거와 오늘] 무분별한 골재채취, 그 상처의 흔적마저도...
하지만 합강습지는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오래전 이곳의 드넓었던 모래톱은 아이들이 멱 감고, 아낙들이 빨래하고, 사내들이 물을 긷던, 인간의 쉼터이기도 했다. 대청댐 건설로 모래 유입이 차단되고, 금은 모래를 마구 파헤치며 골재를 채취했다. 지난 7월 합강 생태조사 현장에서 유진수 금강유역환경회의 사무처장은 이곳의 과거와 오늘을 증언했다.
"지금 저희가 있는 이 주변이 모래톱이잖아요. 금강의 모래와 미호강의 모래가 흘러 내려와서 쌓인 겁니다. 뒤쪽으로 보이는 달뿌리풀과 일부 억새가 있는 밭과 버드나무 숲이 있는데, 2000년대 이전에는 다 모래톱이었어요. 예전부터 이곳에는 모래가 많이 쌓여서 토사 채취가 심했던 곳입니다. 4대강 사업 때도 준설을 했죠."
합강습지에 남은 커다란 웅덩이는 모래 채취, 그 상처의 흔적이다. 흉터에 딱지가 앉듯이 진행되는 육지화. 개발의 상흔인 웅덩이는 수서곤충과 야생생물들의 삶터로 변했다. 이곳이 다시 개발된다면, 개인의 전유물이 될 것이 자명하다. 하지만 그대로 놔둔다면 자연의 시간은 치유의 순간, 그 연속이다. 야생생물과 인간, 모든 이의 공유자산으로 남을 것이다.
이곳만은 꼭 지켜야 하는 까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