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목항에 대기중인 방송사 중계차량세월호 침몰 사고 9일째를 맞은 24일 오후 사고 해역에서 수습된 희생자들의 시신이 이송되는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 YTN, MBN 등 방송사 중계차량이 대기하고 있다.
남소연
세월호 침몰사고로 비판을 받고 있는 박근혜 정부가 이번엔 '언론 통제' 의혹에 휩싸였다. 방송통신 규제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성준, 아래 방통위)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만, 아래 방심위)를 앞세워 방송사를 통제하고,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 인터넷 여론을 감시하려 한다는 것이다.
방통위는 '방송사 조정통제'라는 잘못된 표현 때문에 벌어진 단순 해프닝이라고 주장하지만, 언론시민단체들은 오보와 유언비어 방지를 앞세워 정부를 비판하는 여론까지 옥죄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시선을 던지고 있다. 세월호 보도 통제 의혹의 실체를 살펴봤다.
방통위가 방송사 '조정 통제'? '신보도지침' 논란방통위 내부 문건이 직접적 빌미를 제공했다. 미디어 전문 매체인 <미디어오늘>은 지난 28일 방통위에서 작성한 '세월호 관련 재난상황반 운영계획'과 방심위에서 보고한 '여객선 세월호 침몰사고 관련 대응 보고'라는 2개 문건을 공개했다.
방통위가 지난 22일 '재난상황반'을 운영하면서 각 담당 부서에 '방송사 조정 통제', '방송 오보 적시 대응' 등 임무를 부여하는 내용이었다. 방통위는 '조정통제'란 표현은 초안에만 들어갔고 바로 '협조요청'으로 고쳤다고 밝혔지만 의혹을 씻기엔 역부족이었다.(관련기사: <미디어오늘>
박근혜 정부, 세월호 '보도통제' 문건 만들었다 )
포털 등을 상대로 인터넷 여론을 감시하는 방심위 통신심의국도 지난 24일 방통위에 '비하 차별성, 과도한 욕설, 유언비어 등 매체별 중점 모니터링 실시' '필요시 네티즌 자정 권유 및 사업자 '삭제' 신고 등 병행'이라고 보고해 여론 통제 의혹을 부추겼다.
언론시민단체가 당장 발끈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언론연대)는 29일 논평에서 "독재정권의 언론통제가 부활한 듯하다"면서 "방통위의 오보 대응은 월권을 넘은 불법행위"라고 지적하고 재난상황반 해체와 모니터링 중단을 촉구했다. 방심위에 대해서도 "방심위가 과연 어떤 표현물을 유언비어나 불법정보로 판단해 게시물을 차단했는지도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은 한 술 더 떠 '신보도지침'이라고 날을 세웠다. 민언련은 이날 성명에서 "5공 정권 문공부 산하 홍보조정실이 그날그날 각 언론기관에 통제 가이드라인을 시달하고 특정 사안에 대해 '보도해도 좋음', '보도하면 안 됨', '보도하면 절대 안 됨' 등의 지침을 내려 언론을 통제한 것과 너무도 흡사하다"면서 방통위원장과 방심위원장 사퇴를 촉구했다.
방통위 "전시 용어 잘못 사용"... '오보 모니터링'도 논란
하지만 당사자인 방통위는 "보도에 관여할 수도 없고 관여하지도 않았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실제 문건 내용만으로 '언론 통제 문건'이나 '신보도지침'으로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초안에만 있었다는 '방송사 조정 통제'란 표현이 가장 문제되는 대목인데, 방통위 내부에서도 명백히 잘못된 용어라고 인정하고 바로 고쳤다고 주장했다.
배춘환 방통위 홍보협력담당관(과장)은 30일 "재난상황반 운영 담당자가 지난 22일 실무자들과 회의에 앞서 공유했던 초안에 들어간 내용인데 방송정책국 담당자가 문제 있는 표현이라고 지적해 바로 고쳤다"면서 "담당자가 군 출신이고 평소 을지훈련 등 전시 용어에 익숙해 벌어진 실수"라고 해명했다.
실제 방통위 훈령으로 각 과 업무를 규정한 '방통위 사무분장 세칙'에도 '비상대비 관련 방송동원업무의 종합 조정 통제' 같은 업무가 포함돼 있지만 이는 전시나 군사 훈련 같은 비상시에 제한된다.
'방송사 협조 요청' 역시 문제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배 과장은 "재난방송 요청이나 재난보도준칙 준수를 요구하는 수준이지 방송 내용과 직접 관련된 건 아니다"라면서 "방송 오보 대응 역시 해당 방송사가 아닌 방심위에 전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미래창조과학부와 방통위에서 지난해 12월 고시한 '재난방송 및 민방위경보방송의 실시에 관한 기준'에는 주관방송사 지정과 더불어 ▲재난 상황에 대한 객관적이고 정확한 보도 ▲인터뷰 강요 금지 등 피해자 사생활 보호 ▲취재 질서 유지 등 '재난방송준칙'이 담겨 있다.
또 방통위는 진도 현지에 있는 범정부 사고대책본부에 파견된 방통위 직원이 보고해 논란이 된 "수사를 의뢰하면 경찰이 철저히 수사, 대학생과 일반인 대상 사회적 여론 환기"라는 내용 역시 방통위 역할을 규정한 게 아니라, 해당 메일에 첨부한 희생자 명예훼손 사례를 지목한 것이라고 밝혔다.
방통위원도 "정부 반대 SNS 규제 안돼"... 국회 긴급 토론회 하지만 이같은 해명에도 언론시민단체는 의혹의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이완기 민언련 공동대표는 "5공 때도 '언론기관 보도 협조와 지원'을 내세워 언론을 통제했다"면서 "방통위 문건 내용만으로 '보도지침'이라고 단정할 순 없지만 방송규제기관에서 오보를 모니터링한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방심위에서 징계하는 것만으로도 방송사는 위축될 수 있다"며 오보 판단 기준 공개를 요구했다.
앞서 교육부도 시도 교육청을 통해 학생들이 악성댓글이나 유언비어를 올리지 않도록 각 학교에 공문을 보내 논란이 되기도 했다.(관련기사:
교육부, 학생들에게 세월호 '입단속' 논란 )
야당 추천을 받은 김재홍 방통위 상임위원 역시 29일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방통위는 방송통신 주무부처로서 선정적인 방송이나 왜곡된 인터넷 활동을 모니터링 할 수 있다"면서도 "정부 정책에 반대한다고 SNS를 억압하는 건 과잉 규제"라고 지적했다.
정부의 '세월호 보도 통제' 논란은 정치권으로 번졌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 새정치민주연합 간사인 유승희 의원은 30일 "정부가 언론을 통제하고 SNS 허위사실유포 처벌 운운하는 것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며, 5월 1일 오후 2시 국회에서 긴급 토론회를 열어 이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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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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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보도 통제'는 해프닝? '보도지침'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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