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전추 행정관이 과거 MBN <황금알> 방송에 출현했을 때의 모습.
MBN <황금알>
박근혜 정부 출범 후 청와대가 '전지현 트레이너'로 이름을 날렸던 윤전추씨를 행정관으로 채용하면서, 비슷한 시기에 약 1억 원 상당의 개인 트레이닝을 위한 운동기구들을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제 2부속실 소속인 윤 행정관이 박근혜 대통령의 건강 관리와 운동을 돕는 개인 트레이너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다시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지난 8월 "윤 행정관이 대통령의 개인 트레이너 업무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오마이뉴스>와 팟캐스트 <정봉주의 전국구>의 공동취재 결과, 청와대는 박근혜 정부 출범 후 윤 행정관을 채용한 지난해 2월~3월 사이에 수입산 개인 트레이닝 장비 32점 가량을 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운동기구들은 '라이프 피트니스'(Life Fitness), '해머 스트렌스'(Hammer Strenth) 등 모두 고가의 수입산 브랜드 제품이다. 국내에서는 호텔 피트니스센터 등에 납품되는 고급 브랜드로 알려져 있다.
특히 이는 윤 행정관이 오랫동안 개인 트레이너로 일해 온 서울 강남구 그랜드인터콘티넨탈 내 피트니스 클럽에서 사용되는 브랜드와도 같다.
청와대, 윤전추 행정관 채용하면서 여성용 트레이닝 장비 구입청와대 납품 내역을 보면 트레드밀과 크로스트레이너 등 유산소 운동기구 2개, 체스트 프레스·레그 익스텐션 등 근육운동 기구 7개, 목봉·세라밴드 세트·메디슨 볼·짐볼·에어라인 훌라후프 등 필라테스 및 스트레칭 장비 23개가 포함됐다. 해당 품목 대부분은 1세트씩만 납품돼 개인 운동을 위한 '스튜디오' 설치용으로 추정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또 장비들의 무게나 크기 등을 고려하면 노약자 및 여성용으로 볼 수 있다는 설명도 내놨다. 예를 들어 체형 교정 및 근력 강화 운동에 쓰이는 세라벤드 세트(노랑·레드·그린), 메디슨 볼(1kg·2kg), 짐볼(55cm·65cm), 케틀벨(4kg) 등의 장비들은 50대 이상 및 여성용이라는 것이다.
청와대에 장비를 납품한 A업체의 견적서에 따르면 이들 운동기구 32점을 모두 구입할 경우, 환율이나 구매조건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8000만 원~1억 원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청와대 납품 품목 중 파워플레이트(Power Plate)라는 장비는 주로 여배우들의 다이어트와 체형 관리 용품으로 화제가 됐고 대당 가격이 2000만 원대에 이른다.
당시 트레이닝 장비 구매는 윤 행정관이 소속된 제2부속실에서 추진한 것으로 보인다. 정봉주 전 의원은 "납품 업체 관계자에게 확인한 결과, '보통 수입 장비들은 주문에서 납품까지 90일 정도가 걸리는데 지난해 2월 제2부속실에서 빨리 설치해 달라는 요청이 와서 재고가 있던 게 납품됐다, 제2부속실과 연무관에도 납품했다'라고 한다"라고 전했다.
유명 트레이너였던 윤 행정관이 제2부속실에 근무하고 있고, 고가의 개인 트레이닝 장비 구입을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제2부속실이 추진했다면 윤 행정관이 대통령의 개인 트레이너 역할을 하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지난 8월 윤 행정관의 역할과 관련된 논란이 불거졌을 때 "여성 대통령에게 필요한 여비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개인 트레이너 역할은 청와대 내 보직에 없는 일"이라며 "윤 행정관 임명에는 법적 윤리적 문제도 없다"라고 밝힌 바 있다.
청와대 관련 자료 요구에도 '묵묵부답'... 커지는 의혹현재 청와대는 트레이닝 장비 구입 여부 및 예산 집행 내역, 윤 행정관의 역할 등에 대한 해명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다. 다만 윤 행정관의 직속상관인 안봉근 제2부속 비서관은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제2부속실에서 무슨 트레이닝 기구를 구입하겠느냐, (구입했다고 해도) 총무 쪽에서 했을 것"이라며 "잘 모르는 사안"이라고 부인했다.
이 같은 해명 외에 청와대는 <오마이뉴스>의 확인 요청은 물론, 국회 운영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의 관련 자료 요청에 전혀 응하지 않아 의혹을 더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