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름 홈짐딱히 없는 것 없는 홈짐 덕분에 꾸준히 운동하고 있다.
남희한
아무튼 가장 큰 변화는 아내의 몸매였다. 살이 좀 올랐다고 해도 그리 통통해 보이지 않았던 아내에게서 대놓고 허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눈을 설핏 뜨고 봤을 때, 한 때 어느 잡지에서 이효리 따라잡기 화보까지 촬영한 아내의 옛 몸매가 얼핏 보인 듯도 했다. 정말 놀라운 의지의 여인이다.
당사자는 몸매가 가장 큰 관심사겠지만 조금씩 활기가 돋고 건강미가 가미되는 모습에 내가 다 뿌듯했다. 그래, 아내를 한 번 춤추게 해보자. 나는 칭찬의 수준을 극한으로 끌어올리려 지나가는 불량배 흉내까지 내면서 아내에게 추파를 던졌다.
"오~ 아가씨! 허리가 없어졌네?"
너무 불량했던 탓일까? 아내가 고개를 돌리다 말고 눈동자만 한쪽으로 심하게 치우친 채 나를 쳐다봤다. 그리고 어이없다는 듯 터트리는 웃음에 순간 긴장했다.
"하! 뭐? 허리가 없어?"
"....어... 허리가 없어졌...."
"여보!"
"어... 어..."
"이건 허리가 생겼다고 하는 거야~"
"어????? 아...."
사용하는 표현이 달랐던 우리는 하마터면 제법 긴 골을 만들 뻔했다. 일반적인 말의 사용법을 몰라 생긴 오해. 다행히 아내는 나의 언어 능력을 알고 있었고, 부족한 나를 뜨거운 시선과 한숨 섞인 설명으로 채워주었다.
이렇듯 뜻하지 않게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경우가 있다. 좋은 의도로 이야기한 것이 비아냥거림으로 비치는가 하면, 가볍게 던진 농담이 상대와 척을 지게 만들기도 한다. "한 번 더 그렇게 해~"라는 경고의 말에 두 살 아이가 티슈를 다시 신나게 뽑았던 것도 같은 경우다.
말은 어렵다. 같은 상황임에도 수없이 다른 표현이 가능하다. 대형 사고를 마주하고 참혹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사망자가 없어 다행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존재한다. 누가 옳고 그르다고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상대의 의견을 존중하는 것이다.
같은 의미인 줄은 알지만 귓전을 울리는 순간부터 거슬린다면 굳이 거슬리는 말을 할 필요는 없을 테다. 그래서 아내의 허리는 없어진 것이 아니라 생긴 게 맞다. 결코 "그게 어떻게 생긴 거냐? 없어진 거지!"라고 따지다가 져서 하는 말이 아니다. 원한다면 생각과는 다르게 이야기할 줄 아는 것. 그게 현명한 자의 선택이라 생각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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