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울화 치밀고 분통 터져도 '한국근대사' 저술에 매달려

[김삼웅의 인물열전 - 실천적 역사학자 강만길 평전 16] 시대적 울분을 안으로 새기며 저술에 매달렸다

등록 2024.04.21 09:42수정 2024.04.21 09:42
1
원고료로 응원
강만길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장은 25일 밤 한국인터넷언론포럼 간담회에서 "광복 60주년이 되도록 친일반민족행위 문제를 풀지 못한 것은 치욕적인 일"이라고 일갈했다. 강만길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장은 25일 밤 한국인터넷언론포럼 간담회에서 "광복 60주년이 되도록 친일반민족행위 문제를 풀지 못한 것은 치욕적인 일"이라고 일갈했다.
강만길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장은 25일 밤 한국인터넷언론포럼 간담회에서 "광복 60주년이 되도록 친일반민족행위 문제를 풀지 못한 것은 치욕적인 일"이라고 일갈했다.강만길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장은 25일 밤 한국인터넷언론포럼 간담회에서 "광복 60주년이 되도록 친일반민족행위 문제를 풀지 못한 것은 치욕적인 일"이라고 일갈했다.시민의신문 양계탁
 
그는 시대적 울분을 안으로 새기며 저술에 매달렸다. 구역이 나고 울화가 치밀고 분통이 터지는 상황에서, 역사 변화의 맹아를 찾고 그 싹을 틔우고자 시작한 것이 <한국근대사>와 <한국현대사>의 집필이다. 
 
때마침 그동안 친교를 맺어온 창작과비평사로부터 집필 의뢰가 있었다. 옛 말의 '줄탁동시(啐啄同時)'란 의미의 그대로였다.

"어려운 시대를 사는 역사학 전공자의 한 사람으로서 지식인 일반의 역사의식을 높이는 일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어야 한다는 책무감에 쫓기면서, 그리고 타의로 자리를 잃은 교단 생활자의 한 사람으로서 가르치는 열정을 쏟고 싶은 욕심에서 강의하는 자세로 쓰기를 계속할 수 있었다." (주석 1) 
 
당시 '해직'의 딱지가 붙은 교수의 책은 출판을 꺼리는 상황인데도 창작과비평사는 위험부담을 안고 강만길의 책을 내고 생활비를 부담하였다. 설립 사주가 유신시대 1차 해직 교수 출신인데다 역사의 현재성과 대중성을 확보하려는 저자의 사관에 공감하여서일 터였다. 출판사는 1984년 5월에 출간한 <한국근대사>의 앞표지 뒷면 말문에 다음과 같은 의미를 부여했다.

임진왜란 이후의 조선후기 및 개항기를 다룬 <한국근대사>와 일제식민지 시대와 분단 이후 70년대 말까지를 포괄하는 <한국현대사>의 두 권으로 이루어진 강 교수의 이 노작은, 이제까지의 사실 나열 위주의 한국사 개설류와는 달리 우리 역사의 주체는 민중이라는 뚜렷한 역사인식을 바탕으로 각 시기의 과제와 그 해결을 위한 노력에 초점을 맞추어 저술되었다. 
 
오늘날의 국사학이 제 구실을 다하기 위해서는 분단체제 극복을 위한 사람론 세워나가야 하며 거기에서 국사학의 현재성을 찾아야 한다는 입장에 선 강 교수의 이 저서는 이 시대를 살고 있는 모든 지식대중에게 우리 역사를 보는 눈을 맑고 새롭게 해 줄 것이다. (주석 2)

저자의 집필 의도를 들어본다.  

역사를 어떻게 쓸 것인가 하는 문제는 역사가 무엇인가 하는 문제만큼이나 어려운 것이지만, 이 책을 쓰면서 대체로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점을 염두에 두었음을 밝혀 두고 싶다.
 
첫째, 그 서술체제를 각 시기마다의 정치·경제·사회·문화 순으로, 일종의 분류사 형식으로 엮었다. 역사서술이 어느 한 분야에 치우쳐서는 안된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이왕의 연구업적이 부족한 부분, 가령 문호 개방 이후 한일 '합방'까지의 사회사 부분은 거의 쓰지 못했다. 
 
둘째, 사실(史實)을 충실히 서술한 역사책보다 사실을 해석하는 노력이 더 담긴 역사책으로 만들려 했다. 이런 경우 역사학이 기피하는 '주관성'이 많이 들어갈 우려가 있지만, 그것을 충분히 의식하면서 그 '주관성'이 역사를 보는 눈의, 그 나름대로의 특징으로 살아나기를 바랐다.

셋째, 특히 우리 근대사나 현대사의 경우 그것을 보는 눈이 엄격해야 하며 미화(美化)하는 일이 없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썼다. 식민사학의 독소를 제거하는 문제, 역사의 주체성을 확립하는 노력이 결코 역사를 미화하는 데로 나아가서는 안 되겠기 때문이다. (주석 3)

314쪽에 달하는 <한국근대사>는 조선후기에서 개항기에 이르는 과정을 입체적으로 다루고 있다. 서론에 이어 제1부 양반 지배체제와 민중세계의 성장에는 제1장 양반지배체제의 와해, 제2장 민중경제의 향상, 제3장 중세적 신분질서의 붕괴, 제4장 민중문화의 발달, 제2부 외세침략과 국민국가 수립의 실패에는 제1장 국민국가 수립의 실패, 제2장 반침략 민족운동의 전개, 제3장 민족자본 형성의 실패, 제4장 근대민족문화운동의 시련 등으로 구성되었다.

 
주석
1> 강만길, <책 머리에>, <한국근대사> 3쪽, 창작과비평사, 1984.
2> 앞의 책, 표지 뒤쪽 발문.
3> 앞의 책, 2~3쪽.
덧붙이는 글 [김삼웅의 인물열전 - 실천적 역사학자 강만길 평전]은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강만길평전 #강만길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군사독재 정권 시대에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평민신문 등에서 반독재 언론투쟁을 해오며 친일문제를 연구하고 대한매일주필로서 언론개혁에 앞장서왔다. ---------------------------------------------

이 기자의 최신기사 독립노농당 기본정책 16개항

AD

AD

AD

인기기사

  1. 1 이러다 12월에 김장하겠네... 저희 집만 그런가요? 이러다 12월에 김장하겠네... 저희 집만 그런가요?
  2. 2 "무인도 잡아라", 야밤에 가건물 세운 외지인 수백명  "무인도 잡아라", 야밤에 가건물 세운 외지인 수백명
  3. 3 [단독] 쌍방울 법인카드, 수원지검 앞 연어 식당 결제 확인 [단독] 쌍방울 법인카드, 수원지검 앞 연어 식당 결제 확인
  4. 4 "윤 대통령, 매정함 넘어 잔인" 대자보 나붙기 시작한 부산 대학가 "윤 대통령, 매정함 넘어 잔인" 대자보 나붙기 시작한 부산 대학가
  5. 5 악취 뻘밭으로 변한 국가 명승지, 공주시가 망쳐놨다 악취 뻘밭으로 변한 국가 명승지, 공주시가 망쳐놨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