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영덕군 주민들이 ‘풍력단지 중단할 때까지 결사항전’ 등의 구호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마을 도로를 행진하고 있다.
박지영
주민 임연희(64·여·영덕군 남정면)씨는 <단비뉴스> 인터뷰에서 "영덕은 자연이 좋은 청정지역인데 풍력 회사가 갑자기 들어와서는 환경 훼손하는 풍력 사업을 한다고 해서 반대한다"고 말했다. 양봉업을 한다는 임씨는 "풍력발전을 하는 다른 지역에 가보니 산을 그냥 깎아서 농산물피해가 크다고 하더라"며 "영덕에서는 양봉 농사를 많이 하는데 풍력발전 때문에 피해를 볼까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같은 마을 주민 김종예(65·여)씨는 "풍력발전이 우리나라 여러 군데 들어선 것으로 아는데 (사업자들이) 시골 주민들에게 제대로 된 보상을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돈 백만 원 툭 던져주고 사업해 보겠다고 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영덕·거제·울산·의령 등 곳곳에서 사업 제동
경북 영덕에서 풍력발전단지를 추진 중인 사업자는 지에스이앤알(GS E&R)과 일출에너지다. 이들은 영덕 제1·2풍력발전단지에 총 53기, 180메가와트(MW) 규모의 발전기를 세울 예정이다. 지난 1월부터 사업비 4700억 원을 들여 추진 중인 이 사업은 2021년 완공이 목표다.
하지만 주민들은 풍력시설이 산지에 들어설 경우 산사태가 일어나고 생태계가 파괴될 우려가 있다고 주장한다. 주민들은 특히 발전사업자가 풍력발전의 장단점을 정직하게 설명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주민동의서를 받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사업동의서에 서명하면 가구당 100만 원씩 주겠다는 미끼로 주민들을 회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업자들은 환경파괴 등의 주장을 부인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일출에너지 풍력사업개발팀 관계자는 "환경영향평가를 진행한 지 7개월 정도 됐는데, 풍력발전단지가 들어서도 저주파, 소음 발생 등의 피해는 전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논란이 된 주민동의서와 관련 "각 개인에게 돈을 주는 게 아니라 (찬성) 도장을 먼저 찍은 마을에 가구가 많든 적든 1년에 약 700만 원을 마을발전기금 형식으로 입금하고 20년 계약을 시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풍력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주민과 갈등을 빚는 곳은 영덕 외에도 많다. ㈜거제풍력은 경남 거제시 옥녀봉 일대에 2MW급 풍력발전기 18기를 설치하려다 주민 반발로 2014년 7월 중단했는데, 올해 재추진하면서 다시 논란을 빚고 있다. 울산 북구 강동 앞바다에 에스케이(SK) 건설이 3MW급 해상풍력발전기 32기를 건설하는 사업에 대해서도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경남테크노파크 조선해양에너지센터가 경남 의령군 산성산에 20MW급 규모의 풍력발전기 6기를 설치하는 사업도 주민 반대로 지난 8월 중단됐다. 경북 영덕 주민들은 지난달 18일 상경, 서울 여의도 국회 앞과 서울 강남구 논현로 GS E&R 본사 앞 등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청정에너지' 풍력 증가, 주민 갈등이 걸림돌
한국풍력에너지학회의 <2018 국내외 풍력발전 산업 및 기술개발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금까지 국내에는 총 67개 육상풍력발전단지가 들어섰고 총 481기의 발전기가 설치됐다. 강원도가 117기로 가장 많고 제주도에 104기, 경상북도 95기 등의 순서다.
이 중 '지역의 바람은 주민 모두의 것'이라는 '풍력자원공유' 정신에 따라 주민과 전기 생산 이익을 공유하는 제주도는 다른 지역과 달리 발전시설을 순조롭게 확장하고 있다. 2016년 기준 국내 풍력발전의 누적설비용량은 1035MW로 2015년 852MW에서 약 21퍼센트(%)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