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금 1백억원 병원인수자금 유용?
복지 헌금인가 청주교구 쌈짓돈인가

[추적보도] 꽃동네 설립자 오웅진 신부 미스터리

등록 2003.03.20 20:13수정 2003.03.27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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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지난 1월 21일 충북 음성 소재 사회복지법인 '꽃동네'의 설립자 오웅진 신부의 후원금 횡령 및 부동산투기 의혹을 최초로 보도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오 신부를 둘러싸고 각종 의혹이 제기됨에 따라 특별취재팀을 구성, 현장취재와 분석을 통해 이번 사안의 실체에 접근해보고자 합니다.

<오마이뉴스>는 이번에 꽃동네를 둘러싸고 제기된 각종 의혹은 오 신부와 주변 몇 사람들에게 한정된 문제라고 판답합니다. 따라서 이번 사안을 놓고 검찰의 수사나 언론의 취재과정에서 병들고 힘없는 사람들을 돌봐온 '꽃동네'가 본의 아니게 피해를 입지 않기를 바랍니다. 아울러 독자여러분들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제보는 초기화면 왼쪽에 마련된 '기사제보'를 이용해 주시기바랍니다....<편집자 주>


청주교구유지재단은 지난 97년 3월12일 경매에 들어간 청주 성모병원을 97여억원에 낙찰받았다.
청주교구유지재단은 지난 97년 3월12일 경매에 들어간 청주 성모병원을 97여억원에 낙찰받았다.

[기사대체] 3월20일 오후 7시20분

충북 음성 꽃동네 설립자 오웅진 신부의 횡령 등 개인비리 혐의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꽃동네에 머물고 있는 지체장애인 등 '불우한 사람'들을 위해 써달라는 후원금 중 100여억원에 이르는 거액의 자금이 지난 97년 천주교 청주교구의 한 병원 인수 대금으로 불법 유용됐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또 청주교구는 지난 2001년 충북재활원을 증여받는 과정에서 발생한 채무에 대해 꽃동네 후원금을 유용하는 등 사회복지기금 성격의 후원금을 사실상 횡령, 종교법인 재산으로 사유화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최근 청주지검 충주지청(지청장 김규헌)은 오웅진 신부의 후원금 횡령 혐의 등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이같은 혐의점을 추가로 포착해 계좌추적 등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그간 오 신부의 개인 비리 혐의에 국한됐던 검찰의 수사가 청주교구의 꽃동네 후원금 유용 혐의 등으로 확대된 것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청주교구는 청주성모병원 인수대금 100여억원을 어떻게 조달했을까?

재단법인 청주교구천주교회유지재단(이하 유지재단)은 지난 97년 3월12일 경매에 들어간 청주 성모병원(전 리라병원)을 97여억원에 낙찰받았다.


그렇다면 유지재단은 당시 100여억원에 가까운 거액의 낙찰금을 어떻게 마련했을까.

유지재단은 그간 꽃동네 후원금과 청주교구의 재산을 공동관리해왔다. 꽃동네 후원금의 총 규모는 베일에 싸여 있지만, 회원 규모가 80만명에 달하는 것을 감안하면 연간 수십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청주교구의 1년 예산은 40억원 정도. 대부분 청주지역 50여개 성당에서 보내온 교납금(각 성당에서의 헌금 등 수입의 일부를 받은 수입)이다. 이와 관련 한 신부는 "대부분의 교구는 인건비와 신축 성당 지원 경비 등으로 교납금을 지출하고 빠듯한 살림살이를 꾸려간다"고 말했다. 결국 유지재단이 가용할 수 있는 돈은 대체로 후원금인 셈이다.

이와 관련 오웅진 신부의 한 측근인 윤시몬 수녀는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성모병원을 인수할 때 꽃동네 후원금을 준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그런 일이 없다"면서 "청주교구와 우리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고 부인했다.

