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자전거가 대세... 정치는 자전거를 타고"

구미시의원 김성현 후보의 선거유세활동 탐방

등록 2014.05.25 19:46수정 2014.05.25 19:47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a

선거홍보용 세발자전거를 모는 김성현 구미시의원 후보. ⓒ 김도형


요즘은 시내 교차로 마다 귀퉁이에 서서 지나가는 차량을 향해 90도로 허리를 숙여 공손히 인사하는 후보들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지방 광역, 기초의회의원 선거에 당선되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액수의 돈을 써야만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심심찮게 이야기한다. 지방 시의원의 경우 많게는 5억 원, 적게는 1억 원까지 선거비용으로 지출된다. 공식적으로 드러나는 것이 그 정도면, 밝혀지지 않은 것은 상상 이상일 수도 있을 거라 가늠해 볼 수 있다.

그 이유는 선거 시즌에 공식 선거 활동을 위해 도로에 나와 있는 각 후보들의 선거운동원들의 규모를 따져보면 선거비용의 근거를 계산해 볼 수 가 있겠다. 동원된 선거운동원 인원수와 활동 일수, 홍보용 차량의 대수 및 사전 홍보용 홈페이지, 사무실 임대료 및 기타 유지비, 현수막, 전단 유인물 등 가시적인 것들만 조사해 보아도 비용이 억단위를 훌쩍 넘어간다.

하지만 선거비용과 당선확률의 비례관계를 무시하는 한 지방 시의원 후보가 있어 이를 취재했다.

a

단촐하지만 정감있는 선거사무소 실내. ⓒ 김도형


구미시의원 구미'가'선거구인 도량동, 선주원남동에 출마한 무소속의 김성현 시의원 후보는 자전거를 개조해 선거홍보용으로 활용하고 있다. 차들이 다니는 아스팔트 도로 위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온 동네를 돌아다닌다.

다른 경쟁 후보들은 선거홍보차량을 이용해 사람들을 사서 쉽사리 동네를 다니지만, 김성현 후보는 우직하고 어찌 보면 미련스러울 만큼 느린 속도로 거리 유세를 다니고 있다.


2010년도 지방선거에서도 세발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타 후보에 비해 거북이와 같은 느림보 선거전을 펼쳤다.

김성현 후보는 새누리당의 텃밭인 구미에서 예상을 뒤업고 당시 민주노동당 후보로 나서 당선되었다. 그 후 4년 동안 일 잘하는 시의원으로서 지역민들에게 인정을 받았고, 당선된 후 선거전에 내세운 공약들을 성실히 빠짐없이 실행에 옮겼다.


한 예로 김성현 후보는 시의원으로 당선된 뒤 사전에 얘기한 대로 도량초등학교 앞 건널목에서 학생들의 안전한 등굣길을 보장하기 위해 궂은 날씨도 개념치 않고 하루도 빠짐없이 봉사활동을 했고, 이 공로를 인정받아 구미교육지원청으로부터 감사패를 받기도 했다.

김성현 후보는 남들에게 인정받기 위한 일이 아니었다며 감사패 받는 것을 도리어 부끄러워했다.

"하루에 10시간 정도 선거운동을 하고 있고, 일만 번 정도 인사를 합니다."

불가에서 삼 천 배를 하는 경우 베테랑 스님이나 신자들일 경우 보통 8시간, 일반인들이 할 경우에는 13시간 정도가 걸린다고 한다. 허리를 90도로 굽혀 선 채로 하는 인사와 무릎 굽혀 하는 절은 차이가 있겠지만 '일만 번'이라면 상상을 초월하는 수치다.

다른 후보들은 엄두도 못 낼 방식으로 선거운동을 하며, 선거비용 또한 구미시 후보 중 가장 저렴하게 지출한다.

a

사무실이 단촐해 보인다는 말에 겸면쩍은 웃음 짓는 김 후보. ⓒ 김도형


김 후보를 보기 위해 찾아간 선거사무실 또한 가관이었다. 교차로와 같이 목 좋은 곳이 아닌 도로변의 한 허름한 건물의 15평 남짓한 사무실을 빌려 탁자 하나와 의자 몇 개를 가져다 놓았고, 곰팡이 핀 천장과 벽 그리고 오래된 벽지 등이 다른 후보들 사무실에 비해 턱없이 초라해 보였다. 사무실을 찾는 손님들에 대한 배려심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소탈한 웃음을 짓는 김 후보는 이에 아랑곳않고 선거유세활동을 한다고 한다.

김성현 후보는 구미풀뿌리희망연대에서 운영위원으로 활동하며, 진정한 서민들의 편에 서서 알 하기를 보람으로 삼는다고 한다. 여느 시의원같이 반듯한 외모가 아닌 마치 농사꾼이나 허드렛일을 하는 투박한 외모를 가진 김 후보지만, 한바탕 소리 내어 웃는 모습은 영락없이 푸근한 이웃 아저씨다.

선거유세를 하러 나가야 한다며 아무도 없는 사무실 문을 열쇠로 잠근 뒤 세발자전거를 몰기 위해 나가는 모습이 꽤 자연스러웠다. 안전운행에 조심하라며 인사를 나눈 뒤 묵묵히 페달을 밟으며 느릿하게 앞으로 나아가는 김성현 후보의 모습에서 다른 후보들에게서는 느껴질 수 없는 삶의 진솔함과 우직함이 느껴졌다.

반듯하게 꾸며진 선거 홍보용 차량을 앞세운 후보와 자그마한 세발자전거를 몰며 동네를 따르릉거리며 돌아다니는 후보 중 시민들은 과연 어떤 후보를 선택할지 참으로 기대가 된다. 6·4 지방선거는 하루하루 다가와 결전의 순간을 코앞에 두고 있는 시점이다.

시의원은 정치인이라기보다는 온몸으로 부닥치며 발로 뛰는 것을 기본으로 하여 시민들을 위해 진정으로 봉사하는 자리다. 책상 위에서 펜대만 잘 굴린다고 해서 서민들의 애환을 다 들어 줄 수는 없다. 명예와 편함을 얻기 위해 지방의원에 출마했다면 생각을 바로 고쳐먹어야 할지 모르겠다.

이같은 시의원이 우리동네에 있다면 앞으로 더욱 믿음직하고 든든한 지방의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김성현 구미시의원 후보 #구미시도량동시의원김성현후보 #한국유통신문오마이뉴스 후원 #구미김샘수학과학전문학원자전거선거유세연구 #영주출신 구미시의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는 빨간이의 땅 경북 구미에 살고 있습니다. 주변의 사람들이 체감하고 공감할 수 있는 우리네 일상을 기사화 시켜 도움을 주는 것을 보람으로 삼고 있으며, 그로 인해 고맙다는 말을 들으면 더욱 힘이 쏫는 72년 쥐띠인 결혼한 남자입니다. 토끼같은 아내와 통통튀는 귀여운 아들과 딸로 부터 늘 행복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지요.


AD

AD

AD

인기기사

  1. 1 [단독] '김 여사 성형' 왜 삭제? 카자흐 언론사로부터 답이 왔다
  2. 2 [단독] 순방 성과라는 우즈벡 고속철, 이미 8개월 전 구매 결정
  3. 3 돈 때문에 대치동 학원 강사 된 그녀, 뜻밖의 선택
  4. 4 세계 정상 모인 평화회의, 그 시각 윤 대통령은 귀국길
  5. 5 김용의 5월 3일 '구글동선'..."확인되면 검찰에게 치명적, 1심 깨질 수 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