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의 중심에서 'ODA 0.3%'를 외치다

[인터뷰] 기독교사회책임 사무총장 김규호 목사

등록 2007.12.06 19:12수정 2007.12.10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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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관련기사('가난한 지구촌 이웃, 한국도 책임있다')에서 우리나라의 ODA(공적개발원조) 현황을 짚어봤습니다. 우리나라의 ODA 규모가 OECD 최하위권을 맴돌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ODA 규모 확대는 물론 체질 개선도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번에는 17대 대선 과정에서 후보들을 상대로 'GNI 대비 ODA 0.3%로 확대' 촉구 시민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김규호 기독교사회책임 사무총장(목사)을 만나봤습니다. '나눔한국기독교캠페인' 집행위원장을 맡아 이 운동을 펼치고 있는 김 목사는 중랑구 면목동 '선한 일하는 교회' 담임목사로도 재직중입니다. 인터뷰는 12월 5일 장충동에 위치한 기독교사회책임 사무실에서 이뤄졌습니다. <기자 주>

많은 사람들이 정책은 실종되고 후보들 사이 정치공방만 난무하는 17대 대선을 안타깝게 바라보고 있다. 대선 후보들을 상대로 ODA(공적개발원조)를 확대하자는 '나눔한국기독교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기독교사회책임도 바로 그 중 하나다.

기독교사회책임은 국제기아대책기구·아시아협력기구 등과 함께 우리나라 대외원조를 확대하자는 운동을 펼치고 있다. 구체적인 방식은 ODA를 선진국 수준인 GNI(국민총소득) 대비 0.3%로 확대할 것을 약속하는 후보에게 투표하자는 서명운동을 벌여, 이를 토대로 대선 후보들에게 'ODA 0.3% 공약'의 수용을 촉구하는 방식이다. 서명운동은 지난 10월 5일부터 시작됐다.

서명운동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현재, 나눔한국기독교캠페인 사무국을 맡고 있는 기독교사회책임은 각 대선후보들에게 'ODA 0.3% 공약' 수용 여부를 묻는 질의서를 발송한 상태다.

12월 4일에 발송한 질의서에 12월 6일 현재 한국사회당 금민 후보,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 민주당 이인제 후보가 차례로 답변을 보내왔다. 모두 OECD 평균인 0.3% 증액을 약속한 상태다. '주요 대선주자'로 분류되는 후보들 측에서는 아직 답변을 보내오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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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한국기독교캠페인' 출범 기자회견. 고문을 맡고 있는 김준곤 목사(CCC 총재)가 캠페인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 기독교사회책임


김규호 목사는 "ODA 0.3%는 OECD 회원국으로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의무라고 생각한다"며 "이것도 현실성을 고려해 낮게 잡은 수치이며, 다음 대통령 임기가 만료되는 2012년까지는 2006년 OECD 평균인 0.3%를 실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목사는 "그 과정에서 올 수 있는 국민 부담이 생각보다 그리 크지는 않을 것"며 현행 항공권연대기금과 같은 기금 확대는 물론 소득비례 직접세 징수 등도 정책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ODA 확대가 '나눔과 사랑'이라는 기독교 정신과도 일치하는 부분이 있어 이 캠페인을 펼치게 됐다는 김 목사는 "과거 우리나라도 세계 최빈국 가운데 하나였고 해외원조를 기반으로 경제성장을 이룩한 경험이 있다"며 저개발국가 국민들을 섬기는 자세로 순수한 마음으로 그들을 도와야 한다고 언급했다.

다음은 김규호 목사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대선 후보를 대상으로 한 ODA 확대 캠페인을 벌인다는 발상이 참신하고 시의적절해 보인다. 이번이 처음인가?
"지난 16대 대선 때도 비슷한 캠페인을 전개했다. 현재 기독교사회책임을 이끄는 원로 격인 서경석 목사께서는 대선후보들이 '국민을 잘 살게 해주겠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 다른 나라들로부터 존경받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공약은 없다고 안타까워하셨다. 그래서 뜻이 맞는 단체들의 힘을 모아 '프라이드 코리아' 운동을 전개했다. 그 때도 대선후보들에게 ODA 확대 공약을 수용할 것을 촉구하는 질의서를 띄웠고, 노무현·이회창 후보가 이를 흔쾌히 수락한 경험이 있다."

