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털이 머리카락처럼, 이것도 꽃이랍니다

[설악산기행⑩] 야생화의 보고 서북능선을 걷다 발견한 '요강나물꽃'

등록 2014.08.01 14:20수정 2014.08.14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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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청을 지나 끝청으로 가는 길목에는 어제 바람 때문에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야생화들이 수풀속에서 보석처럼 미소를 짓고 있었다. 대청봉을 뒤로하고 한계령 방향으로 서북능선을 걷다가 끝청갈림길(해발 1600m)에서 묘하게 생긴 검은 색 꽃을 발견하였다.

무심코 지나치면 꽃이라고 볼수 없는 검은 덩어리다. 그러나 가까이 들여다 보니 분명히 검은 생의 꽃이다. 이 신기하게 생긴 검은 꽃을 좀더  자세히 관찰해 보니, 약 50cm의 꼿꼿이 선 줄기에 종 모양으로 매달린 꽃잎에는 수 많은 잔털이 머리카락처럼 돋아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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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잎이 벌어지기 직전의 요강나물. 거의 검은 색이나 자세히 보면 흑갈색이다. 꽃이 피기 전의 모습이 요강 모양을 닮았다고 하여 <요강나물>이란 이름이 붙었다.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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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처럼 생긴 꽃잎에 수많은 잔털이 붙어있다. 꽃부리가 종 모양을 하고 있어 <선종덩굴>이라고도 한다. ⓒ 최오균


아직 피어나지 않은 것은 둥글게 목화다래처럼 달려있다. 꽃잎이 막 벌어지기 시작한 것은 검은 종 모양으로 다소곳이 고개를 수그리고 있었다. 말로만 들었던 <요강나물 꽃>임에 틀림없다!

요강나물(Clematis fusca var. coreana, 쌍떡잎식물강 미나리아재비목)은 설악산 이북 높은 지대에서 자라는 낙엽활엽관목으로 원산지가 한국이다. <요강나물>이란 이름은 꽃이 피기 전의 모습이 요강을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머리카락이 엉겨 있는 듯 수많은 잔 털로 이루어진 꽃봉오리가 아래쪽을 향하여 달려있는데, 그 모습이 종과 비슷하다고 하여 <선종덩굴>이라 부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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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잎이 벌어지기 시작하는 요강나물꽃. 꽃받침이 없고 가지사이에서 바로 꽃이 피어나는 낙엽활엽관목이다. ⓒ 최오균


요강나물, 자세히 보면 검은색 아닌 흑갈색

지구상에 검은 꽃은 존재할 수 없다고 들어왔다. 만약 검은 색 꽃이 존재하려면 가시광선을 모두 흡수해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자연계에서 빛의 파장을 흡수하는 색소나 또는 그러한 색소의 조합을 갖는 꽃잎은 없다고 한다.


꽃이 화려한 이유는 나비나 벌 등 곤충을 유인하여 수정을 하기 위함인데, 곤충의 눈에 잘 띄지 않아 모든 식물은 본능적으로 진화에 불리한 검은 색을 가지려하지 않기 때문이다.

요강나물도 자세히 보면 완전히 검은 색은 아니다. 얼핏 보면 검은 색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흑갈색으로 꽃잎 안쪽은 연한 초록색을 띠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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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잎이 벌어진 요강나물꽃. 색갈이 검정색에서 점점 흑갈색으로 변해가고 있다. ⓒ 최오균


요강나물꽃은 자칫 검종덩굴꽃과 혼동하기 쉽다. 그러나 자세히 관찰을 해보면 검종덩굴은 꽃잎 밑에 두 개의 꽃받침이 있고, 줄기가 옆으로 기는 덩굴성을 가진다. 반면에 요강나물은 꼿꼿이 선 나무줄기에 꽃받침도 없이 꽃이 한 송이씩 피어난다.

서북능선을 걷다가 요강나물과 비슷한 모양의 자주색 꽃을 발견했다. 세 장의 작은 잎이 겹잎으로 나온 이 꽃은 세잎종덜굴이다. 세잎종덩굴꽃은 암자색으로 꽃대가 길며 꽃받침이 있다. 세 장의 꽃잎이 종 모양처럼 밑으로 처지며 달린 모양이 마치 종처럼 생겼다고 하여 세잎종덩굴이란 이름이 붙여졌다. 꽃들의 세계는 보면 볼수록 오묘하고 신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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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잎종덩굴 ⓒ 최오균


설악산은 1982년 8월 12일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되었다. 특히 대청봉에서 끝청을 통해 한계령으로 내려가는 서북능선은 야생화의 보고라고 할 수 있다. 긴 능선 길에 숨 가쁘게 피어있는 야생화는 마치 숨은 그림을 찾듯 힘든 산행을 즐겁게 해준다. 

이 지역에는 털진달래를 비롯하여, 요강나물, 세잎종덩굴, 자주솜대, 삿갓나물, 초롱꽃, 솜나물, 큰앵초, 눈개승마, 벌깨덩굴 등 수없이 많은 야생화들이 천국을 이루고 있다. 그 중에서 흑갈색으로 요염하게 피어나는 요강나물 꽃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은 큰 행운이다.

설악산에 자라나는 희귀식물들은 높은 지대에서 최악의 기후에도 적응하며 자라온 야생화이기 때문에 더욱 그 가치가 높다. 이런 희귀식물은 한 번 훼손되면 인위적으로 복원이 불가능하다. 법으로 보호를 하고 있지만 우리 스스로가 생태계를 길이 보호하고 보전하는 정신을 가져야 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지난 5월 28일 설악산 대청봉에서 서북능선을 걸으며 만난 요강나물꽃에 대한 기행문입니다.
#요강나물꽃 #자주솜대 #설악산 서북능선 #설악산 야생화기행 #선종덩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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