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와 아베는 하지만 박근혜는 못 하는 것

[게릴라칼럼] 중산층 70% 육성 공약 이행하려면 최저임금부터 올려야

등록 2014.07.07 13:49수정 2014.07.07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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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릴라칼럼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이 쓰는 칼럼입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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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에서 실시된 고용노동부 최저임금 퀴즈 2015년 최저임금 5580원을 두고 커피 한 잔 값도 안 된다는 비난이 폭주한 가운데 고용노동부는 시원한 커피를 내걸고 최저임금 알아맞히기 퀴즈를 실시했다. ⓒ 안호덕


"추첨을 통해 5분께 시원한 커피를 선물로 드려요~"

SNS에 게재된 고용노동부 '내년 최저임금은 얼마?' 퀴즈를 보면서 씁쓸했다. 최저임금위원회가 합의한 내년 시간당 최저임금 5580원을 두고 커피 한 잔 값도 안 된다는 비난이 쏟아지는 마당에, 커피를 경품으로 내건 최저임금 알아맞히기 퀴즈 이벤트라니. 비난 여론에 대한 조롱이라고밖에 이해되지 않는다.

커피 한 잔 값도 안 되는 최저임금, 커피 걸고 퀴즈 행사 

올해보다 시간당 370원이 오른 2015년 최저임금 합의안이 나오자 노사의 입장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노동자를 비롯한 대부분의 여론은 커피 한 잔, 밥 한 끼 값도 안 되는 최저임금이라고 반발했다. 반면, 한국경영자총협회(아래 경총)는 이번 인상으로 영세사업장들은 추가적으로 연간 수조 원의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면서 이는 결국 청년, 고령자 등 취약계층 일자리를 감소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그런데 경총이 내놓은 보도자료는 납득하기 힘든 측면이 있다. 시간당 370원 인상 때문에 영세 기업이 수조 원을 더 부담해야 한다는 주장, 근거도 제시되지 않은 과장된 주장이라고 생각한다. 또 이번 인상이 성장 잠재력과 일자리 창출에 막대하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주장도 동의하기 어렵다. 시간제일자리로 대표되는 정부의 일자리 창출 정책이 값싼 노동력 공급 정책으로 전락하고, 성장이 고용을 담보하지 못해 서민경제가 나락으로 떨어지는 현실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이걸 경총만 모르고 있다는 말인지, 궤변을 늘어놓는 저의조차 의심스럽다.

내수 경기가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정부는 세월호 대참사의 영향으로 소비자의 불안 심리가 커진 탓이라고 하지만 이는 표면적인 진단에 불과하다. 오히려 가계빚 1천조 원에 진입한 서민경제, 더 이상은 빚도 낼 수 없을 만큼 막다른 골목에 몰려 생필품 소비마저 줄어야 하는 현실이 내수를 멈춰버리게 한 것이다.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이렇게 된 가장 큰 원인은 '기업 하기 좋은 나라'를 주창해온 이명박 정부에서부터 지금까지 값싼 노동력을 성장동력으로 삼아왔기 때문이다.

지난 2월 12일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최저임금을 시간당 7.25달러에서 10.10달러로 올리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또 영국과 독일에서도 최저임금 인상 움직임이 있다. 일본 아베 정권도 기업을 향해 임금인상을 여러 차례 주문했다. 보수-진보를 떠나 세계적인 추세로 등장한 임금인상. 그것은 서민과 노동자의 호주머니를 채우지 않고서는 경제 위기를 탈출할 수 없다는 소득 주도 성장이론이 힘을 얻은 결과이다.


오바마도 아베도 한목소리, '노동자의 임금인상'

신자유주의 광풍 이후 미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강국들은 시장 경제 우선, 규제 완화를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고자 했다. 그러나 통제받지 않는 자본은 부를 독점하고 빈부의 차이를 지속적으로 넓혀갔고, 결국 국가 권력을 자본의 이익에 복무하도록 만들었다. 이런 정점에서 터진 것이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였다.