- 올해 캠페인은 언제 시작됐나? 정확한 취지는?
"올해도 서 목사께서 이 운동을 제안했고, 기독교사회책임 상임집행회의에서 이를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그 이후 국제기아대책기구·아시아협력기구와 힘을 모아 '나눔한국기독교캠페인'을 출범시켰고, 10월 5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 운동을 시작하게 됐다. 이 운동의 취지는 현재 ODA 증액 문제에 대해 별다른 사회적 관심이 없는 상황에서, 이를 국민들에게 널리 알리고 정치권에 각성을 촉구하는 것이다.

유엔에서는 지구촌 빈곤퇴치를 위해 선진국들이 GNI 대비 0.7%에 해당하는 금액을 ODA로 제공할 것을 제시했다. 우리가 0.3%를 주장하는 이유는, 물론 더 많은 액수를 대외원조로 제공하면 좋겠지만 보다 실현가능한 수치를 제시하기 위해서다.

현재 정부에서는 2012년까지 0.25%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는데, 우리는 이보다 조금 높은 0.3%를 제시했다. 이는 2006년 기준 선진국들의 평균 ODA 공여액 수치다. 2006년 우리나라는 GNI의 0.05%만을 ODA로 제공했다. 5년 안에 2006년 OECD 평균만큼은 꼭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미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는 세계 10위권에 있다. 하지만 지구촌 빈곤을 퇴치하기 위한 노력에는 하위권에 있다. 굉장히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과거 한국이 다른 나라들로부터 해외원조를 받아 경제를 재건한 만큼, 이를 되갚는 차원에서라도 대외원조를 확대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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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한국기독교캠페인' 취지를 설명하고 있는 김규호 기독교사회책임 사무총장 ⓒ 정원일


- 지금 현황은 어떤가?
"10월 5일 서명운동을 시작한 이래, 교회와 기독교단체를 중심으로 서명지를 수합하고 있다. 목표치는 30만 명인데, 아직 집계는 안 해 봤다. 아마도 다 채우기는 어려울 듯 싶다.

이를 토대로 12월 4일에 대선후보 캠프에 'ODA 0.3% 공약' 수용 여부를 묻는 공개질의서를 발송했다. 한국사회당 금민 후보가 가장 먼저 답변을 보내왔고,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로부터도 긍정적 회신을 받았다. (인터뷰 다음날인 12월 6일에는 민주당 이인제 후보도 공약을 수용하겠다는 답변을 보내 온 것으로 밝혀졌다. - 기자 주)

후보들에게 12월 9일까지 답변을 보내달라고 한 만큼, 아직은 좀 더 기다려보려고 한다. 12월 10일에는 기자회견을 열어 언론들에 그동안의 캠페인 진행 경과를 알릴 것이다. ODA 확대 공약을 수용한 후보가 누구인지도 밝힐 예정이다."

- 기독교 성향의 단체들을 중심으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대외원조 확대가 어떤 부분에서 기독교 정신과 연관이 있나?

"기독교에서 '사랑'은 가장 큰 덕목이다. '나눔'은 이를 실천하는 과정이다. 이러한 '사랑과 나눔' 정신에 기초할 때, 지금 가장 눈여겨 봐야 할 부분은 지구촌 빈곤문제라고 생각한다.

국제협력개발 NGO 상당수가 기독교 계열인 것도 그래서이다. 굿네이버스·월드비전·국제기아대책기구 모두 기독교 정신에 기초해 있다."