청주 성모병원 홈페이지.
청주 성모병원 홈페이지.
하지만 <오마이뉴스>가 접촉한 관계자들은 "두 가지 자금이 혼용돼 관리해왔을 것"이라면서 "성모병원 낙찰대금도 후원금에서 빠져나갔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성모병원의 전 명칭은 리라병원으로 이사장이 병원보다는 투기에 관심을 쏟다가 말썽이 나서 감옥에 가면서 병원이 기울기 시작했고, 이에 담보은행인 충북은행이 매각을 추진중 충북은행 내 천주교 신자들이 신부들을 부추겨 매각작업이 진행됐다"면서 "병원 인수를 두고 청주교구 내 신부들 사이에서 반발이 일자 당시 정진석 청주교구장이 '본당 신부들에게 손 벌리지 않겠다'고 해서 신부들이 묵인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97억에 낙찰됐는데, 이후 병원 등기부 등본을 떼보니 이미 값비싼 의료기계는 다 빼돌리고, 주차장도 타인명의(25억), 병원 입구 부지도 타인명의(10억)로 돼 있어 한마디로 '의료쓰레기'였다"면서 "낙찰금을 포함해 병원 인수 초기 자금인 150억원의 출처는 '미스터리'지만 아마 이 돈을 오웅진 신부가 댄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다"고 전했다.

또 다른 신부도 "사제들이 대부분 성모병원 인수는 역부족이라고 반대했는데 교구장(정진석 대주교)의 힘으로 밀고 나간 것"이라면서 "청주교구가 무슨 돈이 있어서 그 돈을 댔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관계자도 "청주교구에서 청주성모병원 인수시 부족분 100여억원을 오웅진 신부가 후원금으로 대납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당시 정진석 청주교구장과 오웅진 신부는 아버지와 아들 관계로 불려졌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오마이뉴스>는 당시 병원 인수자금의 출처를 확인하기 위해 당시 청주교구장이었던 서울대교구 정진석 대주교측에 전화를 걸었지만, 비서실의 한 관계자는 "정 대주교와는 직접 통화할 수 없다. 정 대주교는 이미 청주교구를 떠난 사람이고, 그곳과는 하등 상관이 없다"면서 "(정 대주교는) 어떤 식으로 대답해도 그것이 이용당하기 때문에 현재 묵언 중이다. 말씀을 하지 않으신다"고 밝혔다.

천주교 청주교구의 한 신부도 지난 17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전화로는 답할 수 없다. 내일 저녁 다시 통화해서 이야기하자"고 말했다가, 다음날 전화에서는 "변호사에게 물어봐라"라면서 전화를 끊었다.

<오마이뉴스>는 이에 꽃동네 변호인인 손광운 변호사와 전화통화를 했지만 손 변호사는 "그 문제에 대해 노코멘트하겠다. 중요한 것은 (오 신부 형제 명의로 인출된) 13억원이다. 검찰은 그것에 대해 밝혀야지 왜 다른 것을 가지고 그러는지 모르겠다"면서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충북재활원 채무변제 대금 10여억원의 출처는?

오 신부의 개인 횡령 비리 혐의를 수사하고 있는 청주지검 충주지청 청사.
오 신부의 개인 횡령 비리 혐의를 수사하고 있는 청주지검 충주지청 청사.김병기
재단법인 청주교구천주교회유지재단이 충북 청주시 흥덕구에 위치한 사회복지법인 '충북재활원'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채무를 변제하는 데 꽃동네 후원금을 유용했다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다.

유지재단은 지난 2001년 4월 충북재활원을 증여 형식으로 인수했다. 유지재단은 당시 충북재활원이 보람은행(현 하나은행)과 '신충은 상호신용금고' 등으로부터 담보대출받은 채무 10여억원을 떠안았다. 유지재단은 그해 5월과 7월 두 차례에 걸쳐 이 채무를 모두 변제했다.

