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두 미수습 학생 아빠들 첫 심경고백
"유해 발견 숨긴 것, 잘못이지만..."

[인터뷰] 힘겹게 말문 연 두 아버지 "혼란... 이철조-김현태 안 다쳤으면"

등록 2017.11.25 11:14수정 2017.11.25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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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현철, 박영인, 양승진, 권재근, 권혁규. 다섯 명은 결국 가족 품으로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가족들은 "차라리 천형이라고 믿고 싶은" 결정을 내려야만 했습니다. 지난 18일부터 사흘간 마지막 세월호 장례식을 시신 없이 치렀습니다.
<오마이뉴스>는 긴급 기획을 편성해 세월호 마지막 네 가족 이야기를 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독자 여러분들과 함께 이들에게 조그마한 용기를 주고자 합니다.
여러분의 후원(좋은 기사 원고료)은 전액 미수습자 가족들에게 전달됩니다. (후원하기) http://omn.kr/olvf [편집자말]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은 남경원(남현철군 아버지)·박정순(박영인군 아버지)씨가 '세월호 유해 은폐' 사건이 터진 후 이틀이 지난 24일 경기도 안산의 한 카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은 남경원(남현철군 아버지)·박정순(박영인군 아버지)씨가 '세월호 유해 은폐' 사건이 터진 후 이틀이 지난 24일 경기도 안산의 한 카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소중한

24일 오후 경기도 안산의 한 카페. 나란히 앉은 두 아버지는 고개를 숙인 채 연신 얼굴을 감싸 쥐었다. 이들은 지난 18일부터 사흘간 세월호 마지막 장례이자 시신 없는 장례를 치른 미수습자 가족 남경원(남현철군 아버지)·박정순(박영인군 아버지)씨이다. 20일 발인까지 마친 두 아버지는 곧이어 터진 '세월호 유해 은폐' 사건으로 여전히 잠을 못 이루고 있다.

22일 <오마이뉴스> 보도를 통해 은폐 사실이 폭로된 이후, 두 사람을 비롯한 미수습자 가족들은 말을 극도로 아껴왔다. 두 아버지 역시 하루에도 100통 가까이 기자들에게 전화가 오지만, 침묵을 지키고 있다. 이들이 조심스럽게 입을 뗐다.

남씨는 "세월호 참사 후 3년 7개월 동안 말로 인해 정말 많은 상처를 받았고, 때론 우리가 내뱉은 말 한 마디가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가 되는 경험도 했다"라며 운을 뗐다. 그러면서 "지금 우리의 입으로 인해 어느 누가 상처를 입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이 사건에 대해 쉽게 이야기를 꺼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두 아버지는 "인터뷰를 하러 나온 지금도 정말 혼란스럽다"라고 입을 모았다. 박씨는 "하루에도 12번씩 이런저런 생각이 드는 상황이다, 지금 이 자리에 나와 있지만 사실 마음이나 생각이 정리된 건 없다"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에도 두 아버지는 이날 <오마이뉴스>를 만난 이유에 대해 "우리의 생각을 궁금해하는 국민들이 많으신 걸로 안다"라며 "하루에도 100통씩 전화를 걸어오는 기자들에게도 침묵을 계속 지키는 게 예의는 아닌 것 같다"라고 설명하며 힘겹게 말문을 열었다.

"이철조와 김현태, 3년 7개월간 미운 정 고운 정 다 들어"

'시신 없는' 입관식... 오열하는 아빠 세월호 미수습자 남현철 학생의 아버지 남경원씨(맨오른쪽)와 가족들이 18일 오전 목포신항 세월호 선체 선수부 인근 안치실에서 '시신 없는' 입관식을 하며 오열하고 있다.
'시신 없는' 입관식... 오열하는 아빠세월호 미수습자 남현철 학생의 아버지 남경원씨(맨오른쪽)와 가족들이 18일 오전 목포신항 세월호 선체 선수부 인근 안치실에서 '시신 없는' 입관식을 하며 오열하고 있다. 남소연

22일 언론을 통해 은폐 사실이 폭로됐지만, 두 아버지는 하루 전인 21일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로부터 그 사실을 접했다. 해수부 세월호현장수습본부가 아닌 다른 곳으로부터 유해 발견 소식을 들었던 그때의 감정이 궁금했다.


"정말 당황스럽고, 마음이 아팠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나' 생각했다."

두 아버지는 "김현태 (세월호현장수습본부) 부본부장이 어쨌든 (유해 발견 사실을) 우리에게 먼저 알려야 했다"라며 "우리를 걱정했다는 심정도 이해할 수 있지만, 우리에게 알리고 우리가 판단하도록 하는 게 순리였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20일 장례를 마치고 우리도 몸과 마음을 정리해야 하는 시점인데 그런 일이 터져서 지금도 정말 힘들다"라며 "밖을 돌아다니는 것조차 힘들다, 이렇게 논란이 커지다 보니 아이한테 미안하고, 죄짓는 기분으로 산다"라고 토로했다.

다만 두 아버지는 유해 은폐의 핵심 인물인 이철조 본부장과 김현태 부본부장에 대해선 "안타까운 심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현태 부본부장의 "미수습자 가족의 심정을 고려해 발인 이후 유해 발견 사실을 알리려고 했다"는 진술에 대해 "진심이라고 믿고 싶다"라고 털어놨다.

"아무튼 (이철조 본부장과 김현태 부본부장은) 세월호 인양 후 긴 시간 동안 목포신항에서 함께 생활했던 사람들이다. 그들이 시신 수습을 위해 노력한 것도 맞다. 그러다 보니 미운 정 고운 정이 다 들었다. 우리도 혼란스럽지만 그들이 다치진 않았으면 좋겠다."