- 기독교사회책임은 기독교에 기반한 단체이기도 하면서 '뉴라이트' 성향의 시민단체로 분류되기도 한다. 국제개발협력 강화가 그동안 '보수'가 주도하는 이슈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우리의 정치적 성향이 과거적 의미의 '보수'라는 잣대로 재단되는 것에는 불만이 있지만, 그 문제는 여기서 별로 언급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 생략하겠다. '대외원조 확대'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보수·진보 가릴 것 없이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 다소 진보적 성향을 지닌 것으로 분류된 참여연대에서도 주장하는 바이고, 경제정의실천연합과 YMCA 등도 같은 입장이다.

그동안 탈북자 지원, 도박 추방과 같은 이슈들에 대해서 시민사회단체들이 이념적 성향을 따지지 않고 협력해 왔다. '대외원조 확대' 운동을 벌이는 데 있어서도 실제로 많은 단체들이 힘을 모으고 있으며, 우리도 그 과정에서 나름대로 역할을 찾고 있는 것이다"

- ODA 확대를 부정적으로 보는 일각에서는 '국내 빈곤층 지원부터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 이야기는 10년 전부터 있어 왔다(웃음). 이는 양자택일의 문제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한국이 국제사회의 리더 역할로 자리매김한다는 차원에서 보면, 국내 문제에만 몰입하는 것은 스스로 자멸하는 길이다.

둘은 차원이 다르기도 하다. 저개발국가들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당장 먹을 것이 없어서 굶어 죽어가고 있다. 적어도 국내에 그런 문제는 이제 없지 않나. 이제는 다른 선진국들과 어깨를 걸고 지구촌 저개발국가들의 빈곤문제도 고민해야 할 때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나라는 국제사회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 둘 가운데 무엇이 먼저고 나중인지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

- 현재 우리나라는 대외원조 액수와 맞먹는 규모의 남북협력기금을 지출하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지금의 ODA 액수가 결코 적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북한을 다른 나라와 똑같이 취급해서는 곤란하다. 우리와 동질성을 가진 동족의 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 우리 형제요, 자매인 북한 동포를 돕는 일은 당연한 일이고 이는 국내 문제로 봐야 한다. 대북지원을 해외원조와 동일선상에 놓고 생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북한을 별개의 나라로 생각하고 접근한다면 오히려 민족간 동질성을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는 반통일적인 발상이다. 둘을 별개로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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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사회책임에서 'GNI 대비 ODA 0.3%로 확대'를 내용으로 하는 캠페인 지지 서명운동을 받고 있다. ⓒ 기독교사회책임


- ODA 확대가 결국 국민 세부담 증가로 다가올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지금 상황에서 세금을 늘리지 않고도 할 수 있는 방법들이 있다. 증세가 불가피하다고 하더라도, 세계에서 존경받는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다면 그 정도는 감내할 수 있다고 본다. 북유럽 국가들의 ODA 지원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 나라들이 대외원조를 많이 해서 나라 살림이 어려워졌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

2006년 국민소득을 기준으로 0.3%를 ODA로 내놓는다면 국민 1인당 부담이 5만 원쯤 되는 셈이다. 얼마 전부터 국제선 승객에게 1인당 1000원씩 징수하는 항공권연대기금 제도도 도입됐다. 다양한 방식의 재원 마련이 있을 수 있다. 누진세율이 적용되는 직접세 도입도 검토해 볼 수 있다고 본다. 소득이 많은 사람들이 더 내고, 적게 버는 사람들의 부담은 낮춰준다면 큰 부담은 발생하지 않으리라 본다."

- 저개발국가에 대한 원조를 제공하는 데 있어 '국위선양'을 강조한다면 시혜적으로 흘러갈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는데?
"대외원조 과정에서 마치 경쟁하듯이 편향적으로 특정 국가, 특정 지역을 지원하는 현상 때문에 그런 우려가 빚어지는 것 같다. 2005년 남아시아 지역 쓰나미 사태 때도 그랬다. 각국이 앞다퉈 물자들을 보내고 복구 인력들을 투입했다.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상황에서, 재난 지역에 개발원조를 제공하는 것이 소위 '뉴스'가 됐기 때문이다.

