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나무숲을 향해
변종만
줄기의 껍질이 얇아서 종이처럼 하얗게 벗겨지고, 그것으로 명함을 만들거나 연인에게 사랑의 글귀를 전하는 낭만적인 나무가 자작나무다. 겨울이면 더 빛나는 풍경이 있다. 비록 영화 속 세상이지만 시베리아의 광활한 눈밭을 달리는 기차 사이로 늘씬하게 뻗은 나무들이 뽀얗게 속살을 드러내며 새로운 세상에 빠져들게 한다.
인제에는 숲의 여왕이라 불리는 자작나무 군락지가 두 곳 있는데 나무가 많은 수산리보다 길을 찾기 쉬운 원대리가 많이 알려져 있다. 원대리 자작나무숲은 영화에서 접한 색다른 장면을 상상하면서 찾아가는 여행지이다.
차에서 내려 10시 50분부터 산행을 시작한다. 방명록을 작성하는 원대리 산림초소에서부터 제법 길이 넓은 임도가 산허리를 따라 부드럽게 이어져 남녀노소 누구나 사부작사부작 걷기 좋은 길이다. 그래도 일부는 돌길인 3.5km를 걸으며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힐 무렵 속삭이는 자작나무숲과 마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