이후 많은 나라들은 국가 권력으로 규제를 강화하고, 부의 분배와 복지제도를 우선하는 흐름으로 돌아서게 된다. 미국 등 많은 나라들이 최저임금 인상을 주창하고 나선 것도 불황의 탈출구가 서민의 살림살이 개선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2015년 최저임금은 전혀 이런 흐름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시간당 370원 인상을 두고도 일자리 창출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며, 파생되는 문제는 노동계에 있다는 협박성 발언을 서슴지 않는 것이 우리나라 경제계의 민얼굴이다. 정부도 다를 바 없다. 최저임금이 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에 있음에도 어떤 개선책도 내놓지 않고 부동산 정책을 남발하고 번번이 대출 카드를 꺼내드는 것, 이명박 정부부터 지금까지 계속돼온 서민경제 대책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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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한 잔도 사 마시기 힘든 최저임금. ⓒ 조혜지


가계대출 1천조 원. 최저임금으로 살아가는 노동자가 200~300만 명. 알바와 시간제 노동자로 살아가는 청년들의 숫자는 추산도 힘들 정도로 늘어가는 현실에서 서민의 삶이 나아질 수 있다는 것은 허구이다.

2013년 3월 기준 노동자 월평균 임금총액 305만4천 원. 그러나 이 수치는 고액 연봉자들이 만들어낸 평균일 뿐 노동자 대부분의 진정한 소득과는 거리가 멀다. 세계 최고의 자살율과 최하위의 출생률. 우리 사회가 임계점에 다다랐다는 증거 중 하나이다. 임금인상으로 노동자의 삶을 보장하지 못하면 자영업, 중소기업, 국가경제까지도 쓰러지는 도미노의 운명과 다를 바 없다.

국민은 노동력을 제공하는 노동자이자, 내수시장의 기반이 되는 소비자이다. 노동이 저평가되어 싼값으로 팔리면 소비 여력은 떨어지고, 당연히 내수시장은 침제된다. 그러나 이렇게 평범한 경제원칙은 언제나 무시됐다. 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저렴한 노동이 강요됐고, 노동의 대가와 소비의 간극이 날이 갈수록 커져만 갔다. 그래서 이제는 소비 침체가 경제 성장 자체를 둔화시키는 지경에 다다른 것이다.

그런데도 시간당 370원 오른 최저임금을 두고 성장 잠재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한국경영자총협회. 욕심만 가득할 뿐 막힌 경제를 풀어낼 어떤 혜안도 발견하기 어렵다.

중산층 70% 육성 공약 이행하려면 최저임금부터 올려야

박근혜 정부는 지난 대선에서 중산층 70% 육성을 공약했다. 그러나 임기 1년 5개월이 다 돼가는 지금, 국민들 절반이 스스로를 하층민이라고 생각하는 삶을 살고 있다. 세월호 대참사 이후 지지율 하락을 거듭하고 있는 박근혜 정부. 많은 국민들의 실망은 비단 정치 분야뿐만 아니다. 집권 2년 동안 최저임금 시급을 고작 720원(2013년 350원 인상, 2014년 370원 인상) 인상하고 서민들에게 지지를 바란다면 염치 없는 행위다.

해마다 100원, 10원을 놓고 노동자의 삶이 흥정되는 최저임금위원회. 현재와 같은 구조로는 "근로자의 생활안정과 노동력의 질적향상을 꾀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하게 한다"는 최저임금 제도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 이 심각성을 알기에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도 한국노총 노동자대회에 참석해 최저임금제 개선을 약속했었다. 늦었지만 이제 그 약속을 지켜야 한다.

이제 공은 고용노동부에 넘어가 있다. 8월 5일 고용노동부이 시급 5580원을 고시하고 나면 2015년 노동자의 최저임금은 확정된다. 박근혜 대통령, 고용노동부 장관의 고시가 있기 전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의결한 2015년 최저임금 시급 5580원의 재심의를 요청해줬으면 한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나, 일본의 아베 총리처럼 경제계와 의회를 만나고 최저임금의 인상에 적극 나서주기를 희망한다.

노동자와 서민들의 삶은 커피 한 잔을 걸고 최저임금 알아맞히기 퀴즈를 할 만큼 한가롭지 않다. 내수가 멈춰버린 서민경제. 최저임금 노동자의 삶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내수시장의 회복은 어림없는 일이다. 중산층 70% 육성 공약, 이명박 정권의 747 공약처럼 '먹튀' 공약이 아니라면 지금이라도 노동이 제값 받을 수 있도록 대통령이 직접 나서주시라.
#최저임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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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진보는 냉철한 시민의식을 필요로 합니다. 찌라시 보다 못한 언론이 훗날 역사가 되지 않으려면 모두가 스스로의 기록자가 되어야 합니다. 글은 내가 할 수 있는 저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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