하지만 당시 유지재단이 10억여원이라는 거액의 채무변제금을 어떻게 마련했는지는 의문이다. 이에 검찰은 이 자금 역시 꽃동네 후원금에서 흘러들어간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됨에 따라 계좌추적 등의 작업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꽃동네의 한 관계자는 "내가 00병원장으로 있을 당시 충북재활원에 3억여원의 돈을 건넨 적이 있다"면서 "충북재활원에서 꽃동네 수표 몇 장이 발견됐다고 해서 검찰이 수사에 나선 것으로 보이는데, 꽃동네 자금은 쓰이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결국 검찰이 꽃동네 계좌추적과 수표추적을 통해 충북재활원으로 유입된 일부 수표를 확인했지만, 꽃동네 후원금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는 검찰의 주장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청주지검 충주지청의 한 관계자는 지난 14일 기자간담회에서 '꽃동네의 후원금과 청주교구의 재산이 별도로 관리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꽃동네 회비는 청주교구 재산을 관리하고 있는 유지재단 명의의 지로용지를 통해 보내지고 있기 때문에 (혼용되는 문제는) 법률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면서 "꽃동네측에서는 '선거를 통해 대통령을 뽑으면, 뽑은 사람이 돈을 어떻게 쓰는지에 대해 일일이 참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면서 좋은 목적으로 쓰였는데 무엇이 문제인가라고 반박하고 있다"고 밝혔다.

결국 두 사람의 발언을 살펴보면 검찰은 꽃동네 후원금이 청주교구 자금으로 사실상 유용되고 있는 혐의점을 포착해 이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고, 꽃동네측도 기본적으로는 '유용됐다는 사실' 자체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꽃동네 후원금은 천주교 청주교구 '쌈짓돈'인가

꽃동네 입구에 서 있는 조형물.
꽃동네 입구에 서 있는 조형물.심규상
'꽃동네 후원금은 꽃동네 수용자를 위한 기부금인가, 천주교를 위한 종교적인 헌금인가'.

꽃동네 후원금이 청주교구의 성모병원·충북재활원 인수자금으로 유용됐다고 하더라도 위와같은 질문이 제기될 수 있다. 검찰이 고민하는 부분도 바로 이 지점이다.

충주지청 관계자는 지난 14일 기자회견에서 "하나님의 법과 나라의 법이 있다. 기업이 계열사와 유관기업, 협조업체 등에 돈을 건네면 법적으로 횡령·배임이 된다. 그런데 하나님의 법으로는 다같은 형제이다"라면서 종교계에 이루어지고 있는 이같은 관행에 '횡령'이라는 잣대를 적용하기가 다소 애매할 수도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하지만 최재천 변호사는 만일 후원금을 병원 인수자금으로 유용했다면 '횡령'에 해당한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기부한 사람 의사가 중요하다. 꽃동네에 후원금을 기부한 사람들을 모두 천주교인으로만 볼 수 없지 않은가. 따라서 종교적인 헌금의 성격이 아니라고 볼 수 있다. 송금한 사람의 의사는 꽃동네라는 사회사업에 자신의 성의를 보인다는 의미가 강하다. 그렇기 때문에 교구로서는 종교재단에 기부하는 종교적 헌금 성격의 돈과 꽃동네라는 사회사업 목적으로 기부하는 돈을 당연히 분리시켜 관리했어야 했고, 사용 목적 또한 당연히 구분되었어야 했다."

또 한 신부도 "작은 단위라면 몰라도 꽃동네 후원회원의 3분의 2가 천주교 신자가 아니다. 후원인에는 불교신자도 있고, 개신교 신자도 끼어있을 것이다"라면서 "결국 꽃동네 후원금은 신자를 상대로 돈을 거둬들인 게 아니고 꽃동네의 취지에 동감하는 전국민을 상대로 거둬들인 성금이다. 이 돈의 성격을 놓고 천주교 회비로 생각한다면 큰 문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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