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진우-김어준 '무죄' 판결에, 일동 침묵...뭐가 두렵나

[게릴라칼럼] 지상파-종편, 박 대통령 5촌 조카 살인사건 외면하는 이유

등록 2015.01.17 17:08수정 2015.01.17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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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릴라칼럼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이 쓰는 칼럼입니다. [편집자말]
"민주주의의 크기는 언론의 자유의 정도에 정확히 비례한다고 생각합니다. 사법부가 이상한 사건을 이상하다고 말할 권리를 지켜주기 바랍니다."

김어준 총수의 바람이 이뤄졌다. 그런데도 그 민주주의를 사법부가 제대로 지켜주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그들 말대로 "잡아가진 않았"으니 다행이라 가슴을 쓸어내려야 할까. '미네르바' 구속 이후, 우리는 이렇게 누가 또 말문이 틀어 막히나, 누가 잡혀가지는 않나, 서로 서로 관심 갖고 돌봐줘야 하는 시대를 살아가는 중이지 않나.

그 시대의 한복판에서 "씨바"와 "졸라"를 외치던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 멤버인 <딴지일보> 김어준 총수와 <시사IN> 주진우 기자. 서울고등법원 형사6부는 두 사람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잠깐의 안도와 긴 한숨이 교차하는 순간, 강제추방당한 신은미씨가 떠오른 건 왜일까.

작년 10월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이번 2심 선고를 앞두고 지켜보는 이들 모두 가슴을 졸였다. 오죽했으면 주진우 기자 역시 재판 전 "기약 없이 집을 나선다"며 "어둠이 깊을수록 새벽이 가깝다"고 적었을까.

'표현의 자유'의 새벽, 맞을 수 있을까?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의 진행자인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와 주진우 <시사IN> 기자가 16일 오전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에 대한 항소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 받고 법원을 떠나고 있다. ⓒ 이희훈


"피고인들이 보도한 내용에 판결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고 법원의 최종판단이 존중받아야 하지만, 언론의 의혹 제기까지 원천봉쇄해선 안된다. 언론보도에 너무 쉽게 형사처벌을 허용하면 표현의 자유가 위축당할 수 있다. 피고인들은 여러 의혹을 제기했을 뿐이고, 그 내용을 납득할지 외면할지는 독자나 청취자의 판단 몫으로 남겨져 있다."

김상환 부장판사의 판결 요지 중 일부다. 재판부는 '박근혜 대통령 5촌조카 살인사건'을 보도한 두 사람에 대해 당시 새누리당 대선 후보였던 박근혜 대통령을 낙선시키려 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와 동생 EG그룹 박지만 회장의 명예 훼손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포털 검색어와 온라인 매체, SNS는 분명 들썩였다. 그러나 지상파 3사는 쥐죽은 듯 조용했다. 분명 국민적 관심을 끌만한 사건이었음에도 KBS, SBS, MBC 모두 약속이나 한 듯이 단 한 건의 보도도 하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과 함께 역사 속으로 사라진 <나는 꼼수다>의 영향력이 줄었다고 해도, 이건 분명 '장사'가 되는 '물건'이었다.

특히 주진우 기자가 기자 신분임을 감안하면, <나는 꼼수다>가 아무리 기성 언론들에게 공격을 당했던 방송이라 하더라도 '홀대'가 분명해 보인다. 박근혜 정부 들어 <산케이신문> 지부장에 대한 출국금지로 국제적인 비난을 산 것을 감안했을 때, 표현의 자유, 특히나 언론과 관련한 중요한 이슈가 아닐 수 없는데도 말이다. '모난 정'인 주진우 기자는 '동업자 의식'과는 거리가 멀었다. 오히려 지상파로부터는 '침묵의 카르텔'을 선물 받은 셈이랄까. 

쥐죽은 듯 조용한 지상파 방송

이에 대해 판결 직후인 16일 오후 최진봉 성공회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해 이렇게 평했다. 

"제가 볼 때는 공식적으로 아니면 법적으로 하자 없이 언론에 대해서 일정 부분 재갈을 물릴 수 있는 방법이 그런 방법밖에 없다고 보기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왜냐하면 일반적으로 그냥 탄압을 하거나 억압을 하면 지금 현재 우리나라의 민주적인 사회 구조가 그것을 용납할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합법적인 방법이라는 것이 결국은 법적으로 처벌을 하는 쪽으로 접근을 하는 것이고요."

