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천일밤 놀다가 가고 싶어요"

[더불어 함께 입학식 - 첫째날] 새로운 경험에 '달뜬' 나홀로 입학생들

등록 2009.06.10 10:02수정 2009.06.10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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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나홀로 입학생에게 친구를" 행사가 9일부터 11일까지 서울 올림픽파크텔과 강화도 오마이스쿨에서 진행되는 가운데 전국 각지에서 참석한 '나홀로 입학생'과 학부모 등 80여명이 9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 모였다. ⓒ 권우성


"안녕하세요오오"


서울 잠실에 위치한 올림픽 파크가 일순 시끌벅적해졌다. 고속버스 두 대에 나누어 탄 40여명의 학생들은 총소리가 울리면 달려 나가는 달리기 선수처럼 재빨랐다. 처음 만난 어색함도 잠시, 올림픽파크에 있는 작은 분수대를 사이에 끼고 '하하 호호' 즐거움에 빠진 모습이었다.

6월 9일부터 11일까지 서울과 강화도에서는 제2회 더불어 함께 입학식이 열렸다. 이번 입학식을 위해서 전국 각지에서는 시골 분교에서 혼자 초등학교에 입학한 '나홀로 입학생'들과 아이들을 인솔하기 위해 함께한 부모님과 선생님 80여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오마이뉴스의 '나홀로 입학생에게 친구를'이란 특별기획은 작년 여름 처음 나홀로 입학식이 개최되면서 시작되었다. 이날 모임은 그해 열린 더불어 함께 졸업여행에 이어 세 번째 행사다. 올해는 특별히 전국에 있는 '나홀로 입학생' 뿐만 아니라, 작년에 참가했던 '고참' 신입생들인 1회 입학생들 10여명도 함께했다.

제법 '선배'티 나는 2학년들! 똑바로해 이것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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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후 '더불어 함께 입학식'에 참석한 전국 각지의 '나홀로 입학생' 어린이들이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권우성


"작년에 여기 왔던 거 기억해?" 눈에 익은 몇몇 '1회' 입학생들에게 말을 걸었다. '코찔찔이' 1학년들 사이에서 제법 의젓하게 '선배'티를 내고 있는 2학년들의 포스에는 왠지 노련함마저 엿보였다.


보고 있자니 입가에 피식하고 웃음이 났다. (너희들은 기억을 못하나 본데, 난 똑똑히 기억하거든? 작년에는 너희들도 엄마 보고 싶다고 울고불고 난리도 아니었던 거 벌써 잊었니?)

내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첫날 숙소로 정한 올림픽파크텔에 짐을 푸는 동안 아이들은 그새 친해졌나보다. 단체티를 입고 다시 모여든 아이들은 벌써 삼삼오오 짝을 지어서 내려오고 있었다. 그 중에는 유독 다정스러워 보이는 아이들이 있었다.
"너 이 친구가 좋아?"
"네."
"왜 좋아?"
"모르겠어요. 그냥 좋아요."

만지고 체험하는 삼성 어린이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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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후 '더불어 함께 입학식'에 참석한 전국 각지의 '나홀로 입학생' 어린이들이 서울 송파구 삼성어린이박물관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 권우성


아이들과 첫 번째로 간 곳은 삼성 어린이 박물관이었다. 왠지 박물관하면 느낌부터가 딱딱하고 학습적인데, 우리나라 최초의 체험식 박물관이란 말에 살짝 맘이 동했다. 아이들도 실제로 만져볼 수 있다는 사실에 큰 흥미를 보이는 듯 했다.

실제로도 총4층으로 이루어진 삼성 어린이 박물관은 생각보다 소소한 재미로 가득 차 있었다. 특히 3층에 있는 고무공과 물을 이용한 놀이기구들은 아이들에게 인기 만점! 고작 30분이 지나자 힘들어서 지쳐버린 학부모들과 선생님들과는 달리 아이들은 지치지도 않는지 끊임없이 뛰어다니고, 굴러다녔다. 요 녀석들, 물 만났구나?

달뜬 아이들, "재미있으면 그만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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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후 '더불어 함께 입학식'에 참석한 전국 각지의 '나홀로 입학생' 어린이들이 친한 짝꿍이 되어 두 손을 꼭 잡고 있다. ⓒ 권우성


두 번째 이동장소는 종로에 있는 뮤지컬 <점프> 전용극장. 뮤지컬을 보러 가는 길은 아이들보다 인솔자로 참여한 부모님들과 선생님들이 더 들뜬 모습이었다. 아무래도 평소에 자주 문화생활을 누리기가 힘든 지역적 특성상, 오랜만의 극장 나들이가 설레기도 한 터였다.

아이들 역시 "뮤지컬이 뭐예요?" "어떤 내용이에요?"하며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아이들이 들뜨는 모습에 살짝 불안해진 것도 사실이었다. 그냥 연극을 보러 온 일반 관객들은 본이 아니게 '어린이 단체 관람객'들과 뮤지컬을 함께 보게 된 셈인데, 혹이나 폐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론 뮤지컬 <점프>의 화끈한 액션과 코믹한 요소들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까르르'대는 웃음소리도 뮤지컬의 재미에 한 몫 톡톡히 했다. 아이들은 적제적소에 특유의 쾌활함으로 들떠서 웃어대었고, 가끔은 그 웃음소리가 더 흥미로울 정도였다. 

돌아오는 길에 아직도 한껏 '달뜬' 아이들을 앉혀놓고, 혹시나 뮤지컬 속에 나온 무술을 따라 하지는 않을까 걱정스레 주의사항을 잔뜩 늘어놓고 있었다. '순전히' 어른들의 마음이었던 것일까, 그 말을 들은 한 아이 왈 "재미있으면 그만이잖아요.여기서 천일밤 놀다가 가고 싶어요"

그렇게 뛰어다니다가도 곧 쌔근쌔근 잠이 들어버린 아이들의 얼굴은 천사 같았다.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그냥 좋은' 아이들의 밤은 그렇게 깊어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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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우성
#나홀로 입학생에게 친구를 #나홀로 입학생 #삼성 어린이 박물관 #점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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