사건이 터진 후 이철조 본부장과 김현태 부본부장은 "박근혜 정부의 적폐"로 꼽히는 등 비판의 중심에 서 있다. 4.16가족협의회, 4.16연대 등 유족과 시민단체 등도 거센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두 아버지는 "이철조 본부장과 김현태 부본부장을 향해 쏟아지는 비판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라며 "이전에 (인양 및 특조위 방해 등을 이유로) 유족과 시민단체, 그리고 국민들이 두 사람을 비판해왔던 것에도 공감한다"라고 말했다. 다만 다음과 같이 이어갔다.

"유족과 미수습자 가족 모두 같은 피해자다. 우리는 목포신항이란 현장에서 뛰었고, 유족은 또 다른 현장에서 열심히 뛰어줬다. 그동안 유족 분들이 우리를 위해 마음 써준 것, 고맙게 생각한다. 그래서 그들이 이철조 본부장과 김현태 부본부장을 비판하는 것에 이런저런 말을 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우리는 그저 이번 유해 은폐 사건에 한정해서 '그들의 말이 진실이라고 믿고 싶다'는 생각뿐이다."

"비공개 요청? 그건 절대 안된다 손사래... 우리에게도 안 알린 건 이번이 처음"

 세월호 단원고 미수습자 남현철군의 발인을 마친 아빠 남경원씨가 지난 20일 오전 경기도 안산 단원고를 방문해 단원고 운동장 흙이 담긴 주머니를 들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세월호 단원고 미수습자 남현철군의 발인을 마친 아빠 남경원씨가 지난 20일 오전 경기도 안산 단원고를 방문해 단원고 운동장 흙이 담긴 주머니를 들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이희훈

 발인을 마친 세월호 단원고 미수습자 박영인군의 가족이 지난 20일 오전 경기도 안산 단원고를 방문해 단원고 운동장 흙이 담긴 주머니를 들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발인을 마친 세월호 단원고 미수습자 박영인군의 가족이 지난 20일 오전 경기도 안산 단원고를 방문해 단원고 운동장 흙이 담긴 주머니를 들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이희훈

한편 은폐 사실 폭로 다음 날인 23일부터 미수습자였다가 인양 후 유해를 찾은 조은화·허다윤양 가족의 인터뷰가 나오기 시작했다. 인터뷰의 요지는 자신들이 "유해가 나올 때마다 실시간으로 알려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김현태 부본부장에게 요청했다는 것이었다.

23일 해수부가 발표한 1차 조사 결과에 따르면, 김현태 부본부장은 17일 발견된 유해의 주인을 이미 일부 수습된 조은화·허다윤양으로 단정하고, 유해 발견 사실을 미수습자 가족에게 알리지 않았다.

또한 이철조 본부장은 20일 김영춘 장관에게 보고한 뒤 "매뉴얼(미수습자 가족과 선체조사위원회에 통보)대로 하라"고 질책을 받았음에도, 조은화·허다윤양의 부모와 선체조사위원회에만 통보했다.

조은화·허다윤양 가족의 인터뷰대로라면, 이철조 본부장과 김현태 부본부장은 이 두 가족의 요구를 지키느라 유해 발견 사실을 숨겼다는 결론에 이른다. 조양의 어머니는 그러한 요청을 한 까닭을 "뼈가 수습되면 (이미 일부 유해를 수습한) 우리는 '돌아와줘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뼛조각도 못 찾은 가족들에게는 안타까운 소식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두 아버지는 "같은 미수습자 가족이었던 조은화·허다윤양 가족이 우리를 위해 그러셨다니 그 마음 또한 이해하고 감사하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다만 "목포신항에 있을 때 김현태 부본부장이 조은화·허다윤양 가족의 생각이라며 '뼈가 나올 때마다 알리지 않는 건 어떻냐'고 물어오길래 '그건 절대 안 된다'라며 손사래를 쳤던 적이 있다"라며 "조은화·허다윤양 가족이 목포신항을 떠난 뒤에도 유해가 발견된 일이 있었는데, 당시 언론엔 알리지 않았지만 우리에겐 알려왔었다"라고 말했다.

두 아버지의 말대로라면 세월호현장수습본부가 미수습자 가족에게 유해 발견 사실을 알리지 않은 건 17일이 처음이다. 앞서 조은화양 어머니는 한 인터뷰에서 "과거에도 언론에 알리지 않은 유해 수습 결과가 있나"라는 질문에 "있다"라고 답했는데, 이때는 17일 사례와 달리 언론에만 알리지 않고 남은 미수습자 가족들에게는 알렸던 것이다.

두 아버지는 인터뷰 초반에 했던 "혼란스럽다"는 말을 이야기를 나누는 내내 반복했다. 유해 발견 사실을 곧장 듣지 못한 점에 대한 상심과 그들 표현대로 "미운 정 고운 정이 다 든" 이철조·김현태 부본부장의 현재 상황 사이에서 고민을 거듭하는 듯했다.

"오늘 인터뷰를 했지만, 사실 지금도 마음의 정리가 안 돼 우리 생각을 확실히 말씀드릴 수 없다. 일단 오늘은 이 정도만 말씀드리려고 한다. 빠른 시일 내에 전체 미수습자 가족들의 입장을 정리해서 이야기하겠다. 조금만 기다려달라."
#세월호 #미수습자 #유해 #은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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