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통일 위한 정치예술 보였는데..."

[부산추모문화제] 부산역 광장 의자 500석 가득 채워 ... 조문객 줄이어

등록 2009.08.22 21:08수정 2009.08.22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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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대중 전 대통령 추모 문화제가 22일 저녁 부산역 광장에서 열렸다. 태극기와 한반도기가 단상에 올라가자 어린이들이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부르면서 이날 추모제가 시작되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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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대중 전 대통령 추모문화제가 22일 저녁 부산역광장에서 열렸다. ⓒ 윤성효


고 김대중(DJ) 전 대통령 국장(國葬) 하루 전날 저녁 부산에서도 추모문화제가 열렸다.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부산본부(아래 6.15부산본부)와 민주당 부산시당이 주최하고, 재부산호남향우회가 후원한 추모문화제가 22일 저녁 7시부터 1시간30분 동안 부산역 광장에서 열렸다.

이날 주최측에서는 500여개의 의자를 준비했는데, 좌석을 꽉 채우고 의자가 모자라 뒤편과 옆에도 몇 겹으로 줄을 서 있었다. 일부 시민들은 촛불을 들고 참석했으며, '근조' 리본을 달고 있기도 했다.

추모문화제는 촛불을 든 두 청년에 이어 태극기와 한반도기가 무대에 오르면서부터 시작됐다. 고승하씨와 어린이 동요모임 '아름나라'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즐겨 불렀다는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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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성효

뒤이어 김 전 대통령의 일대기를 담은 영상을 상영하고, 최연호씨가 강영환 시인이 쓴 시 "인동초, 가슴에 심다"를 낭송했다. 소리꾼 양일동씨가 북 장단에 맞춰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일대기를 판소리 형식으로 들려주는 공연을 했으며, '통일을 바라는 마음'이라는 추모영상이 상영되었다.

'아름나라'는 "가자 아름다운 나나로"와 "사람이나 새나 죽으면 불쌍하다. 왜?"를 불었다. 김검희씨가 박정해 시인의 추모시 "별 없는 하늘에 백합은 날아가고"를 낭송했으며, 춤꾼 김정원씨가 진혼굿을 선보였다. 노래패 '고구려'가 "심장이 남는 이"와 "6.15공동선언찬가"를 불렀으며, 참가자들은 마지막으로 "아침이슬"을 부르며 추모문화제가 막을 내렸다.

이날 사회를 본 유하영 6.15부산본부 대표는 "한맺힌 2009년이다. 나라의 두 기둥을 잃는 국민들의 상실감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다. 민주와 통일이 언제 우리 가까이 왔느냐 싶을 정도로 뒷걸음질치고 있는 것에 원망스럽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석달새 민주개혁의 두 전직 대통령을 잃었는데, 누군가는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했지만 우리의 마음은 달랐다. 민주와 되찾은 남북관계는 물과 공기를 마시듯 당연한 것이었다. 지난 10년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우리는 모르고 살아 왔다. 지금은 과거 10년이 얼마나 그리운가"라고 덧붙였다.


민주당 부산시당 위원장인 조경태 의원은 추도사를 통해 "이 나라를 위해 눈물로 기도한다고 하셨던 김대중 전 대통령님, 어떻게 눈을 감을 수 있었느냐"며 "하늘이 원망스럽고 가슴이 찢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당신은 우리에게 화해와 관용을 가르쳐 주었고, 화해와 관용으로 얼어붙은 남북관계를 녹였으며, IMF 때 우리가 단결하면 어떠한 위기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면서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라고 하신 당신의 말씀을 가슴에 새기며 불의에 맞서 싸우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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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저녁 부산역 광장에서 열린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추모문화제에 조경태 의원(가운데)이 참석해 시민들과 함께 의자에 앉아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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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꾼 양일동씨가 22일 저녁 부산역 광장에서 열린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추모문화제에서 김 전 대통령의 일대기를 판소리에 담아 부르고 있다. ⓒ 윤성효


이성우 6.15부산본부 대표도 추도사를 했다. 그는 "2000년 6월 15일, 우리는 잊을 수가 없다. 6.15는 우리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환호를 자아내게 한 정치예술이었다. 우리 민족의 저력을 세계에 과시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떠나기 얼마 전 당신이 이루어 놓은 6.15선언을 이은 10.4선언을 만들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을 잃은 비통함이 더욱 당신을 쇠약하게 만들었을 것"이라며 "현 정부의 반통일에 당신은 너무나 큰 고통을 느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는 당신에게 많은 빚을 졌으며, 우리는 양심에 따라 행동할 것이며, 더 이상 민주주의 파괴에 수수방관하지 않고 노동자와 도시빈민 등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한편 부산역 광장에는 지난 19일 아침부터 분향소가 마련되었는데, 22일 오후 6시까지 8500여명이 조문했다. 이곳 분향소는 부산시가 설치한 것인데, 민주당 부산시당, 재부산신안군향우회 회원들이 나와 자원봉사를 했다.

19일부터 분향소에서 상주 역할을 해온 박희동 경기대 교수는 "안타깝다. 눈물을 흘리는 국민들을 볼 때, 김대중 전 대통령이 살아오면서 이루었던 민주와 통일에 대해 국민들이 다시 느끼는 것 같다"면서 "김 전 대통령을 잘 모르는 젊은 세대들도 높이 평가하고 겨레의 스승으로 여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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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시민들은 촛불을 들고 22일 저녁 부산역 광장에서 열린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추모문화제에 참석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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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역 광장에서는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와 관련한 사진전이 열렸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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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역 광장에 마련된 고 김대중 전 대통령 분향소에는 지난 19일부터 22일 오후 2시까지 8500여명의 조문객이 다녀갔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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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역 광장에 마련된 고 김대중 전 대통령 분향소에는 정세균 민주당 대표와 김형오 국회의장, 유기준 한나라당 의원 등이 보낸 조화가 놓여 있다. ⓒ 윤성효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국장 #분향소 #추모문화제 #부산역 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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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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