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 서초동 대법원 대법정에서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한명숙 의원에 대한 선고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방청한 가운데 열리고 있다. 이날 대법원은 한명숙 의원에 대한 징역 2년형으로 확정했다.
권우성
[기사대체 : 20일 오후 3시 10분]9억여 원의 불법 정치 자금 수수 혐의로 기소된 한명숙 새정치민주연합(아래 새정치연합) 의원이 결국 의원직을 잃게 됐다. 전직 국무총리가 실형을 받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재판관 8대5의 의견으로 한 의원에게 징역 2년과 추징금 8억80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번 사건의 쟁점인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의 진술에 대한 신빙성 여부를 인정했기 때문이다.
대법관 8대5로 수수 인정... 소수 의견은 "3억만 인정" 대법관 8명은 한 의원 혐의의 주된 증거인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의 진술에 대한 신빙성을 인정했다. 한 전 대표가 발행한 1억원 짜리 수표를 한 의원의 동생이 전세자금으로 사용했다는 점과 한 전 대표가 3차례 동일하게 은밀한 과정을 거쳐 자금을 조성했던 점 등을 고려할 때 진술의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또 한 전 대표가 2억 원을 반환받은 사실과 자금관리와 비자금 조성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비서의 일관된 진술, 비자금장부의 내용 등도 판단 근거가 됐다.
5명의 소수 의견으로는 "공판 중심주의 원칙에 미뤄 수사기관에서와 법정 진술이 정반대일 경우에는 수사기관 진술을 뒷받침하는 객관적인 자료가 있어야 한다"면서 "1차례 3억 수수는 근거가 인정되나 나머지 2, 3번째 수수는 부당하다고 판단"하며 사건을 처음부터 다시 심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 의원은 2007년 3월부터 8월까지 한 전 대표로부터 세 차례에 걸쳐 불법정치자금 약 9억 원을 받은 혐의로 지난 2010년 7월 기소됐다. 한 전 대표는 검찰에서 한 의원에게 돈을 건넸다고 진술했다가 법정에서 진술을 번복했다.
지난 2012년 10월, 1심 재판부는 이런 한 전 대표의 진술을 믿을 수 없다고 판단해 한 의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2013년 9월 2심에서는 한 전 대표가 검찰수사 당시 진술한 내용의 신빙성을 인정해 한 의원에게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한 의원은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이던 2012년 4월 민주당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에 당선됐고, 임기 4년 중 3년 2개월을 채운 상태다. 이번 대법원 징역형 확정으로 한 의원은 앞으로 2년간의 수감생활을 하게 된다. 향후에도 10년간 선거에 출마할 수 없게 된다.
선고 후 한 의원은 기자들에게 입장 자료를 보내 대법원 판결을 비판했다. 한 의원은 "오늘 정치탄압의 사슬에 묶인 죄인이 됐다"면서 "법원의 판결을 따르지만 유감스럽게도 인정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법리에 따른 판결이 아닌 정치권력이 개입된 불공정한 판결"이라며 "비록 몸은 정치적 사슬에 묶이더라도 제 정신과 의지마저 구속할 수는 없다, 굴복하지 않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