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대 출신이 찾아와 나를 협박했다"

[국감-행안위] 유정현 의원 "감사 대상 경찰간부가..." 폭로

등록 2010.10.07 19:07수정 2010.10.07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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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현 한나라당 의원이 7일 오후 서울 미근동 경찰청사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오전 질의가 끝난 뒤 쉬고 있는데, 한 경찰 간부가 찾아와 오전에는 경찰대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발언을 했으니 오후엔 좋은 말 해달라고 했다"며 조현오 경찰청장에게 유감을 표시하고 있다. ⓒ 권우성

감사를 받는 대상인 경찰 간부가 감사를 하는 국회의원을 찾아가 "경찰의 사기를 떨어트리는 발언을 그만하라"고 요구했다. 국정감사 도중에 일어난 일이었다. '경찰대 출신의 세'를 이야기 하며 은근한 협박도 더해졌다.

7일 경찰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감 오후 질의에서 유정현 한나라당 의원은 "황당한 일을 당했다"며 "피감기관원이 찾아와 '오전 질의 때 경찰의 사기를 너무 많이 떨어트렸으니 오후에는 그러지 말라'고 말했다"고 폭로했다.

유 의원은 "그 경찰은 자신이 경찰대 출신임을 밝히며 '경찰대 출신이 사회 전반에 골고루 분포되어 있는데, 앞으로 큰일을 하실 분이...'라고 말하는데 이건 협박 아니냐"며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격분했다.

유 의원은 오전 질의 때 최근 5년간 경찰관 사법·행정고시 합격자 44명 전원이 경찰대학 출신이며 이 중 70%가 시험 합격 전에 휴직을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유 의원은 "경찰대 출신은 휴직 중"이라며 "경찰청이 고시원이 돼 버렸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동료가 휴직을 하게 되면 결원을 보충하지 못해 다른 동료가 이중 삼중의 업무를 맡게 되어 비경찰대 출신의 사기 저하와 경찰 내부의 결속을 해치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진단서만 제출하면 질병 휴직을 허락해 주는 제도를 악용해 휴직 후 고시공부를 한 이들이 상당수 있을 수 있으므로 실태조사를 하라"고 요구했다.

이러한 유 의원의 지적이 불편했던 경찰 간부가 오전 질의가 끝난 후 국감위원의 방을 찾아가 불만을 표한 것이다. 유 의원은 "경찰대 출신이라는 특권의식을 갖고 있어 이런 발언을 했을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당황한 조 청장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정말 죄송하다"고 고개를 떨구었다. 조 청장 뒤편에 앉은 경찰 간부들의 표정도 차갑게 굳었다.


조 청장의 사과에도 여당 의원들의 공분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진영 한나라당 의원은 "행정부 감시권은 국회의 고유 권한인데 이에 대해 경찰 간부가 문제를 제기한 것은 민주사회의 기본 인식이 잘못된 것"이라며 "경찰청장이 공식적으로 사과해야 하고 해당 간부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해서 보고하라"고 요구했다.

조현오 "음향대포 괜찮다"... 야당 "멧돼지 퇴출기로 사용하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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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오 경찰청장이 7일 오전 서울 미근동 경찰청사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권우성


오후 국감에서는 음향대포에 대한 조현오 청장의 미흡한 해명도 도마에 올랐다. 장세환 민주당 의원은 "음향대포가 문제되는 것은 안전성을 거치지 않은 불량무기이기 때문"이라며 "객관적으로 안전성 실험한 게 있냐"고 따졌다. 조 청장은 "총기에 대해 안전성 검토를 하지 않듯, 이런 류는 안전성 검토를 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에 장 의원은 "인체에 대한 안전성 검토도 하지 못했으면서 어떻게 위험성이 없다고 보냐, '해가 없다'고 보고서를 낸 것 자체가 허위 보고"라고 비판했다. 

조승수 진보신당 의원도 "조 청장이 10m 거리에서 140dB(데시벨) 정도의 소리를 들어봤다고 하는데 서울청 시연 결과를 보면 140dB 시연 시 고막이 파열되는 느낌이 들 정도라고 한다"며 "조 청장은 특별히 고막이 튼튼한가 보다"라고 의아해했다. 이어 그는 "객관적 증거가 아닌 개인적인 경험을 빌려 '괜찮다'고 해명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꼬집었다.

조 청장은 "음향대포 시연 시 순간적으로 귀를 틀어막고 옆으로 피했다"며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다"며 유해하지 않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윤석 민주당 의원은 "여야가 다 반대하는데도 청장의 고집을 꺾을 수 없으니 우선 장비를 사십시오"라며 "이후 그 장비를 농림수산식품부로 이관해서 농가에 멧돼지 퇴출기로 사용하도록 하겠다"고 응수했다.

국감장에는 전·의경들을 먹는 걸로 차별하지 말자는 문제제기도 있었다. 문학진 민주당 의원은 "전·의경 한 끼 당 예산이 1833원인데 경찰대 학생의 한 끼 식사 예산이 3000원"이라며 "먹는 거 가지고 차별하는 게 세상에서 제일 서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문 의원은 "자기 아들이라면 이러지 못한다"며 "부려 먹을 땐 그렇게 부려 먹고 식사를 이렇게 제공한다는 건 문제가 많다"고 비난했다.
#국정감사 #음향대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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