이런 사고방식을 지양하고 정말로 원조가 필요한 곳에 지원을 해야 한다. 또 그 과정에서 해당 국가의 국민들을 섬기는 모습으로 그들을 진정으로 돕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임해야 한다. 그렇다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우려도 충분히 불식시킬 수 있다고 본다.

또한 지금의 정부 중심의 지원에서 벗어나 민간단체들의 역할도 키워나가야 한다. 현재는 각국에 대한 무상원조가 KOICA(한국국제협력단)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 민간 NGO들도 정부의 눈치를 봐야 한다. 민간에게 ODA 예산들을 직접 집행할 수 있는 권한을 대폭 일임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물론 검증된 단체여야 하며, 이에 대한 상시적 감시도 필요하다.

그렇다면 ODA 사업이 정부 중심으로 이뤄져 '국위선양' 차원에서만 접근하게 된다는 비판으로부터도 자유로워지고, 진정으로 지구촌에 나눔정신을 전할 수 있게 되리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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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목사는 다양한 방식의 재원마련으로 ODA 확대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정원일

- 현재 우리나라의 대외원조 사업들이 사회간접자본 시설들을 달랑 지어주고 마는 토목사업 중심이라는 비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공감한다. 저개발국가에 대한 대외원조는 물고기를 잡아주는 것이 아닌,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알려주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당장 식량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먹을 것을 전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빈곤에 처해 있는 주민들이 스스로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게 도와주는 것도 중요하다.

따라서 교육사업을 확대해 나가는 것이 관건이라고 본다. 적절한 교육을 받지 못해 빈곤의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 저개발국가 빈곤층에 대한 직업교육, 기술교육 등을 확대해야 한다.

또한 '생명을 살리는' 의료지원도 매우 중요하다. 대외원조 사업들을 진행해 나가는 데 있어서 단기적인 경제 이익에만 몰입되기 보다는 해당 국가의 위급성, 긴급성에 초점을 두고 지원을 펼쳐야 한다."

- ODA를 확대하고 이를 제도화하기 위한 입법 과정이 매우 지지부진하다. 부처간 주도권 다툼 양상으로 번지면서, '대외원조기본법' 통과도 불투명해지고 있다.
"대외원조를 확대하는 문제에 있어서는 국내에 관련된 이익집단이 없다. 만약 이로 인해 혜택을 보는 집단이 있다면 정치권을 향해서 자신들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법안 도입을 맹렬히 요구할 것이다. ODA 문제는 그렇지 못하다.

따라서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국민들이 정치권을 압박해야 한다. ODA 확대에 대한 명확한 신념을 가진 사람만이 우리나라를 선진국으로 이끌어가는 데 적합한 지도자라고 생각하며, 이것은 기독교사회책임에서 'ODA 0.3%'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는 취지이기도 하다. 이 문제에 관심이 없는 지도자는 국제사회에서 나날이 높아지고 있는 우리나라의 위상에 걸맞지 않다고 생각하며, 정치권에서 도태되어야 한다."

-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ODA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지 않다. 서명운동을 벌이는 과정에서도 ODA가 무엇인지를 물으시는 분들이 많았다. 정부는 이 문제를 국민들에게 더 널리 알려나가야 한다. 종교계와 시민단체도 그 과정에서 제 역할을 찾아나가야 할 것이다.

우리가 물질적으로만 잘 살고 나눔을 실천하는 데 인색해 과거 일본이 '경제적 동물'이라는 비난을 들었던 것처럼 되면 안 된다. 우리 스스로가 자발적으로 세계적인 빈곤퇴치 노력에 주도적으로 참여해 나가야 한다.

대외원조 확대 노력을 게을리 하다가는 향후 국제사회의 압력에 떠밀려 억지로 이를 늘려야 하는 사태에 직면할 수도 있다. 그런 부끄러운 상황을 막기 위해서라도, 국제사회의 당당한 일원으로서 우리에게 주어진 책무를 다해 나가야 한다."
#O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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