이명박 정부를 계승한 박근혜 정부 이후 진정 겁이라도 집어먹은 것일까. 특히 이번 재판의 경우 박근혜 대통령의 인척이 살인사건에 연루됐고 (그 배후에 누가 있는지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는) 보도를 다룬 것 아니었나. 박근혜 대통령 집권 3년차 엎드려도 납작 엎드린 지상파 3사가 이를 무시하는 건 이해 가능한 당연한 수순이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이런 사건의 정황을 지상파가 과연 친절하게 설명할 수 있었겠는가.

"(박정희 대통령 친척의 자식이) 살해당하는 일이 있었는데 살해를 한 사람도 5촌이었습니다. 그런데 박정희 대통령 집안이었다는, 박근혜 대통령 집안이라는 이유로 경찰이 수사를 잘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죽이고 죽은 사람들은 사촌 간이었는데 사촌이 죽이고 죽었다고 보기에는 너무 의혹들이 많아서 좀 이상하다, 그래서 의혹을 제기했었습니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한 주진우 기자)

주진우-김어준의 '표현의 자유'와 종편의 '표현의 자유'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의 진행자인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와 주진우 <시사IN> 기자가 16일 오전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에 대한 항소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 받고 법원을 떠나고 있다. ⓒ 이희훈


방송통신위원회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정권의 입맛에 맞게 진용을 갖추게 만든 것이야말로 이명박 정권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준 최고의 선물 중 하나일 것이다. MBC와 KBS는 그 사이 김재철, 김인규 쌍두마차가 집권하면서 망가질 대로 망가져가는 모습을 우리는 익히 기억하고 있다. 또 '종북콘서트'를 창조해낸 <TV조선>과 언제나 선수를 놓치는 <채널A>가 이 사안에 대해 침묵을 지키는 것은 자기 이익에 충실한 그들의 스탠스를 단적으로 드러낸다(<조선일보>를 비롯한 보수언론 역시 대동소이하다).

입맛에 맞고 이익이 되면 끝까지 물어뜯고, 그렇지 않으면 철저한 배제의 논리를 펼치는 이러한 집단들이 옹호하는 표현의 자유까지 보장해줘야 할 성질인지 다시 한 번 회의감이 밀려온다. '종북콘서트'를 창조하고 <국제시장>의 천만 동원에 '참전'하는 저들이 만든 대통령은 그러나  진짜 '표현의 자유'엔 관심이 없지 않은가.

언론과 (심지어 외신) 기자를 고소고발로 겁박하는 '박근혜 시대', 표현의 자유가 헤쳐나가야 할 산은 여전히 험준해 보인다. 통합진보당은 헌법재판소를 동원해 해산시키고, 신은미씨는 검찰을 동원해 (국가보안법을 빌미로) 강제 출국시킨 이 정부는 언제라도 고소고발건으로 기자를, 언론을, 국민을 겁박할 것이다.

언론의 의혹 제기를 '권위에 대한 도전'으로 여기는 정권에 미래는 있을 수 없다. 최진봉 교수는 "언론 기자들에 대해서 소송을 거는 부분들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는 어떤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현령비헌령'이 되어가고 있는 이 표현의 자유를 겁박으로부터 해방시키는 건  그렇게 정부의 의지에 달려 있다는 걸,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소통을 잘 하고 있다고 해맑게 큰 소리치는 대통령만 모르고 있어서 그렇지. 최진봉 교수를 청와대로 보내드리고 싶을 지경이다.

"정부가 사실은 언론에 대해서 그렇게 고소를 남발하는 것이 얼마나 언론자유에 부정적 요소, 영향을 끼칠 수 있느냐를 스스로 깨달아서 그런 부분들을 하지 않으려고 하는 노력들이 필요하죠. 그러니까 언론이 지적하는 것에 대해서 법적 대응보다는 자기들이 정당한 방법을 통해서 잘못된 부분들을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를 하거나, 아니면 그 문제에 대해서 반론을 제기하거나 이런 쪽으로 접근해서 얘기를 해야지, 소송을 남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겠죠."
#주진우 #김어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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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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