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8일 밤 이태원에서 핼러윈을 즐기는 외국인들과 사진을 찍은 우리들
도쿄신문
"Remember me, though I..."
난생처음 핼러윈을 즐기던 나는 지난 인터뷰들을 상기했다. 가령 낯을 가리는 승연씨는 코스튬을 통해 자유로워졌는데, 나 역시 어느새 낯선 사람들과 편하게 눈을 맞추는 나를 발견했다. 민희씨와 원기씨의 이야기도 새삼 와닿았다. 곳곳에는 재미난 풍경들이 가득했다. 음료캔 모양 옷을 입은 사람도, 샤인씨처럼 드랙을 한 사람도 있었다. 외국인들과 "해피 핼러윈"을 주고받으며, 모하메드씨도 떠올렸다. 또한 그 시각 음악을 틀고 있을 클럽 DJ들도 궁금했다. 어쩌면 가게를 운영하는 범조씨도 비슷한 마음이었을까. 다음에는 더 많은 친구들에게 같이 놀자 호들갑 떨고 싶어졌다.
시간은 어느덧 자정을 넘겼다. 우리는 기념으로 네컷 사진을 남기고는 거리를 헤맸다. 그리고 그때 보영의 전화를 받았다. 사실, 보영은 올해 핼러윈에 반드시 가겠다고 다짐해 왔다. 하지만 막상 일주기가 다가오니 복잡한 심경이 밀려들었다. 특히 이태원이 너무 썰렁할까 봐, 그래서 속상할까 봐 참여하지 못했는데, 아쉬운 대로 오밤중 이태원 일대를 차를 타고 한 바퀴 돌고 있다고 알렸다. "거기 지금 어디에요?" 운명인지 우연인지 우리가 있는 곳에서 멀지 않아 금세 서로를 확인했다. 신호 대기 중인 차량 한 대의 조수석 창문이 열리더니, 보영이 활짝 웃는 얼굴을 내밀어 보였다.
우리는 벅찬 마음으로 술집으로 향했고, 가볍게 떠들다 진지해지기를 한참 반복했던 것 같다. 럭비공처럼 튀던 대화는 내년 핼러윈 계획으로까지 이어졌다. "그때는 어떤 옷 입지?" "좌판 깔고 뭐라도 해야 하나?" "미리 모여서 분장 같이 할까?" 가게 밖을 나서니 새벽녘 하늘에 수많은 별이 걸려 있었다. 우리는 마지막으로 추모의 벽을 들러 절을 올렸다. 바로 앞 편의점에도 방문해 보니 사장님이 계셔 나는 가만히 포스트잇을 들여다보던 주현에게 그 사실을 전했다. 그렇게 둘은 <코코> 분장을 하고서 사장님에게 인사를 드렸고, 그것을 끝으로 각자 택시를 잡아 유령처럼 헤어졌다.
나는 그만큼 연결된 감각으로 참사를 기억한다. 물론, 보영처럼 여러 가지 이유로 마음이 허락하지 않거나 사회적인 시선 때문에 놀기를 주저하는 사람도 있을 거다. 나의 첫 번째 핼러윈 축제 이야기가 그 모두에게 가닿기를 바란다. 한편, 이태원 일대를 나란히 걷는 동안 주현과 나는 누가 먼저 할 것 없이 <코코>의 OST를 콧노래로 흥얼거리곤 했다. 그 가사를 옮겨 적는다. 잘 놀고 왔다.
"Remember me, though I have to say goodbye (나를 기억해줘, 내가 작별 인사를 해야 하지만) / Remember me, don't let it make you cry (나를 기억해줘, 울지마) / For even if I'm far away, I hold you in my heart (내가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마음에 널 품고 있어) / I sing a secret song to you each night we are apart (우리가 떨어져 있는 매일 밤마다 나는 너에게 비밀스러운 노래를 불러) / Remember me, though I have to travel far (나를 기억해줘, 내가 멀리 여행을 가야 하지만 ) / Remember me, each time you hear a sad guitar (나를 기억해줘, 네가 슬픈 기타 소리를 들을 때마다) / Know that I'm with you the only way that I can be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너와 함께 있음을 알아줘) / Until you're in my arms again (네가 다시 나의 품에 안길 때까지) / Remember me (나를 기억해줘)"
- '다시 놀고 싶다, 이태원' 운영팀장 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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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구에서 주민들과 마을방송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지역에 주요 현안을 콘텐츠로 제작하고 지역주민과 청소년 대상 라디오 교육을 통해 라디오방송 DJ을 양성하고 있습니다. 2012년부터 용산구에서 활동하고 있는 비영리민간단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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