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피냥 생 장 밥티스트 대성당 앞에서14세기에 지어졌다.
오영식
꼭 서울의 청계천처럼 '바쓰(Basse)'란 이름의 작은 강이 도심을 가로지르고 있었는데, 그 주변으로는 노천카페들이 모여있어 그 중 한 식당으로 들어갔다.
"태풍아, 여기서 밥 먹자."
"응, 아빠 프랑스 요리가 유명하다며?"
"그래, 어린이 스테이크 있으니까 넌 그거 먹고, 아빠는 피자 시킬게, 나눠 먹자."
자리에 앉아 음식을 주문하려는데 10분이 넘도록 종업원이 오지 않아 계속 두리번거리며 기다렸다.
"아빠, 우린 왔는데 왜 이렇게 주문받으러 안 와?"
"원래 프랑스가 느려. 기다려야 해."
한참을 더 기다린 후 주문했지만, 이번엔 음료만 갖다주고 30분이 넘도록 음식이 나오지 않았다. 나는 아들이 지루하지 않게 같이 게임을 하고 놀았다. 마침내 음식이 나왔다.
"아빠, 음식 기다리다가 배고파 죽는 줄 알았어."
"그래. 이제 나왔으니 맛있게 먹자."
"아빠, 근데 엄청 맛있네? 오래 기다리긴 했지만, 그래도 음식은 역시 프랑스네~"
다행히 햇살도 비추고 날씨도 따뜻해 나는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하지 않았지만, 아들은 한국과는 다른 아주 느린 서비스 속도에 답답했는가 보다. 하지만, 이것도 다른 문화에 대해 직접 느낄 수 있는 교육이라고 생각해 나는 일부러 직원을 재촉하거나 하지 않았다.
우리는 따뜻한 날씨를 즐기며 페르피냥 시내를 걷다 마요르카 왕궁으로 향했다.
나지막한 언덕 위에 있는 마요르카 왕궁에 가면 페르피냥 시내를 내려다볼 수 있다.
또 이 왕궁은 특이하게도 지중해 방향인 동향이나 남향이 아닌 남서쪽을 향하고 있어 저 멀리 피레네산맥과 안도라(Andorra)의 만년설을 볼 수 있다.
사실 피레네산맥 위 '안도라'라는 나라에도 가보고 싶었지만, 대충 길을 검색해 보니 안도라의 수도는 해발 1400m에 있었고 가까운 거리를 피레네산맥 주변으로 빙빙 돌아가야 해서, 길이 안 좋을 것 같아 포기하고 이곳 페르피냥으로 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