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의하는 박찬대 의원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은 지난해 10월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의 서울시교육청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는 모습.
남소연
둘. 바른 길 말고 '빠른 길'을 택하다
유아들은 자신들의 권리 침해에 대해 정확하게 인지할 수 없고, 어렴풋이 잘못된 것을 안다고 해도 명확하게 의사소통을 하는 데 어려움이 따른다. 물론 유아교육의 사회적 효과, 교육 투자의 사회적 가치 환원이 크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유아기의 특성 때문에 사립유치원의 비리 행태는 전국민의 공분을 샀고 자연스럽게 유아교육에는 공공성이 확보돼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그러나 빚을 끌어다 쓰듯 교육당국은 국가와 지자체가 유아의 교육을 직접 책임지기보다 재정 투입과 관리 감독 방기라는, 바른 길이 아니라 '빠른 길'을 택했다. 과도한 빚의 결과는 아이들의 몫이었다. 유아교육의 폐단은 쌓였고, 우리 아이들의 권리는 침해당했다.
유아교육 전문가들은 전두환 정권시절 무분별하게 유치원 설립을 허용하고, 유아교육의 공공성이 담보되지 않은 상황 속에서 박근혜 정부의 누리과정 도입으로 연 2조 원에 가까운 국가 재정을 투입한 결과 지금의 사립유치원 비리 사태가 일어났다고 평가했다.
우리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랄 권리, 학습 받을 권리, 안전할 권리 등은 그렇게 침식당한 것이다. 길지 않은 유아 교육의 역사 속에서 쌓여온 폐단들에 대해 분명하게 목도했음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교육당국과 정치권은 바른 길이 아닌 빠른 길을 택하려 했다.
셋. "어디 살아요?"라는 질문받은 학부모
유아교육법 개정안 발의 이후부터 철회 전까지 박찬대 의원실의 대응은 아쉬운 대목이 많았다. 가령, 의원실 관계자는 반대의견을 개진하는 학부모에게 "어디 살아요?"라고 묻기도 했다. 법안에 대한 정당한 의견개진을 하는 국민에게 불쾌한 태도를 취해 법안에 대한 설명·설득의 자세와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개정안 준비 과정에서 정부의 태도 역시 문제가 있었다. '정치하는 엄마들'이 교육부 유아교육정책과에 '유아교육법 개정안을 마련하는 동안 교육 당사자인 학부모와 교원들과의 논의가 있었는지'를 물었다. 그러자 교육부는 6월 7일에서야 '박찬대 의원실에서 간담회를 갖는다'고 전했다. 이전 과정에 대해 질의하자 '전문가들과 논의했다'는 짧은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일련의 과정을 보며 법안의 수혜자가 누구인지 묻고 싶다. 한유총, 한사협(한국사립유치원협의회) 등은 정치권에 지속적으로 사립유치원의 퇴로를 열어달라는 요구를 했다. 민주당에서 '유치원·어립이집 공공성 강화 특위'를 열었을 때도, 장현국 한국사립유치원협의회 공동대표가 함께하는 자리가 있었다. 그러나 학부모, 교원단체를 자리한 적이 있었는지는 아는 바가 없다.
그러므로 이 개정안의 수혜자가 누구였을지 합리적 의심을 거둘 수 없다. 당사자인 학부모와 교원들의 소통과 참여가 없다면 또다시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하고, 수혜자가 불분명한 오늘의 정책 실패가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