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알송알 싸리잎에 은구슬~' 같은 아이들의 입학식

[더불어 함께 입학식 - 둘째날] 이 아이들이 친해지는 법

등록 2009.06.11 09:29수정 2009.06.11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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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더불어 함께 입학식' 둘째날인 10일 오후 강화도 오마이스쿨 강당에서 열린 입학식에 참석했던 전국 각지의 '나홀로 입학생'과 학부모, 교사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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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더불어 함께 입학식'에 참석한 전국 각지의 나홀로 입학생들이 행사 둘째날인 10일 낮 입학식이 열리는 강화도 오마이스쿨에 도착하고 있다. ⓒ 권우성


"화장실 가고 싶은 사람?"
"저요! 저요!"
"아니, 다 말고, 진짜, 정말로 지금 안 가면 '쌀'꺼 같은 사람만 손!"
"저요! 저요!"


<오마이뉴스>가 주최한 '더불어 함께 입학식'의 두 번째 날이 밝았다. 참여한 학생과 학부모 80여 명이 <오마이뉴스>의 '분교'격인 강화도의 오마이스쿨로 가는 길이었다. 오마이스쿨을 10분여 남긴 상황에서 갑자기 아이들의 제보가 봇물처럼 터졌다.

"화장실에 가고 싶어요."

한 아이가 내뱉은 이 작은 목소리의 파장이 얼마나 어마무시 했던지, 옆자리의 아이부터 시작해 앞뒤를 가리지 않고 잇달아 금방이라도 '쌀'것 같은 고통을 호소했다. 좀 더 심한 아이들은 급하게 바지춤을 부여잡기도 했다.

때마침 주유소가 눈에 띄였고, 고속버스를 갓길에 주차시킨 채 '정말, 정말로' 급한 학생들만 추려내서 화장실로 보냈다. 그러나 결국 1호차에 탄 23명의 학생들 중 무려 19명이 긴 줄을 늘어서 화장실로 달려가는 상황이 되었다. 아이고 요 놈들, 그새 친해져서 '화장실 주기'까지 비슷해 진거야?

웃고, 뛰고, 구르고. 이 아이들이 친해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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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더불어 함께 입학식'에 참석한 전국 각지의 나홀로 입학생들이 행사 둘째날인 10일 낮 서울 상암동 디지털파빌리온을 견학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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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더불어 함께 입학식'에 참석한 전국 각지의 나홀로 입학생들이 행사 둘째날인 10일 낮 서울 상암동 디지털파빌리온을 견학하고 있다. ⓒ 권우성


그리곤 '1박 2일 권법'을 구사해 초반부터 아이들의 시선을 사로잡겠다는 야심찬 보조 선생님들의 공격에도 굴하지 않고, 고속버스 안에서는 텔레비전의 인기프로를 귓등으로 흘려보냈다. 이동하는 내내 가위바위보는 물론, 고난위도의 한자 끝말잇기, 수다에 장난을 더해 버스 안을 들썩거리게 만든 것이었다. 

아이들은 상암 디지털 미디어 시티에 위치한 디지털 파빌리온에서도 여전히 '과도한 발랄함'을 유지했다. 디지털 파빌리온은 디지털 정보기술을 이용해서 미래의 생활을 체험해보는 복합전시관이다.

먼저 4D 입체영화 '윙윙의 달나라 여행'을 봤는데, 아이들은 입체안경을 쓰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방방 뜨는 눈치였다. 거기에 진동과 바람이 더해지니 영상이 상영되는 내내 두 손을 허공에 휘저으면서 꺌꺌댔다.

다른 전시관에서는 버튼 하나로 모든 것이 해결되는 유비쿼터스 세상을 표현한 다양한 전자제품들을 체험할 수 있었다. 특히 컴퓨터로 직접 '디지털 물고기'를 만드는 코너에는 자기 차례를 기다리기 위해 긴 줄을 서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송알송알 싸리잎에 은구슬~' 같은 아이들의 입학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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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더불어 함께 입학식'에 참석한 전국 각지의 나홀로 입학생들이 행사 둘째날인 10일 낮 강화도 오마이스쿨 강당에서 입학식이 열리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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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더불어 함께 입학식'에 참석한 전국 각지의 나홀로 입학생들이 행사 둘째날인 10일 낮 강화도 오마이스쿨 강당에서 입학식이 열리고 있다. ⓒ 권우성


드디어 대망의 메인 행사(?)인 더불어 함께 입학식이 시작되자, 아이들은 삼삼오오 오마이스쿨의 강당으로 모여들었다. 오연호 대표의 인사말에 이어서 제1기 더불어 함께 입학식의 일일 교사로 참여했던 탤런트 한혜진의 환영 인사가 이어졌다. 그리곤 김순례 강화 갯벌센터 센터장의 "여러분은 어른들의 희망"이라는 축사로 따분한(?) '조례'는 마무리 되었다. 

아이들은 가끔은 재잘거리고, 때로는 나눠줄 선물들에 '눈독'을 들이긴 했지만, 제법 진지하게 입학식에 참여하는 모습이었다. '조례'가 끝나자 1학년 대표로 원량초등학교 두남분교장의 '나홀로 입학생'인 김규민 학생이 "만나서 반갑다."며 더불어 입학식의 소감을 밝혔다. 이에 작년 '1기'입학생들은 '송알송알 싸리잎에 은구슬~'같은 목소리로 <구슬비>노래를 답가로 들려주기도 했다.

장기자랑, 봇물 터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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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더불어 함께 입학식' 둘째날인 10일 밤 강화도 오마이스쿨 운동장에서 전국 각지의 '나홀로 입학생'과 학부모, 교사들이 불꽃놀이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 권우성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입학식의 하이라이트는 불꽃놀이었다. 본래 캠프파이어라함은 처음엔 살짝 쑥쑥했다가도, 마지막엔 <사랑으로> 느낌의 노래를 나눠부르며 눈물이라도 한 방울을 빼는 것이 정석(?)인데, 오늘은 좀 달랐다.

초반부터 '저요, 저요'를 외치면서 치열한 장기자랑 쟁탈전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간단한 퀴즈 게임을 진행하면서 '양념'처럼 시작한 장기자랑은 아이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타오르는 장작보다 뜨겁게 달아올랐다.

트로트에서 발라드까지 장르를 넘나드는 선곡에 개다리춤까지 등장하더니, 급기야 강바다(월송초등학교, 2학년), 강초원 자매의 깜찍한 영어노래까지 등장했다. 트위스트 노래를 부를 때에는 30대를 기점으로 전반은 장윤정의 트위스트를, 후반은 설운도의 트위스트를 불러서 세대차이가 '팍팍'느껴지기도 했다.

덕분에 화려한 스탭으로 마지막을 장식하려던 김시우(완도 생영초등학교, 1학년)와 동생 김시원의 '좀 밟아줄 뻔한 트위스트'로 캠프파이어는 코믹하게 막을 내렸다.

하루 종일 뛰어놀고, 때론 투닥투닥 다투기도 하면서 이틀을 함께 보낸 '나홀로 입학생'들은 어젯밤 은밀하게 나누었던 '밤새기 약속'을 떠올리는 듯 한동안 시끌시끌했다. 서로 함께 하는 마지막 밤. 아이들은 피곤한 눈꺼풀을 애써 들어올리며, 서로 어떤 약속들을 서로 나누었을까?

#더불어 입학식 #나홀로 입학생 #디지털 파빌리온 #캠프파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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