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갈 필요 없이, 나의 <오마이뉴스> 원고료 부터 보자. 학생들이 10만 원 남짓 돈 모으는 것이 어려운 일인가?
오준승
<일간베스트 저장소>에는 이 문제와 관련, 학생들이 어떻게 빵 100개를 살 수 있겠느냐, 어른으로부터 돈을 받은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지만 사실과 다르다. (이 글들 보고 우리 모두 배꼽 빠지게 웃었다.) 이들은 이전 26일, 청시회 주최로 열린 청소년 시국회의 집회에서도 같은 음모론을 펼쳤는데, 사실 '21세기 청소년 공동체 희망(약칭 희망)'에게 약간의 도구 지원을 받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청시회 회원들이 준비한 것이었다. (집회 준비가 26일 당일에 겨우 끝났었다면 믿겠는가.)
하여튼 이 일이 '이상하게도' 언론들 사이에 이슈가 되어 매우 당혹스러웠지만,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겼다. (학교에서 물어와서 깜짝 놀랐는데...) 그런데 이슈가 되니, 갑자기 <조선일보> 26일자 신문에 '[데스크에서] 정치 싸움에 엮인 청소년들'란 글이 나왔다.
"'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 초기 수사를 맡았던 권 과장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으로 갈리는데, 어린 학생들이 어떻게 이렇게 쉽게 결론을 내렸는가 하는 의문이다. … 지금 국정원 사건은 명확한 진상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선동이 난무하는 거대 정치 싸움으로 변질되고 있다. 세상을 정확히 보는 눈을 갖기엔 더 많은 공부와 경험이 필요한 어린 학생들을 이런 소용돌이에 밀어넣는 행위는 죄악이다. 중·고교 시절 거짓 선동에 휩쓸려 광우병 촛불시위에 나섰던 점을 성인이 된 뒤 후회한다고 고백하는 20대가 많다. 정치 싸움이란 장기판의 졸(卒)로 쓰기엔 청소년 한 명 한 명의 미래가 너무 아깝다."우리 학생들 입장에서 이 사건은 나름의 토론을 거친 '명확한' 일이었지만, 보수 성향의 어른들 또는 언론들이 보기에 충분히 지적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래서 이 비판은 그러려니 하고 넘긴다. (나중에 후회할 지는 모르겠지만.) 하지만 말이다.
"인터넷을 뒤져보니 실마리가 보였다. 권 과장을 방문한 고교생 7명 중 5명이 '청소년 시국회의' 소속이었다. 청소년 시국회의는 지난 6월과 7월 서울 광화문광장 등에 상경해 정권과 국정원을 비판하는 시국선언을 발표한 인천·충남·전북·경남의 4개 대안학교 학생회를 중심으로 구성된 단체로, 7월 17일 400여개 중·고교의 800여 학생 명의로 국정원 규탄 성명을 발표하며 이름을 알렸다." 우리를 '대안학교 학생회' 소속 학생으로 만든 것은 좀 문제가 있지 않은가? 당장 내 고등학교만 해도 서울 강동구의 A 학교다. 그리고 다른 학생도 마찬가지. 경기도 광주시 B 학교와 부산의 C 학교. 전부 일반고고 가끔 가다가 명문고, 또는 외고도 보였다. 대체 어딜 봐서 우리가 대안학교 학생이란 것일까.
혹시나 해서 밝히는 것이지만 '청소년 시국회의'와 '민주사회를 위한 청소년회의' 모두 일반 청소년들이 모여 만들어진 단체다. 대안학교 학생이나 청소년 활동가가 한 두 명 정도 있었을 수 있지만 대다수는 정말 일반 중·고등학교 학생이었다. (참고로 위 사건의 경우 희망 측 청소년들은 참여하지 않았다.)
단순히 이 글이 인터넷에 떠도는 '찌라시'였다면 말을 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이 글은 한국의 발행수 1위, <조선일보> 지면에 실린 사설이 아닌가. 비판하는 단체에 대한 기본적인 조사조차 하지 않고 글을 쓴 셈인데, 아무리 봐도 정상이 아니다. 생각해보라. 대한민국 대표 언론에서 기본적인 조사조차 하지 않고 보도한 셈이지 않은가.
하지도 않은 말 했다고 보도하는 <동아일보>다음은 청소년 시국회의가 해체할 때 있었던 일이다. 당시 우리는 트위터를 통해 청소년 시국회의의 해체를 선언했다. 탈퇴 내지 해체 과정은 자세히 밝히지는 않겠다. 나도 영 문제가 없잖아 있었으니까. 그저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청소년 시국회의에서 희망 출신 대학생들(여기에는 이상현 희망 사무총장도 포함된다)의 회의 참여 등을 배제하여아 한다는 것을 희망과 그쪽 청소년들이 거부했다는 것이다.
아무튼 해체가 되자 언론에서는 나름의 이슈가 되었다. NL과 결별한다는 내용이 담긴 <머니투데이> 보도는 나름 관심을 받았고 보수 언론에선 환영을, 진보 언론에선 유감을 나타냈으니까. 이때 차상우군의 트위터에 <동아일보> 백연상 기자가 인터뷰하고 싶다고 연락이 왔었다. 차군은 제대로 보도하지 않을 것 같다는 취지로 답변하며 거절하였으나, 백 기자가 '기자 생명을 걸고' 제대로 보도하겠다고 하여 인터뷰에 응했었다. 그리고 나는 당일 학교에서 지면에 실린 동아일보 보도를 보고 분통을 터트렸다.
<동아일보>는 '[단독]"촛불집회 고교생에 다가간 '쌤'들, '이석기 키즈'를 키운다"'라는 제목으로 희망측 성인 활동가들은 학생들에게 '통진당 청소년위원회'에 들어갈 것을 권유했고, 학생단체와 통진당의 연대를 강력히 주장했다며 시국회의 고교생들은 말했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우리들이 '이석기 키즈'라는 보도다. 거기다 위에 나온 "희망 측 사람들이 학생들에게 통합진보당 청소년위원회에 들어갈 것을 권유했다"는 내용은 결코 사실이 아니다. 실제로 진보당 청소년위 소속 학생이 한 명 있기는 했지만, 결코 가입을 권유받은 적은 없다. 권유받았다면 그 즉시 나는 청소년 시국회의를 탈퇴했을 것이다.
이 보도를 접한 다른 청시회 탈퇴 청소년들도 분통을 터트렸다. 인터뷰에 응한 학생들은 이에 백 기자에게 연락하여 정정보도를 요구하였으나 이미 보도가 된 기사는 어쩔 수가 없다는 취지로 답변을 들었다. <동아일보> 사옥을 직접 찾아갔으나 해당 기자는 취재를 위해 지방으로 내려갔다는 말을 듣고 발길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
청소년 시국회의와 민주사회를 위한 청소년회의 활동을 하면서 깨달은 것이 몇 가지 있는데, 그 중 한 가지를 꼽자면 "언론은 믿지 말자"다. 한번도 아니고, 제대로 조사조차 하지 않고 비판하는 언론과,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보도해놓고 정정조차 하지 않는 언론. 대체 무엇을 보고 믿으란 말인가. 그래서 나는 왠만해서 언론들의 보도를 신뢰하지 않는다. 앞으로도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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